부천시시설관리공단 여직원 보복인사에 자살
부천시시설관리공단 여직원 보복인사에 자살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7-05 15:48
  • 승인 2011.07.05 15:48
  • 호수 896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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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밖에는, 방법이 없었어…
이모씨, 거짓증언 해달라는 A 부장의 요구 거부했다가 보복 당해
총무부 기획팀서 순식간에 노외주차장 주차요금 징수원으로 발령


[이창환 기자] = 경기 부천시시설관리공단(이하 시설관리공단)여직원이 부당 인사와 상사의 폭언을 호소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직원의 유족들은 “성희롱 거짓증언을 거부한 이유로 보복 인사를 당한 것에 괴로워했다”고 증언했다. 사건의 커지자 시설관리공단의 김영의 이사장과 정진환 상임감사는 지난달 2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설관리공단은 시의회와 시민들로부터 고질적인 병폐를 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사건에 연루된 시설관리공단 간부들은 여직원의 고발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관리공단 총무부 기획팀에서 근무해오던 이씨는 지난 5월 27일 부천시 노외주차장 주차요금 징수원으로 발령 났다. 이날 인사조치는 총 11명에게 이뤄졌는데 이씨에 대한 인사조치는 전례 없는 전보인사라는 인상이 강했다. 주차관리요원이 행정직으로 인사발령이 나는 경우는 간혹 있으나 행정 직원이 주차관리요원으로 발령 난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기 때문이다. 당시 전보인사를 두고 시설공단 관계자는 “인사조치 때문에 11명의 직원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됐다”면서 “특정 간부의 요청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얘기가 들렸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내려진 조치를 납득할 수 없었던 이씨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거짓증언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진 보복 인사”라고 항의한 후 출근을 거부했다. 이씨는 곧바로 시설관리공단에 병가를 제출했고 고용노동부에 구제 신청을 냈다.

보복인사의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진 성희롱 사건은 지난해 여름 무렵 시설관리공단 내에서 벌어졌다. 성희롱 피해자 A 직원과 피의자 B 부장 간의 소송전과 재판은 올해까지 이어졌고 이씨는 양측의 증인 자격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B 부장이 거짓증언을 강요한 시점 역시 이씨가 검찰의 조사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경찰은 “B 부장이 성희롱 여부와 관련해 이씨에게 거짓 증언을 강요한 사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B 부장의 성희롱과 관련해 동료 직원들과의 갈등 또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직원의 죽음으로
비리 드러나나


하지만 시설관리공단 측은 지난 5월 27일 인사조치에 대해 떳떳한 입장을 보였다. 시설관리공단의 한 간부는 “공단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부서 간 이동 인사가 있었지만 성희롱 사건 재판 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시설공단 측의 반응은 이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에 이씨는 자신의 억울함과 시설공단 측의 부당함을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이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설관리공단의 인사비리와 보복인사를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며 “거짓 증언을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억지주장과 모욕을 받아야 하는 게 억울하다”는 내용을 남겼다.

트위터를 통한 이씨의 심경 고백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이씨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유로 다가오는 고통을 참아낼 수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이씨는 지인에게 “B 부장이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강요했고 거부하자 주차요금 징수원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지난달 24일 이씨는 시설관리공단에 복귀했지만 다음날인 25일 오전 1시경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빨랫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유족들은 이씨의 자살이 시설관리공단의 보복인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남편은 경찰의 진술에서 “이씨는 시설관리공단을 다니면서 가톨릭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까지 땄다. 보복인사로 인한 고통이 아니라면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간부들
“나와 이씨는 무관하다”


지난달 24일 이씨와 30분 간 통화했던 이씨의 어머니 역시 “딸이 병가를 낸 이후 3주 만에 출근했지만 B 부장으로부터 ‘네가 대학원을 나왔다고 해서 주차관리원이 되지 말라는 법이있느냐. 노동부에서 승소해도 내가 막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의 트위터 내용과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거론한 B 부장 등은 이씨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한 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설관리공단의 김영의 이사장과 정진환 상임이사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제출했다. 부천시에 따르면 김 이사장과 정 상임이사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김만수 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임기를 9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사건이 퍼질 때부터 몇몇 언론에게 “이사장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제보다 많다”, “이씨의 탄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던 중이었다.

한편 부천시의회는 이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시설관리공단을 대대적으로 손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의회는 먼저 이씨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관수 시의장은 “시설관리공단은 그 동안 운영상의 문제점이 많았다. 고질적인 병폐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에 특위를 구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의장은 “의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할 경우 제보하겠다는 시민이 많아 포괄적으로 증언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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