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불법 유통 조폭 덜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불법 유통 조폭 덜미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7-05 15:32
  • 승인 2011.07.05 15:32
  • 호수 896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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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빼돌려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 판매한 인천 조직폭력배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월 프로포폴이 마약으로 지정된 이후 적발된 첫 사례다. 일당은 개인병원과 의약품전문 도매업체 직원을 통해 프로포폴을 공급받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고액에 팔았다. 이들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음성적으로 프로포폴을 구해 영양제나 피로회복제처럼 사용한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판매한 프로포폴은 1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3억 원 상당에 달했다.

유흥업소 여 종업원들,
인천 강남 일대 모텔에 모여 투약


유흥업계 종사자, 프로포폴을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로 사용
750박스 팔아치워…1만 명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


조직폭력배 최모(32)씨 등 7명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의약품 도매업체 직원 김모(32)씨와 경기도 모 병원 원무과장 김모(41)씨에게 수억 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공급받았다. 최씨가 경기도 군포의 한 병원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증명을 도용해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구입하는 것처럼 속여 프로포폴을 구매했다.

최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도매업체 직원과 원무과장으로부터 각각 프로포폴 1400박스와 240박스를 공급받았다. 일당은 공급받은 프로포폴을 인천 남동구의 한 고시원에 보관했다. 고시원 월세가 창고 임대 비용보다 저렴한데다, 창고용도로 쓰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여성에 문자 보내
투약자 모집


프로포폴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도매업체 직원이 의심을 품고 판매를 거부하자 최씨 등은 “우리는 조직폭력배다. 프로포폴을 공급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일당은 김씨 등의 약점을 잡아 프로포폴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게 했다.

프로포폴을 확보한 일당은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최씨 등은 인천 모 병원 사무장 한모(35)씨로부터 프로포폴 투약 환자 명단과 연락처를 건네받았다. 한씨가 건네 준 명단의 대부분은 수차례 성형시술 등을 받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었다.

최씨 등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약을 팝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이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로부터 구입 연락이 오면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 받고 배달했다.

최씨 등은 프로포폴 전달 과정에서 판매자와 투약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콜택시나 택배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당은 콜택시와 택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10만 원을 건넸다.

피의자 이모(34)씨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자 프로포폴을 많이 투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며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투약자 연락처를 알려주고 프로포폴을 보냈다”고 말했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콜택시나 택배오토바이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콜택시나 택배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최씨 등이 부탁한 물품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프로포폴 중독돼
하루 권고량 12.5배 투약하기도


일당은 프로포폴 20㎖ 5병이 든 한 박스를 개당 3만 원에 구입한 후 40만 원에 판매했다. 10배 이상의 수익을 챙긴 셈이다. 이들이 3개월 간 유통시킨 프로포폴은 750박스로 한 번에 무려 1만여 명이 동시 투약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렇게 최씨 등이 음성적으로 프로포폴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은 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판매 수익금은 2억7750만 원이었다. 최씨 등은 대포계좌를 여러개 만들어 입금을 받은 다음 수백차례에 걸쳐 환전해 현금화했다. 이후 자신의 계좌나 가족계좌로 수익금을 입금해 관리했다.

최씨 등에게 프로포폴을 구입한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은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포폴은 30대 초반 성인 기준으로 8㎖ 이상 투약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이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은 권고량의 2.5배에 달하는 20㎖, 심지어 12.5배에 달하는 100㎖를 한 번에 투약하기도 했다.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은 인천이나 서울, 강남 일대 모텔 등에서 모여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최씨 등에게서 프로포폴을 구입해 투약한 강모(32·여)씨는 “유흥업소 분위기에 동요돼 투약하게 됐다”며 “유흥업소 일을 하다 보면 낮과 밤을 뒤바꿔 생활해 힘들어 프로포폴 투약을 시작했다. 중독성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각한 중독증상에 시달리는 여종업원이 있었다. 1억 원 이상 프로포폴을 구매했는데 온 팔이 주사바늘 자국 투성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여종업원은 팔에 프로포폴 주사를 몰래 꽂은 채 경찰 조사를 받다 발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을 남용하게 되면 호흡기 이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무호흡과 심혈관계 이상으로 인한 저혈압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 밖에도 두통과 어지러움, 복부·기관지 경련, 구토, 흥분, 착란 증상이 일어날 수 있고, 과다 투여 시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포폴이 유흥업소 종사자들 사이에서 영양제나 피로회복제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점조직 형태로 판매가 이뤄져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 조직폭력배와 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업체, 병원 사이에 조직적으로 연결된 판매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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