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인터파크컨소시엄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인이 되기에 적합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대부업 출신 금융사인 웰컴저축은행이 포함돼 있고,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현황이 공개된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 흥미로운 것은 경쟁 컨소시엄인 카카오컨소시엄과 KT컨소시엄도 비슷한 잡음이 일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주인 찾기가 안개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현황 공개돼 우려
인터파크 컨소시엄 측 “전혀 문제될 것 없어”
주주의 적격성 여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의 첫 번째 조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파크컨소시엄이 예상 밖 암초를 만났다. 컨소시엄 구성 업체 중 웰컴저축은행이 대부업 출신이라는 점이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웰컴저축은행은 대부업체인 웰컴론(웰컴크레디라인대부)이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부실저축은행(예신·해솔·성일저축은행)을 인수해 만든 저축은행이다. 현재는 저축은행이지만 전신이 대부업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앞서 웰컴저축은행은 부실채권의 90% 이상을 대부업체에 매각한 것으로 조사돼 도덕성 문제가 거론된 바 있어 인터파크 컨소시엄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현황 자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이 2013년부터 현재 (2015년 7월 말 기준)까지 매각한 부실 채권은 총 39만1621건으로 이 중 66%에 달하는 25만7472건이 대부업체에 매각됐다.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4조1153억 원 중 55%에 달하는 2조2637억8900만 원이 대부업체에 매각된 것이다. 부실 채권을 매각한 대상을 봐도 전체 39만1621건 중 대부업체에 66%에 달하는 25만7472건이 넘어가 가장 많이 팔렸다.
그 가운데서도 웰컴저축은행은 매각한 부실채권 1만1336건 중 99.97%에 해당하는 1만1333건을 대부업체에 매각했다. 매각한 채권 금액으로는 전체 527억2700만 원 중 97.4%에 달하는 513억6500만 원을 대부업체에 매각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웰컴저축은행을 비롯해 유니온, 현대, 인성, 인천, 스마트, 페퍼, 케이비, 평택 등 9개 저축은행이 매각한 부실채권의 90%를 대부업체에 넘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김기식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채권이 대부업체에 대량으로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행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채권이 누구한테 매각되었는지 본인이 알 수 없어 대부업체의 불법적이거나 무리한 채권추심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차원에서 부실채권의 채권시효가 만료된 것에 대해 무리하게 추심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대부업체에 매각된 부실채권 중 채권시효가 만료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채무자가 본인의 채권이 어디에 매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추적·조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부실 채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를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적격성 심사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심사 과정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시기는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내용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항에 대해 사실만을 토대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인터파크컨소시엄은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파크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컨소시엄들의 도덕성 논란과 적격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곁다리 정도로 언급되는 부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애초에 금융당국에 컨소시엄 구성원을 속인 것도 아니고 전혀 문제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받는 과정에서 큰 영향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문제
그런데 이러한 우려는 인터파크 컨소시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 컨소시엄, 카카오 컨소시엄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격성 여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을 그대로 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카카오컨소시엄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 루머가 불거져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해당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대주주인 효성ITX와 노틸러스 효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문제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I뱅크도 효성가의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가 주주로 참여해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인가 과정에서 지분율 구조 및 대주주적격성 등을 관계부처 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밝힌 이상, 이 모든 것들이 각 컨소시엄의 골칫거리다.
다만 효성 계열사가 주주로 참여한 부분은 금융당국이 은행법 상 지분율 4% 미만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사업계획부문에 가장 많은 700점을 배점했다. 은행주주로서의 적합성 항목엔 10%인 100점을 배점하고 개별 주주가 은행 건전성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적격성 여부를 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대로 가면 10%로 배정된 주주 적격성이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팽배해졌다. 작은 부분으로만 보였던 적격성 심사가 향후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올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