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비박계 사정태풍, 여권이 술렁인다
친이·비박계 사정태풍, 여권이 술렁인다
  • 장연서 프리랜서
  • 입력 2015-10-19 10:16
  • 승인 2015.10.19 10:16
  • 호수 112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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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총선 대비 검찰총장 교체 후
▲ photo@ilyoseoul.co.kr

 포스코· 농협 등 기업수사 관련 첩보 확인 중
“정치권 수사는 검찰총장 교체 후 본격화 할것”

[일요서울 | 장연서 프리랜서] 검찰 수사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할지 여부를 놓고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그 칼끝이 친이계 등 비박계를 겨냥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코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 비리 연루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상득 (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검찰이 영장 청구를 놓고 장기간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팀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검찰 한편에서는 이 전 의원의 건강 상태, 영장 기각 시 이어질 파장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진술 확보, 법리 검토 등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신병처리 방향을 숙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이번주 안에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씨의 포스코 회장 선임과 신제강 공장의 고도제한 민원을 해결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측근들이 소유한 포스코 외주업체 3곳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 전 의원 측이 30억여 원의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조계는 검찰이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 전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관계를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전망이 많았다. 신병 처리 방향은 뇌물수수 규모나 죄질에 비춰 영장 청구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청구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열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검찰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영장 청구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이 전 의원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도 내놓고 있지만 건강 문제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당뇨를 앓는 이 전 의원은 14시간 조사 후 귀가해 수면을 취한 뒤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식은땀이 나는 등 탈수 증세를 보여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피의자를 무리하게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도 최근 “이 전 의원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자칫 검찰 수사 중에 건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검찰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영장 청구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승부수 어떻게

또 영장이 기각됐을 때 여권에 미칠 부정적 여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포스코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돼 곤경에 처한 경험이 있다.

이에 검찰의 한 소식통은 “이미 강제 수사는 정동화 전 부회장 조사 때부터 힘들게 됐다”며 “자칫 정 전 회장이나 이 전 의원의 영장이 기각되면 7개월간 이어진 포스코 수사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에게 적용할 법리 문제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관측도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수사팀은 국회의원이 미칠 수 있는 포괄적 영향력을 고려해 이 전 의원의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 전 의원이 관여한 부분이 국회의원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 전 의원의 신병 처리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법리 적용, 영장 청구 등을 둘러싸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뒷말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총장 부재 중 중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의원의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검찰이 검토하는 사안들은 법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검찰이 떠안아야 하는 내부 부담감에 대한 것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불구속 기소로 결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이 비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포항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특혜성 사업발주 연루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검찰은 S사 대표이사 한모씨의 로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의 시설ㆍ정비 외주업체인 티엠테크와 청소용역업체 이앤씨가 포스코로부터 거액의 일감을 가져갔고 여기에 정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씨는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팬클럽 ‘MB연대’ 대표를 맡아 MB정권 창출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검찰은 MB연대에서 한 씨와 함께 활동했던 이병석(67) 전 국회부의장이 사업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은 포항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다.

검찰은 한 씨가 이 전 부의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포스코 그룹의 청소용역 사업을 따낸 것으로 보고, 압수물 분석과 주변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 전 부의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포항제철소에 58개의 외주 용역업체를 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주업체 상당수가 MB정권의 전ㆍ현직 실세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 이 전 의원의 소환이 광범위한 정치권 사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8일 포스코와 거래하는 조명수리업체 S사의 포항 소재 본사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한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사가 정치권과의 유착해 포스코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대표이사 한 씨는 포항시의회 의원 출신이며, 포스코그룹이 소유한 프로축구단의 단장을 지냈다.
이처럼 한 씨는 포항 지역에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결정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나온 동지상고의 총동문회장을 맡기도 했는데, 그런
한 씨와 관련된 여러 특혜 소문은 이미 동문회에서 파다하다못해 공공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점을 이용해 한 씨가 포스코에서 사업상의 특혜를 받았을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씨가 친이계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사업을 통해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긴 점 등을 미뤄 지난 이명박 정권 때 그의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도 검찰은 배제하
지 않고 있다.

추가 비리 나올 수도

앞서 검찰은 제철소 설비 관리업체인 티엠테크와 포항 제철소에서 자재운송업을 하는 N사, 인근의 집진설비측정업체 W사 등 이 전 의원의 사업에 관여한 업체가 포스코로부터 일감을 집중 수주한 단서를 확보한 바 있다.

이 전 의원이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회장 인선과 신제강공장 건설공사 중 사태 해결 등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이들 협력업체가 특혜 수주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번 한 씨 자택 압수수색 역시 정치권과 포스코의 유착 관계 속에 S사가 사업상의 혜택을 봤다는 단서를 확보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이 같은 특혜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정 전 회장을 이날 5번째로 소환해 조사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결국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정권 실세와 포스코의 ‘검은 커넥션’을 밝히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역의 포스코 외부 용역업체 대부분이 지난 정부 실세들과 현역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소유하고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 “포스코·농협·KT&G 등 기업 수사에 대한 부분은 검찰 총장 교체 전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총장 교체 이후 본격화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즉 12월 이후 본격적인 총선정국이 시작되는 시기 정·관계 사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농협수사와 관련해 임태희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포스코 관련해서는 이 전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 등에서 이 전 의원과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전 정권 핵심들이 검찰 사정권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 등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여권 총선 출마자 예정자들 가운데 검찰 수사 대상자가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농협 수사와 관련해 거론되는 임 전 실장과 L씨외에 역시 전 정권 핵심이었던 K씨와 또 다른 L씨가 검찰 수사 대상자로 올라 있다. 또 MB와 가까웠던 전 정권 인사였던 H씨와 P씨도 포스코 등 기업수사에 연결돼 있어 조사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업수사를 통해 포항 등 경북지역에 연고를 둔 인사들 중 4명 정도가 이미 조사 대상자로 언급되고 있다”며 “이들과 관련된 첩보를 확인 중인데, 내용의 상당부분이 특혜를 통한 이권개입 등이다”라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기업과 정치인들도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C사다. 이 회사는 4대강 관리에 연관된 업무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이 이익의 일부가 친이계로 흘러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MB정권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몇몇 인사들도 이권개입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내사를 통해 이들이 기업에 정부주도 사업의 특혜를 주고 뒤를 봐준 대가를 챙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러한 전 정권 특혜 비리와 연루 인사들을 어느 선까지 수사할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lyo@ilyoseoul.co.kr 

장연서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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