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7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이 6개월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올 시즌도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1위 자리를 위협했던 NC의 무서운 기세와 가을야구가 두산, 넥센으로 압축되면서 전국구 재벌 구단들의 추락, 6위로 깜짝 마무리한 한화의 고군분투기는 올 시즌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원동력이 됐다. 첫 10구단 체제로 숨 가빴던 프로야구를 만나봤다.
야구팬 관심은 한화…6위에 그쳤지만 흥행과 위상은 1등
엘롯기 부활에 구단주 근심걱정…바뀌는 KBO 주도권
올 시즌 88승56패를 기록한 삼성은 정규 시즌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올해는 리그 규모가 커지면서 구단들마다 체력과 선수자원을 놓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삼성은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또 2013년을 제외하고는 승률 6할을 넘어서며 여전히 최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14일 이후로는 줄곧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팀 타율은 무려 3할(0.302)을 넘었고 팀 평균자책점도 4.69로 안정적이었다. 윤성환이 17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차우찬, 피가로(이상 13승), 클로이드(11승), 장원삼(10승) 등 선발 5명이 두자릿 수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삼성의 우승 비결은 단연 완벽한 투타 밸런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베테랑과 육성선수들의 신구조화 역시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시즌 최종전까지 역대 최소 경기 400승을 기록한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이 팀에 완전히 뿌리 내리면서 다음 시즌에서도 삼성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다음 목표로 사상 최초 한국시리즈 5연패를 노리고 있다. 2011~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해태 타이거즈(1986~1989년)와 타이기록을 세운 만큼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와일드카드로
금은동 메달 탄생
1등자리에 정통 강호인 삼성이 자리하고 있다면 올 시즌 유일하게 삼성을 괴롭혔던 신흥 강자 공룡군단, NC의 성장세 또한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NC는 1군 무대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강팀의 면모를 갖췄고 올 시즌에는 막내 팀이 누리던 혜택도 내려놓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1위 자리를 위협해왔다.
이들은 폭발적인 방망이와 발야구를 접목시켜 상대를 괴롭혔다. 테임즈(140개)-나성범(135개)-이호준(110개)으로 이어지는 막강 트리오는 무려 385타점을 합작하며 폭발적인 위력을 과시했다. 팀 도루는 204개로 2위 삼성(157개)를 압도했고 무려 9명의 타자가 규정타석에 진입하는 등 주전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해 냈다. NC역시 구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어 가을야구의 돌풍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반까지 3위 자리를 놓고 벌어진 대결도 치열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 베어스는 8월 중순까지 삼성, NC와 3강을 형성하며 명예회복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점점 뒤로 밀렸고 넥센 히어로즈와 경쟁을 벌인 끝에 지난 3, 4일 KIA 타이거즈를 연파하며 당당히 3위 자리를 확정했다.
특히 올해부터 3위는 올림픽 동메달 수상자를 연상시켰다. KBO는 새롭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해 4위는 5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했고 3위는 준 플레이오프에 직행토록 했다. 이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룬 넥센은 SK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위에 안착했다.
중하위권 혈전 흥행주도
올 시즌 최대 격전지는 1위 자리도 3위 자리도 아닌 5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혈전을 벌어졌다. 당초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5위 자리를 굳건히 했었다. 하지만 8월 이후 체력적 한계와 자원 부족에 시달린 한화는 8위까지 추락했고 종종 무리한 선수운영을 선보여 비난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그사이 SK, KIA, 롯데 자인언츠 등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며 와일드카드를 잡기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였으나 최종 승자는 SK가 차지했다. SK는 시즌 초 우승 후보로 꼽혔을 만큼 불안요소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8위로 처져 포스트 시즌 탈락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지난 16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0승 6패로 선전하며 5강행 티켓을 손에 넣으면 마지막에 웃었다. 다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에게 가을야구를 내줘야 했다.
KIA는 지난 3, 4일 두산에게 연달아 무릎을 꿇으며 5강 꿈을 접었고 롯데도 막판 경쟁에서 밀리면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LG 트윈스는 시즌 초반부터 베테랑 선수의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 일치감치 가을 야구 진출의 꿈을 접은 바 있다. 더욱이 LG는 시즌 중반부터 젊은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는 등 세대교체까지 노렸으나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즌이었다. 결국 이들은 정규시즌 9위로 막을 내렸다.
