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감청 재개하면 공안 수사에 탄력?
카카오톡 감청 재개하면 공안 수사에 탄력?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0-19 09:31
  • 승인 2015.10.19 09:31
  • 호수 1120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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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측 감청영장 불응 방침 철회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카카오톡(Kakao Talk)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이 재개된다. 검찰과 팽팽하게 맞서온 카카오가 1년 만에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불응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감청 영장 발부 및 집행은 대부분 간첩이나 공안사건과 관련돼 있다. 감청 영장은 특정 범죄 혐의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통신에 대한 일종의 제한조치다. 과거에 발생한 통신자료에 대한 압수수색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감청 영장은 법에 의해 그 대상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카카오 “익명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최소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대상은 형법상 내란 및 외환, 살인, 체포 및 감금, 약취, 유인, 인신매매 등과 군형법상 반란 및 이적, 항명, 국가보안법 위반, 마약범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 상습강도·절도, 보복범죄 등 일부 ‘중범죄’에 국한돼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사이버 명예훼손 등은 대상이 아니어서 현행법상 감청은 불가능하다.


현재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의 경우 유선전화 감청 장비는 보유하고 있지만 불법도청 사건 이후 휴대전화 감청 장비는 아예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선전화 외에 휴대전화 간 통화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IT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감청을 하려면 서버에 감청 장비를 연결해야 하는데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은 그런 장비를 보유하지도 그럴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감청이 재개되면,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위축돼 있는 공안사건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시간 감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당국이 대부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관련 증거를 수집해온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와의 감청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문에 “양 기관이 원만하게 제대로 집행하는 걸로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과정만 꼬집어 추릴 수 없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는 “일단은 해당되는 부분에서 개인 인적 정보는 전부 삭제하고 내용만 1차적으로 받아 범죄와 관련성이 있다고 소명되는 부분을 별도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다만 “지난해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익명 처리한 사람 중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 대상자를 특정해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면서 “이 때도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엄격히 절차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시대 정보인권 침해의 핵심은 하나의 영장으로 수십, 수백명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조치로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되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통신제한조치 협조 중단 이후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용자 우려와 함께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사회의 서로 상반된 주장과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협조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감청 대부분은 국가보안법 사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카카오톡·네이버 등 패킷 감청(Packets monitoring·패킷이 오가는 길목인 인터넷 회선에 접근해 그 내용을 엿보거나 가로채는 방법)’ 자료 분석 결과 지난 2013년 전체 인터넷 감청은 총 1천887개 회선에서 이뤄졌다. 이중 95.3%인 1천798건이 국가정보원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음카카오는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해 147건의 감청 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아니라 영장 발부 이후 특정 시점부터 일정 기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 사실상 실시간 감청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효과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진 않았던 셈이다. 


다만 이 경우는 감청영장으로 감청이 아닌 사실상 압수수색을 한 것이 돼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청 영장이 압수수색 영장보다 사생활 및 개인비밀 침해여지가 훨씬 크다”며 “감청 영장을 갖고 압수수색 집행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와 감청 영장으로 감청만 할 수 있지 압수수색을 하면 위법하다는 견해가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3천800만 명에 육박하는 이용자. 이미 우리 일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메신저. 카카오톡. 카카오가 감청영장 협조 방침을 밝히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단체대화방에서 수사대상 외 참여자를 익명 처리해 대화 내용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추후 익명 처리한 참여자가 범죄 관련성이 있어 자료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제시하면 당사자의 통신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사용자 급감과 같은 큰 영향이 없을 테지만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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