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고등학교 역사 수업시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월호 선장에 비유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죽였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이 수업 자료로 활용됐다. 이같은 사실은 편향된 강의내용에 반발한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했던 교사를 신고하며 알려지게 됐다. 신고한 학생은 “종북(從北) 성향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한홍구(56)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의 강연을 왜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보여주느냐”며 “강연은 보수를 깎아내리고 진보를 찬양하는 매우 편파적인 강연이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필요한지 보여준 사례”
지난 13일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에 따르면 이 단체가 운영하는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에 지난 9월 18일 A고교 2학년 담임교사 B모씨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편향된 역사 관련 동영상을 보여줬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영상은 한홍구 교수가 ‘세월호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의 한 강연장에서 2시간 분량의 강연을 담은 것으로,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
한 교수는 영상에서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기 전 피신 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 당시 속옷바람으로 탈출한 선장 이준석씨에 비유한 뒤 “이 대통령이 다시 서울에 돌아온 날부터 세월호 죽음의 항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南勞黨·1946년 11월 서울에서 결성된 공산주의 정당) 활동을 하다 잡혔지만 만주에서 함께 지냈던 수사책임자 김창룡(육군 특무대장)이 풀어줬다고 역설하며 “김창룡이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죽여도 될 사람을 하나 안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를 그때 죽였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언니(박근혜 대통령)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건데 그때 죽여버렸으면 역사가 바뀌었다”고도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A고교에서 해당 동영상을 상영한 교사와 교장, 교감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을 보여준 교사는 학생들이 주운 휴대전화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정의(正義)’를 강조하려고 한 행동이고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전·현직 대통령들의 공과(功過)를 이성적으로 다루기보다 ‘저주’를 퍼붓고 있는 셈인 문제의 강연은 그 표현도 도저히 교육자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정잡배 수준의 ‘저질’이라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의 한 교사는 “좌편향을 넘어 친북·종북(親北從北)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확산시키는 역사교사가 한둘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을 폄훼하고 교육을 오염시키는 저질 교사들을 교단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홍구 동영상’에 대해 언급한 뒤, “왜 새누리당과 정부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책위 의장은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아이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편향된 내용의 수업도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역사교육은 이념의 도구가 돼선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한홍구 교수는 김일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추켜세운 전형적인 종북좌파 교수”라며 “어떻게 이런 사람의 발언이 여과없이 교실에서 횡행하는지 여기가 대한민국 교실인지 종북 좌파 이념을 세뇌하는 혁명전사 양성소인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 교수를 맹비난했다. 그는 “관계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중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누구?
북한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으로 주장해온 한홍구 교수는 독립운동가 한기악 선생의 손자이자 학술전문 출판사 일조각(一潮閣)의 창업자인 한만년(1925∼2004년)씨의 4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제헌 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던 유진오(1906∼1987) 신민당 당수다. 유 박사는 제헌 헌법 토대를 세우고 이승만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냈다.
한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사학 학사와 석사를 하고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 독립 투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강사와 성공회대 외래교수로 활동해오다가 2000년부터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05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체성이라는 말을 수구 세력이 하는 데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군사 반란으로 유신 체제를 세우고 헌법을 짓밟은 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선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이 해산 선고를 받은 데 대해 “어렵게 이룩한 민주화가 공안 세력들에 의해 다시 짓밟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대한민국을 자기들 것으로 천년만년 누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4년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상근위원으로도 활동했고, 2005년부터 평화박물관 추진위원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이면서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해왔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