10위 자리는 막내구단 kt 위즈의 차지였다. kt는 개막과 함께 11연패 늪에 빠지며 갈피를 못 잡다가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전력을 재정비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절정에 이른 8월에는 승률 5할을 넘기기도 해 다음 시즌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단들마다 제각각의 사연 으로 명암이 엇갈렸지만 올 시즌 단연 흥행 주역은 한화로 손꼽힌다. 한화는 2년 연속 3할 대 승률,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무기력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팀의 색깔 바꾸기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한화는 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44승 40패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후반기 24승 36패로 밀려나며 아쉬운 6위에 머물렀다.
또 후반기 부진과 선수들 혹사 논란에 휩싸이며 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기도 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5위 싸움을 이어가며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한화를 선보였다.
특히 한화의 변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올 시즌 홈 72경기 중 21차례나 매진을 기록해 역대 최다 기록을 넘어섰고 관중수도 65만7385명을 기록해 역대 최다 관중인 2012년 51만9794명을 훌쩍 넘어섰다.
무릎 꿇은 전국구
이처럼 후반기 프로야구 흥행을 중하위권 구단들의 한국시리즈 같았던 격전이 책임졌지만 결과적으로 명실상부 명문 구단을 자처했던 전국구 구단들이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일명 ‘재벌 구단 수난기’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때 부진의 아이콘이었던 엘롯기 동맹(LG·롯데·기아)이 다시 부활해 눈길을 끌었다. KIA와 롯데, LG는 나란히 7~9위를 차지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물론 동반 부진 속에서도 3개 팀간의 온도차는 분명하다.
막판까지 5위 싸움 벌인 KIA는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가운데 신인급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는 개막전부터 불거진 팀 내 분열의 여파가 시즌 내내 이어졌다. 3할 타자를 무려 5명이나 거느렸고 25홈런 이상 친 타자도 4명이나 포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지난 5월 9위로 추락한 뒤 더는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주저 않았다. 특히 LG는 베테랑의 기량 저하와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면서 여러모로 실망스런 시즌으로 마무리 했다.
반면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NC와 넥센이 올해도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신흥 강팀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존 재벌기업이 모기업인 구단과의 팀 운영, 관리 등 다양한 면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면서 변화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문화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프로야구 주도권을 놓고 전통 구단과 신흥 강팀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어 향후 더욱 거세질 신흥구단들의 새바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쏟아진 대기록
최다 관중 견인
올해 유독 구단들의 치열한 공방전에 시즌 초반부터 불면서 한국프로야구는 역대최다 관중 신기록을 작성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는 총 736만529명의 야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인 2012년 715만6167명은 이미 지난달 30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kt의 합류로 첫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팀당 16경기씩 80경기가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 특히 경기당 1만223명을 기록해 지난해 경기당 1만1302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해 줄었지만 지난 5월 말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등 여러 악재를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또 올 시즌에는 이승엽의 개인 통산 400홈런, 에릭 테임즈의 40홈런-40도루 등 각종 진기록 들이 쏟아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으로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게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관중 동원의 일등 공신은 단연 한화로 꼽힌다. 한화는 홈 경기 21경기, 원정경기 14경기 매진이라는 흥행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와 더불어 올 시즌 매진을 기록한 전체 64경기 중 한화 경기가 35경기로 절반이상을 차지해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한편 2015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은 지난 7일 개막해 막바지 열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열린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넥센이 승리했고 10일부터 3위 두산과 준 플레이오프(3선승제)가 펼쳐진다. 이후 18일부터는 정규시즌 2위인 NC와 준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3선승제)에서 격돌하며 26일부터 정규시즌 1위 삼성과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4선승제)를 펼치게 된다.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과 넥센의 감독은 굳을 결의를 다짐해 한 치의 양보도 없다고 엄포를 놨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9일 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넥센과 페너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상대를 잘 알고 있다. 어린 투수들이 역전패를 많이 당했지만 후반 들어 자신감도 생겼다”며 “9월 들어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즐겁고 재미난 경기를 할 것 같다.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와일드카드를 통해서 어린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분위기에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해보다 팀워크가 단단하게 형성돼 감독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가장 희망적”이라며 “한 경기 한 경기가 절실하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각오를 전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