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MB 남북정상회담 북한에 사정할 수밖에 없는 내막
심층분석- MB 남북정상회담 북한에 사정할 수밖에 없는 내막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6-07 16:11
  • 승인 2011.06.07 16:11
  • 호수 89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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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한 돈 봉투 줬다” 폭로 후폭풍

“북미 극비합의문 서명 이미 끝났다” 북 실세는 장성택
북한 지하자원 채굴권 둘러싼 미·중 간 대립 현실화
“평화전도사 카터 미국 밀사” 남한 사실 몰라 MB 개망신


[윤지환 기자]북한이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 측은 북한의 폭로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에서 “남측이 5월 9일부터의 비밀접촉에서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 열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같은 발언으로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됐던 남북비선접촉의 실체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일요서울]은 그동안 “남북이 정상회담개최 합의를 위해 제 3국에서 계속 비선접촉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북측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남한이 남북간의 교류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뿐 ‘민족통합’이라는 대업에는 관심이 없다”는 남북통일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폭로를 두고 “북한이 사실상 남북 간의 대화 종료를 선언한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북측은 “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국가정보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 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이 나와 비밀접촉을 했다”고 밝히면서 “저들은 이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일정을 모두 잡아놓고 있다고 했다”며 비선접촉사실을 폭로했다.

북한이 남측의 비선접촉실무자 이름을 공개한 것은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방위 대변인은 “이들은 우리와 한 초기 약속을 어기고 천안호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우리의 사과를 받아내려고 요술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북측이 “우리와 무관한 사건과 정당한 자위적 조치를 두고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아주자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서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북에 빼앗긴 주도권

북측의 이같은 발언은 일부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남북이 비선접촉을 할 때부터 “남한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북한에 사정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직후 “곧 북한이 중대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며 “북한은 이 대통령과 남한 정치인들에 대해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북한은 더 이상 ‘한민족’이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발언은 이 소식통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북측 대변인은 “이명박 역적패당이 진정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애당초 그 무슨 베를린 제안과 같은 악담을 늘어놓지 말고 비공개 접촉 사실을 왜곡해 신의 없이 공개하는 연극도 놀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상회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정적으로 이 대변인은 문답에서 “남측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이 발언에 대해 “북한이 말한 돈 봉투는 진짜 돈 봉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한 사람들은 이런 면에서 참으로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북한이 말한 돈 봉투는 상징적인 것이다. 경제지원과 대규모 대북투자 등을 조건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정부 관료가 비선접촉에서 촌지를 건넨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다른 발언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북측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돈 봉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남측의 정치적 제안을 ‘돈 봉투’의 부정적 느낌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명박

이와 함께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단절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소식통들은 “북한과 미국이 극비리에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이유는 북한의 지금 실세가 김 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북한 전문가는 말한다.

제 3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실세는 장성택이다. 군부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장성택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추진한 배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 전문가는 “미국의 카터는 지난 방북을 통해 매우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남한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카터를 평가절하했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라며 “카터는 사실 미국의 중요한 밀서를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방북한 것으로 남한은 북미 비선접촉에서 철저히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남측은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바보’가 된 것에 다름 아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핵문제에 대해 부분 합의했으며 경제협력안에 대해서는 이미 협상을 마친 상태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이 오래 전 체결한 자원 개발권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는 중국보다 훨씬 순도가 높은 고품질일 뿐 아니라 그 매장량도 최소 수백조원어치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관련 학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다시 말해 남한은 북한의 막대한 지하자원을 코앞에 두고 정보력과 외교력 부재로 놓치게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 북한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자원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려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남한은 정치적으로 북한을 이용할 생각만 하다 국가의 장래가 달린 대업을 놓친 꼴”이라고 전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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