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용 리스트에 벌벌 떠는 檢·警
강태용 리스트에 벌벌 떠는 檢·警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0-19 09:43
  • 승인 2015.10.19 09:43
  • 호수 1120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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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최측근, 중국에서 검거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대구지검은 지난 10일 낮 중국 현지 공안이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서 조희팔의 최측근이자 2인자로 통하는 강태용(54)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조희팔이 운영하던 유사수신 업체의 부회장직을 맡았으며, 재무와 전산업무 등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강 씨는 조 씨와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약 4~5만 여명의 투자자를 모은 뒤 이들의 투자자금 약 4조 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달아난 바 있다. 이번 강 씨의 검거로 조희팔 사기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으론 강태용이 쥔 ‘로비 리스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정보 뻬주고 경찰은 자금 관리 해줘
수십명 ‘로비 리스트’에 촉각…파문 확산 가능성


조희팔 다단계 사기극으로 수십여 명의 서민 피해자들이 자살한 가운데, 조 씨가 검찰과 경찰 및 교도관에게 준 뇌물은 현재까지만 약 34억5500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10여명, 강 씨가 국내로 송환돼 입을 열면 로비 리스트 명단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조희팔 측은 학교 동문을 이용해 로비를 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2012년 조 씨의 로비를 받은 거물급 인사가 검거됐는데, 강태용의 고교 동창인 김광준(54) 부장검사가 그 주인공이다. 2012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김 전 부장검사의 비리첩보를 입수, 그 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자 당시 특임검사는 김 전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08년 5월~10월 조희팔 측근이자 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문인 강태용에게 2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검거된 강 씨가 정·관계 로비를 담당했기 때문에 국내 송환 뒤 로비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강 씨에게 수십 명의 로비 리스트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 지역의 검·경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강 씨의 로비가 재판 결과를 유리하게 이끈 사실이 확인됐다. 2007년 3월 강 씨 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진위 여부를 다투지 않은 채, ‘1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이 무겁다’며 양형의 부당성만 주장한 바 있다. 범죄는 맞지만 징역형을 받을 만한 잘못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당시 2심의 재판부는 결국 “형식적으로 부사장의 직책을 가졌을 뿐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면서 징역형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형량을 대폭 낮췄다. 1심에선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유사수신행위를 한 강 씨의 혐의가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었다. 이를 두고 강 씨의 로비가 당시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에까지 미쳤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 씨 측은 2심을 맡았던 부장판사의 대학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를 공동 변호사로 선임한 데다, 부장판사와 함께 대구지법에서 근무했던 지역법관(향판) 출신 변호사를 재판에 참여시켰다. 법조계 관계자는 “향판 출신 변호사를 재판에 참여시키거나 부장판사와 연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로비’”라는 입장을 표했다. 조희팔 일당이 학교 동문, 지역 고위급 인사 등 ‘연줄’을 악용해 로비 행각을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12년부터 해마다 관련 인사들이 검거, 구속 기소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엔 대구경찰청 강력계장 출신의 권모(51) 전 총경이 구속됐다. 권 전 총경은 2008년 10월 조 씨의 업체에 압수수색을 하기 전날 9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전 총경이 압수수색 정보를 조 씨 측에 미리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전달받은 과정에서 대구경찰청 김모(49) 경위가 조 씨의 돈을 권 전 총경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김 전 경위 역시 2008년 조 씨에게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중국에 숨어 있던 조 씨를 찾아가 골프와 술 접대 등 향을 받은 대구경찰청 전직 경찰관 정모(40)씨도 지난 13일 밤 중국 공항에서 검거됐다. 2009년 중국에 있던 조희팔에게 접대 및 향응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하지만 검거 당시엔 이 혐의와 별개로 강태용에게 제과점 개업비용으로 1억 원을 받은 혐의가 있던 상황이었다. 정 씨는 강태용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도망가던 중 붙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54) 전 수사관의 행각도 눈길을 끌었다. 오 씨는 조희팔 일당의 수사 대책회 멤버로 참여해 ‘수사를 피하는 법’을 직접 가르치는가 하면, 조 씨 측에게서 약 16억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희팔 측의 뒤를 봐준 인사는 검·경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 조희팔의 측근은 2008년 박모(50) 교도관에게 수감생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만 원을 건넸다. 박 교도관은 이 혐의로 2013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관계로까지 파문 확산?

