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년간 겪은 국토해양부는 비리천국이었다” 증언
“내가 2년간 겪은 국토해양부는 비리천국이었다” 증언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6-28 13:26
  • 승인 2011.06.28 13:26
  • 호수 89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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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계층의 특정 소수그룹이 썩어빠진 국토해양부 만들어

“내가 2년간 겪은 국토해양부는 비리천국이었다” 증언
지난 정권 때 중용된 인사들 ‘그들만의 인맥 형성’ 비리 봐주기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강력한 카르텔 사슬 제거는 불가능


[윤지환 기자] =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연찬회 향응으로 논란을 빚은데 이어 국토부 현직 과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직 기강 문란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국토부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비리 실태는 거대한 산과 같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인·허가권 등 1592개의 규제권을 갖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정부 부처 전체 규제의 22%를 갖고 있고, 4대강 사업과 주택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루는 거대 부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가 ‘비리의 산’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요서울]은 최근 지난 참여정부 시절 국토부가 건설교통부로 불리던 때 모 부서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A 팀장을 만났다. 그에 따르면 국토부의 비리는 오래전부터 이미 향응과 접대가 만연한 ‘비리 백화점’이었다. A 팀장이 전하는 내용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국토부 백모 과장은 부동산신탁회사(리츠)로부터 500만 원 상당의 산삼과 현금 등 모두 32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백 과장은 리츠사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맡으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제주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한 국토부 직원들은 연찬회가 끝난 뒤 업체로부터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향응을 받았다. 사건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4대강 공사 업체로부터 룸살롱 향응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사실을 은폐했다. 하지만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조사결과 해당 직원들은 식사와 술 값 등으로 1인당 9만~15만 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3만 원이 넘는 선물이나 접대를 금지하고 있다.

구 정권 인맥 아직도 판 쳐

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위 임원이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교통안전공단은 수십억 원의 국고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처럼 국토부 본부뿐 아니라 산하 공기업에서도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곪아터졌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토부의 여러 비리가 계속 드러나자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 수위를 재검토하라고 감사관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구조를 잘 아는 이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전직 공무원 출신이라고만 밝힌 한 인사는 국토부의 비리를 두고 ‘뼛속까지 썩은 조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단행됐으며 이때 요직을 차지한 이들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 엮인 카르텔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이 인사는 강조했다.

한 번 찍히면 비참한 생활

국토부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세를 주도하고 있는 특정 집단에 들지 못하면 순탄한 직장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이 인사의 주장이다. 이들끼리는 비리를 서로 눈감아 주는 것은 물론 각종 비리를 마치 실적 올리듯 경쟁적으로 저지른다고 한다.

이 인사는 “국민의 세금을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물 쓰듯 한다. 조목조목 예를 들자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특정 세력들은 막대한 공금을 여러 명목으로 횡령한다. 그들은 국가의 돈을 도둑질 해가는 도둑놈들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비리에 동참하지 않으면 표적이 돼 회사를 그만두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게 만들어 제거한다. 국토부를 움직이는 그들의 음모는 당해 보지 않으면 그 무서움을 모른다”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국토부가 건교부이던 때 수년간 일했던 A 팀장의 증언도 이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A 팀장은 “나는 ○○팀에 근무했었다. 공직생활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내가 겪은 지금의 국토부는 끔찍한 곳이었다. 그곳의 비리 실태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내에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주류에 들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A씨는 “구 정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철옹성 같은 조직이 형성돼 있다. 이 조직은 그 뿌리가 깊고 탄탄하기 때문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주류 인사가 눈 밖에 날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 매우 고달픈 회사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상급자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 해도 소용없다. 주류에 든 실무자들이 업무적으로 장난치기 때문에 골탕을 먹고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주류를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역풍을 맞기 때문에 비주류는 상급자여도 종이호랑이일 뿐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골프채 선물로 기자들 입막음

A씨에 따르면 이런 사정을 국토부 출입기자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이를 묵인하고 넘어간다고 한다.

A씨는 “골프장 인허가 문제를 그곳(국토부)에서 처리한다. 때문에 국토부 직원들은 골프장을 마음대로 이용한다”며 “기자들이 골프장을 이용한다고 하면 국토부 직원들이 부킹해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또 국토부 직원들은 공금으로 기자들에게 고급 골프채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금횡령과 뇌물수수는 거의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A씨는 “회사에 이익을 보게 하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받거나 여러 구실로 공금을 횡령해 부를 축적하는 이들이 국토부에 적지 않다”며 “이런 내용들에 대해 인터넷에 폭로할까도 생각했지만 스스로 피곤한 일을 만드는 것 같아 침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골프채를 선물한 직원과 선물 받은 기자, 국토부 직원들이 이용하는 수도권 골프장, 공금으로 고가의 골프채를 수집하는 국토부 간부, 골프장 인허가 문제로 뇌물을 받은 직원 등을 모두 실명 거론했다. 또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으나 주류라는 이유로 사건을 덮은 일도 언급하며 해당 인사들의 실명을 폭로했다.

A씨가 밝힌 실명 인사들의 비리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골프장 등을 조사한 결과 그들의 비리 내용은 A씨가 폭로한 것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비리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서울]이 접촉한 복수의 국토부 직원들 중 일부는 주류인 그들의 비리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절대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주류가 만든 강력한 방어막을 깰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그들의 입을 막아서고 있어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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