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 관계자 청와대·군 유착 정황 있다”

[윤지환 기자] = 국방부의 신형전투화 보급 사업이 시작 전부터 여러 문제들로 삐걱거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호(제 893호)를 통해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투화 납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신형전투화 보급 사업을 두고 또 다른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이번 전투화 사업 입찰에 청와대 관계자와 국방부 관계자가 개입해 특정 업체가 사업권을 따낼 수 있도록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방부가 국민의 혈세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예산절감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내에서도 이번 전투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직 전투화사업에 대해 이렇다 할 수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관련법안 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기준 낸 국방부 엉망 행정
국방 사업 뒤에 여권 관계자 연루 의혹… 검찰 수사 중
전투화 제조사들 “접착불량 전투화는 국방부의 전시행정 결과물”
P 업체 관계자, 청와대 S씨와 두터운 친분…S씨 입찰 개입 소문
국방부 납품비리가 연이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납업체들이 연간 240억 원 규모의 군용 건빵과 햄버거용 빵 납품 입찰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입찰 예정 가격을 사전에 빼내 순번을 돌아가며 최저가 낙찰을 받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경찰은 방위사업청 담당 공무원들이 입찰정보를 유출하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윗선에 상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산지검은 한 방산업체가 조성한 비자금이 한나라당 중진 A의원에게 흘러들어 간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군 특수부대 등에 낙하산을 납품하는 군납업체 A사가 원자재와 인건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1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D사의 오너인 김모씨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국회 국방위 소속 A의원 등 3~4명의 의원에게 비자금 중 일부를 전달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툭하면 터지는 군납비리
해군에서도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함정 음파탐지기(소나)를 납품하는 B사도 A사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경남본부세관은 최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소나 납품업체 B사 등 부산·경남 지역 5개 방위산업체에 대한 관세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전투화사업 납품입찰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사업 뒤에 있다”는 소문이 전투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전투화를 제조하는 K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사업기획과 더불어 입찰공고에서부터 사업설명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라며 “설명회에서 입찰희망업체에 나눠준 자료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둘이 아니다. 관련법을 살펴보면 물품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 책정 기준은 있지만 항목별 배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방부는 입찰 희망업체에 정확한 배점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관련법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에 따라 협상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해당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의 이행실적, 기술능력, 사업수행계획, 재무상태 및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계약체결기준에 따라 세부기준을 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려는 자가 그 기준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들어 “국방부의 기준은 관련법을 무시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설명회에서 배포한 제안요청서에는 배점에 대한 세부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이에 여러 업체에서 물품 심사 항목별 배점을 공개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청와대 관계자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현재 사업제안서를 보면 특정업체의 조건에 맞춰 제안서를 만든 느낌이 다분하다. 이 특정업체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S씨와 가깝다고 한다”고 말했다.
있는 예산 몽땅 다 쓰자?
또 다른 전투화 제조사인 L사의 관계자는 “국방부의 이번 사업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라며 “모든 국가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바른 선택과 더불어 예산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절감에 대해 가장 비중을 작게 뒀다. 국방부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배점 비율을 정하면서 예산부분을 고작 10%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예산절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라며 “그런데도 단가에 대한 점수 비율이 고작 10%라는 것은 지금까지 사업자 선정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예”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도 이번 사업에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과 관련된 한 국방부 인사가 과거 물새는 전투화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과 P업체를 비공식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공식적인 업체 실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단순 업체 방문이었다. 입찰을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입찰 참여가 유력한 업체를 방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의혹은 이뿐 아니다. 이 국방부 인사가 방문했던 P업체에 근무하는 고위 관계자는 S씨와 매우 가까운 관계로 소문나 있다. 전투화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이 관계자는 국방부 입찰공고 전 S씨를 수차례 만난 적 있고 S씨는 이번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모순된 국방부 발표에 반발
이에 대해 P업체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P업체 관계자는 “시중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우리 회사는 청와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 전투화 사업 참여여부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온다니 어치구니 없다”고 세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한편 국방부 발표에 대한 업체들의 반박이 거세다.
국방부는 사업자 선정입찰과 관련해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언론은 지난달 25일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날조된 내용이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입찰에 대기업 참여 및 유명 등산화전문업체가 대거 참여했으며 업체로는 K2, 블랙야크, 트랙스타 등이 참여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2와 블랙야크는 사업신청도 안 했고 대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국방부는 “기능성전투화 조달계약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달방식을 변경하고 우수한 기술을 가진 대기업이 전투화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산공정 중 봉제공정을 국외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능성전투화는 기존 전투화보다 130g정도 가볍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국방부는 봉제공정과 관련해 국외제조를 불허해 왔다”며 “이 때문에 전투화제조업체 중 국외공정라인을 갖춘 업체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국외제조를 허용하는 것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어 “2010년 불량 전투화 사건 같은 일이 없도록 한 업체만을 지정해 모든 공정을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업체들은 “불량전투화사건은 국방부의 허술한 전시행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이 같이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한 업체만을 지정해 모든 공정을 맡기는 것은 군수품 특성상 비상시 물품공급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시킨다. 아울러 피팅테스트(fitting test: 전투화를 장병들이 훈련 시 착용해본 뒤 문제점 등을 평가하는 것)도 없이 한 업체를 선정해 물품공급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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