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강덕수 전 STX 회장
[인/물/탐/구]강덕수 전 STX 회장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10-19 10:29
  • 승인 2015.10.19 10:29
  • 호수 1120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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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반복…다시 정상 오를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삶이 재조명받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쌍용맨에서 STX 오너로 올라선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지난해 강 전 회장은 2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회사도 매각되는 불운이 겹쳤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STX 그룹 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쌍용’ 샐러리맨에서 그룹 총수로 등극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재기 성공 관심

지난해 2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에 따라 샐러리맨 신화로 불려온 강 전 회장이 STX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쌍용맨’ 출신이다. 그는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다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2001년 외환위기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전 재산 20억 원을 투자해 오너가 됐고, 사명을 STX로 변경했다.

이후 강 전 회장은 범양상선(현 팬오션)과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잇달아 인수해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다. 

성장제일주의자인 강 전 회장은 “돈이 돈을 번다. 투자만이 기업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며 돈을 비축하기보다 투자에 집중했고, 10년 만에 재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당시 강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뿐만 아니라 ‘IMF가 낳은 영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로 조선·해운업 호황기를 맘껏 누렸다.

그러나 STX그룹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소를 설립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고속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인수·합병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리는 요소로 돌변한 것이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STX그룹은 2013년 4월부터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채권단 공동관리 수순에 들어갔고, 강 전 회장과 채권단의 경영권 싸움도 본격화 됐다.

결국 강 전 회장은 2013년 9월 9일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새 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STX 경영진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이사직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채권단들에게 “백의종군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채권단의 뜻을 존중한다”며 마무리 지었다.

이후 강 전 회장은 2014년 1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노조 마음 움직인 회장님

강 전 회장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 원대 분식회계로 9000억 원대 사기대출을 받고, 1조7500억 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강 전 회장은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종호 부장)는 “자본시장 신뢰와 투명성을 저해하는 회계분식으로 금융기관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결정이 내려지면서 강 전 회장의 위기 극복은 물론, STX그룹 재건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등 범행은 모두 글로벌오션인베스트, STX건설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판단했다”며 “대주주인 강 전 회장이 사익을 도모한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고, 그룹 정상화를 위해 개인재산을 출자하는 등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감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판결에 노조 조합원, 협력업체, 전·현직 임직원들의 탄원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1심에서 제출된 1000여 통의 탄원서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1800여 통의 탄원서가 제출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 탄원서에는 “외환위기 상황에 노사 문제까지 겹친 1999년 모두가 쌍용중공업을 버린 상태에서 당시 강덕수 상무만이 고군분투했다. 강 전 회장은 다들 늦게까지 일하고 있으면 새벽에 나가 한 손 가득 치킨과 막걸리를 사왔던 사람이다. 다른 재벌들과 다른 만큼 양형에 참작해 달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회장은 석방 직후 노조 조합원, 협력업체 등에 감사의 뜻을 비치며 STX그룹 재건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돼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부족한 제게 노동조합이 격려해준 것에 대해 힘을 갖고 그분들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 보답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STX그룹 재건 계획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획은 지금 현재 말씀드릴 순 없다. 앞으로 차차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의 석방 현장에는 STX그룹 전·현직 직원으로 보이는 50여 명이 함께했고, 이들은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또 강 전 회장은 이들이 준비해온 두부를 한입 베어 문 뒤 법원을 떠났다.

다만, STX그룹 재건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채권단 공동 관리, 매각 절차 등 여전히 해체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은 현재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중이며 지난해 3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였던 STX팬오션은 하림그룹에 팬오션으로, STX에너지는 GS그룹에 GS E&R로 인수됐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채권단 공동관리 상태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집행유예 결정에 즉각 상고할 방침이다.

한편, 강 전 회장의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STX그룹 계열사 임직원 4000여 명이 자신을 위해 모은 성금 7000만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변호인 측은 “성금을 송사 비용보다는 인재양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현장 근로자의 뜻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라는 강 전 회장의 의사에 따랐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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