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합의 불씨는 여전히…
검·경 수사권 합의 불씨는 여전히…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6-28 11:34
  • 승인 2011.06.28 11:34
  • 호수 89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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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개정안 6월 국회 통과는 ‘글쎄’ “세부 사항 위임방식에 각론”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인사도 생략한채 자리로 걸어가고 있다. 사개특위는 이날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보유하되 경찰도 자체적인 수사개시권을 갖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photo@dailypot.co.kr

‘법무부령’ VS ‘대통령령’ 놓고 ‘옥신각신’
6월 국회 법사위 통과 여부 아직 ‘미지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바통이 넘어갔다. 하지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법사위에 넘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둘러싸고 여야와 정부 부처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일부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 법사위 위원들은 대체적으로 ‘원안’을 존중하자는 쪽에 서 있다. 정부 부처 갈등의 씨앗은 변경되는 개정안의 세부사항 위임방식에 있다. ‘법무부령’과 ‘대통령령’사이에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각 기관의 논란을 따라가 본다.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도출된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 합의사항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검경은 앞서 검찰 쪽의 입장을 반영,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고치고, 3항을 신설해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구체화했다.

동시에 2항은 경찰 쪽의 의견을 들어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3항에서 검사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는 대신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와 관련해 소관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는 삭제했다.

사법경찰관이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한 4항도 신설했다.

경찰 ‘명분’, 검찰 ‘실리’
문제는 그 다음


검경의 합의를 두고 경찰은 수사개시권이라는 ‘명분’을 검찰은 수사 지휘권 유지라는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모든 결정권을 넘겨받은 국회 법사위에서의 법안 통과가 안개 속에 빠진 형국이다. 일부 조항을 두고 여야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형소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으로는 형소법 개정안 196조 1항과 3항을 지목했다. 1항에서는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 지휘를 받는다’에서 ‘모든’이, 3항에서는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가 문제가 됐다. 1항의 경우 ‘모든’이라는 표현이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그대로 유지시켜 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견제를 위해 시작된 수사권 조정이 종전에는 없던 ‘모든 수사’라는 표현을 담아 검찰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법사위에서 ‘모든’이라는 단어를 빼는 방향으로 법안심사소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196조 1항에 규정된 ‘모든’이라는 조문을 빼 버리고 추후 민주당의 입장이 관철시켜 검찰 권력 견제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아직 양당 간사들 간 합의가 안됐다”면서 “요즘은 법사위 합의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사개특위의 합의안을 존중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통과가 미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96조 3항에 있는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도 대통령령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개특위 합의안대로 검사 지휘에 관한 세부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위임할 경우 6개월 뒤 만들어질 법무부장관 명령이 검찰의 입맛에 맞게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상위 명령인 대통령령은 보통 부처 간 다툼이 있거나 여러 부처에 복합적으로 사안이 얽혀 있을 경우 발효, 사전에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형소법 개정안 일부 조항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발할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장관은 사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회 관계자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면 아무래도 경찰보다는 검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하지 않겠느냐”면서 “경찰의 내부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행안위 법무부령으로 한다니 ‘발끈’

형소법 개정안이 논란의 불씨를 남기자 각 정부부처를 소관 하는 국회 상임위에서도 충돌의 기미가 엿보인다. 경찰청을 소관 하는 행정안전위원회의 반발이 거세다.

행안위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사의 지휘범위를 ‘모든 수사’로 명문화 하고, 일부 조항에 대한 세부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의견서를 통해 “‘모든 수사’란 표현이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 수정할 필요가 있고, ‘검찰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에서 법무부령보다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법사위 의원들은 ‘원안 존중’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향우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각계 각층에서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안부 공무원노조는 지난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봉책에 불과한 형사소송법 196조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고 반개혁적인 정부 합의안을 즉각 철회하라”면서 “이번 정부조정안은 수사의 주체를 검찰이 아닌 경찰로 명시하고 있는 사법개혁 특위의 합의안과 비교해 현행 법률에 경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행정과 교수들도 수사권조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홍태경 교수 등 ‘형사사법의 방향에 우려하는 교수’ 52명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한 검찰 중수부 폐지와 경찰의 수사개시권 현실화 방안이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로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형소법 개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 유관기관의 입장도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형소법 개정안이 ‘원안 존중’의 한나라당과 ‘원안 수정’의 민주당간 대립으로 인해 6월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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