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지/금] 연내 부실 대기업 살생부 만든다
[재/계/는/지/금] 연내 부실 대기업 살생부 만든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10-19 09:51
  • 승인 2015.10.19 09:51
  • 호수 1120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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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기업들 구조조정 본격화… 업계 초긴장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계기업'을 향한 당국의 서슬퍼런 칼날이 예고됐다. 정부는 수익이 나지 않아 빚을 얻어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한계기업들을 연내에 본격적으로 구조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달께 금융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그룹에 구조조정 대상 후보군을 추리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1차적인 구조조정 후보군으로 관리되고, 금융사에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면 돈줄을 죄는 방식으로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의 살생부'에 오를 만한 업체들이 오르락내리락하자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살생부에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현재 우리나라 한계기업 현황을 분석해본다.

  현대·한진·동국제강·대성·한진중 등 3년 연속 ‘위험 징후’
  구조조정 지연되면 국민경제 위협…혈세로 막다 국가 부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은 3295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2698개보다 597개(22.1%) 증가했다. 목숨만 붙어있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며 산업 재편이 지지부진해지고 결국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현 시점에서 개별기업·산업 구조조정이 최대 숙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난해 7월부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임무’로 한계기업 정리를 꼽고 있다.

속타는 기업들

최 부총리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계기업 정리에 대해) 필요성은 강조됐지만 성과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 “신속하게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조용하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내 시작될 기업 구조조정의 첫 번째 기준은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 으로 알려진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박사는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돈을 벌어도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금융지원을 계속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봐야 할 한계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에 속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지난 6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공기업과 금융그룹을 제외한 48개 그룹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비율을 연결 기준으로 분석한 보고서(작성자 이수정·이은정)를 발표했다. [표 참조]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연결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연결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 못 미쳐 부실징후 위험 그룹으로 분류된 곳은 현대, 동부, 한진, 한국지엠, 한솔, 한화, 한진중공업, 대성, 동국제강, 대림 등 10곳이었다. 이 가운데 현대, 동부, 한국지엠,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대림 등 6곳은 아예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동부, 한국지엠, 한솔, 한화, 대림 등 5곳은 2013년에 비해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고, 이자보상배율은 더 낮아지는 등 재무상태가 나빠졌다.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부실기업 판단 잣대로 쓰이는데, 흔히 부채비율 200%와 이자보상배율 1배가 기준으로 활용된다. 부채비율이 높은 그룹은 이자보상배율까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부실징후 위험그룹으로 분류된 10개 그룹 가운데 현대, 동부, 한진, 동국제강, 대성, 한진중공업 등 6곳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으로 연결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연결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 못 미쳐,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혔다.

동부는 이미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동부건설과 동부메탈이 각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나머지 계열사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 한진,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등 나머지 대대수 기업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두세 차례 연속으로 부실징후 위험 그룹에 속했던 에스티엑스(STX), 동양 등은 결국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의 절차를 밟았다.

이밖에 한국지엠은 2012년과 2014년에, 한라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두 차례씩 부실징후 위험 그룹에 속했다. 한솔과 한화는 지난해 처음으로 부실징후 위험그룹에 포함됐다. 연도별 부실징후 위험 그룹 수는 2007년 2개에서 2011년 6개로 꾸준히 늘었으며, 201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10개씩 나오고 있다.

현대는 2013년 연결 부채비율이 2448%에 달했다가 지난해에는 960%로 낮아졌지만, 부채비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다. 또 5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해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했다. 2013년부터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등 계열사 매각, 현대상선 사업부문 매각, 유상증자 추진 등의 구조조정 성과를 내고 있는데, 주력인 현대상선의 영업실적 개선이 여전히 과제다.

한진은 지난 3년간 연결 부채비율이 678%, 725%, 863%로 계속 악화 추세다. 연결 이자보상 배율 역시 3년간 각각 0.04, -0.16, 0.71배로 위험수준이다. 주력인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과 계열사 간 부당지원 중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서 드러난 ‘오너 리스크’ 해소 등이 과제로 꼽힌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부실징후 위험 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어, 자칫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구조조정 관련 법제도와 관행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어떻게 진행되나

한편 기업 구조조정은 내달 중소기업, 12월에는 대기업 중에서 살릴 기업과 청산해야 할 기업들에 대한 살생부가 작성될 예정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 대기업, 중소기업 등 세 갈래로 진행된다.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은 정부의 한 부처만 관련된 게 아니어서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 취약산업 주무부서 차관급과 금감원, 국책은행 부기관장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신용공여 500억 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신용위험평가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다. 경영이 악화되고 잠재부실 우려가 큰 기업에 대한 명단을 12월까지 정리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으면 금융지원,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파산·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채권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내달 정리기업 명단을 확정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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