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反문’ 연대 가시화 … 친노 내부의 잇단 헛발질
김무성 대표와의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 뒤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권 사수를 위해 계파를 초월한 특보단 출범, 조기 선대위 구성, 통합전당대회 개최 등의 비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일요서울 1119호 게재) 그러나 안팎으로 악재가 쌓이면서 문 대표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남겨 둔 시점에 당내 중진들의 ‘반문(反文·반 문재인) 연대’ 결성이 가시화 됐다. 또 친노계로 분류되는 강동원 의원의 대선 개표 조작 의혹 제기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도 하락세다. 이런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면서 ‘문재인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부쩍 한 목소리를 내며 ‘반문 연대’를 추진하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당내 계파의 큰 줄기는 ‘친노’(親노무현)계와 비노(非노무현)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주류 중진들은 ‘친노’와 ‘친문’(親文)을 분리하는 작전을 구사 중이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전 대표 계열 등을 따로 떼놓고 문 대표 계열만 고립화 시키려는 의도다.
문 대표의 야심작이었던 ‘혁신위원회’ 활동을 집중 비판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내세운 혁신위의 결론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당내 분열과 분란만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교차 회동하며 교감
김 전 대표는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용산의 한 상가 옥탑방에서 야권 인사들을 꾸준히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야권에선 김 전 대표의 ‘옥탑방 정치’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2명을 이끌고 선도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의 혁신은 결코 포기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기회가 온다”며 문 대표가 강조하는 ‘통합’보다는 자신의 지론인 ‘혁신’에 방점을 찍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문 대표가 제안했던 혁신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던 그는 최근 독자적인 혁신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A씨는 필자에게 “안철수는 ‘혁신’을 키워드로 갖고 갈 수밖에 없는 정치적 숙명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들이 열망하는 ‘새 정치’를 기치로 정계에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새 정치 시도가 실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고, 조금이나마 새 정치에 다가가기 위해 혁신을 주창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당 혁신위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시행 세칙의 최고위원회 의결을 요구하며 10월 12일로 예정됐던 해산 기자회견을 연기하자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빗대어 맹비난했다. 그는 “마치 박정희 대통령이 5·16 혁명을 해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대통령 출마하는 거나, 헌법에 정해져 있는 재선까지 하고 나서 3선 개헌하는 거와 똑같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친노계로 분류되는 강동원 의원의 ‘대선 불복’ 논란도 문 대표에게 큰 악재가 되고 있다. 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며 2012년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개표조작 의혹 제기는 상식적이지 않다”면서도 “아직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 또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당사자로서 당 소속 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면 강력하게 경고하고 수습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거꾸로 두둔하는 듯한 언급을 함으로써 리더십에 다시 의문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당직자 B씨는 “정청래 의원 등의 막말 파문 때도 문 대표는 친노계 감싸기에만 열중했다.
강 의원 발언에 대해선 야권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부겸 전 의원은 “선거부정이나 대선불복은 중대한 문제다. 당에서도 진솔한 입장 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야권 인사들도 문 대표의 대처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 파문으로 모처럼 야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문 대표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말이 야권에서 나온다.
“대선 불복은 중대한 문제”
문 대표의 리더십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면서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10월 13~15일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유권자 1003명 대상. 응답률 19%.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문 대표는 11%를 기록해 여전히 3위에 머물렀다. 특히 이 조사에서 문 대표의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14%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로 2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 진영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리얼미터’가 10월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김무성-문재인 맞대결 구도를 상정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김 대표가 46.1%를 기록해 40.8%인 문 대표를 제쳤다.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
지난 7월의 두 주자 간 지지율 격차는 문 대표가 김 대표를 5.5%포인트 앞섰으나 이번 조사에선 김 대표가 문 대표를 5.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5월 첫째 주를 제외하고 한 번도 김 대표에 밀린 적이 없던 문 대표가 이번에 열세를 보이게 된 것은 그간 계속돼왔던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과 야권 신당 세력의 영향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의 고민은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반문 연대’가 굳건해지고 천정배 신당이 출범하면 진보층이 분산돼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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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