‘강태용 검거 후폭풍’이 검·경에만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구지역 검·경 중 뇌물을 받은 인사만 현재까지 7명인데, 해당 지역은 물론 중앙 정·관계 인사에는 로비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약 8개월 전인 2008년 4월, 금융감독원은 조희팔이 영남 지역에서 운영했던 ‘챌린’, ‘티투’의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포착했다. 금감원 측은 당시 대구경찰청과 부산·인천 경찰에 ‘다단계 업체의 범죄 혐의가 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통보가 적절한 대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해 정부당국은 문제가 터졌던 12월까지 약 8개월 간 금감원의 통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며 조희팔 사건을 방치했다. 이 과정에서 조 씨 측의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의 통보를 받은 대구경찰청 등의 방치가 결국 조 씨 측의 투자금 은닉 및 도피를 도와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부터 조 씨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검·경 인사들이 구속 기소되고 있다.


지난 15일 조희팔과 강태용이 한 달에 몇 차례씩 투자금에서 현금과 수표를 인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역시 로비자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인출 액수가 한 회당 최소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검찰은 인출한 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8월 조희팔의 은닉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고철수입업자 ㅎ씨(남·53)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ㅎ씨는 조희팔과 강태용의 지시로 회사 자금을 그들에게 이체했고, 하루에 1억~3억 원을 인출한 적도 있었다고 참고인 조사에서 진술했다. 검찰 측은 강 씨의 국내 송환 뒤 ㅎ씨가 진술한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대 억대의 자금이 검·경은 물론 정·관계의 로비자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강태용 리스트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조희팔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조 씨의 최측근인 만큼 강 씨의 ‘말’이 만들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생존 가능성…판 더 커질까

한편 이번 검거로 조희팔의 생존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일부 피해자들과 언론사를 중심으로 조희팔의 사망 발표에 의구심을 표한 적이 있었다. 경찰은 2011년 12월 경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현지에서 조 씨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조 씨의 사망 근거로 유족이 찍은 동영상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동영상엔 한 남성이 관에 누워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죽은 사람이 누워 있는 관이 움직였다는 등 조 씨의 사망을 의심하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한 (조 씨라고 주장되는) 화장된 유골은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망의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

지난 12일 모 언론사가 사기 피해자 모임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녹음 파일은 조 씨의 생존설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 언론사가 보도한 녹음 파일은 조희팔 조카 A씨와 조 씨 측근 B씨의 통화 내용인데, A씨는 삼촌(조희팔)이 살아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측근과 대화했다. A씨는 B씨에게 ‘이번에 가니까 삼촌이 ~하시더라’, ‘삼촌이 노발대발~’, ‘지금 삼촌은~’ 식으로 말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녹음된 시점 당시 조희팔이 살아 있고 조카에게 여러 이야기를 한 셈이다.


문제는 녹음이 된 시점이 2012년 2월이라는 점이다. 경찰이 발표한 조희팔의 사망 시점은 2011년 12월. 통화 녹음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조 씨는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버젓이 중국을 활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통화 내용 중 검찰 전 고위 간부, 변호사 등 고위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 검찰 간부와 검찰 전 중간 간부가 돈을 받고 구명해주지 않았다는 점, 조희팔에게 한국에 들어올 방도가 있다고 말했다는 변호사가 통화 내용에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해당 인사들이 평소 조희팔에게 금품을 받으며 친분 관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은 녹음 파일에 여러 번 등장한다. 강 씨의 검거로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검찰이 조희팔까지 검거한다면 조 씨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녹음 파일에 거명된 검찰 전 간부 두 명은 해당 언론사에 ‘그 사건을 잘 모른다’는 요지의 입장을 표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조 씨의 생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지난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지만, 이내 “명확한 것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씨의 생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만일 조희팔의 생존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찰의 부실수사 및 은폐·유착 비리 등이 큰 사회적 파장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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