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1억 원 습득으로 본 ‘검은 돈’
타워팰리스 1억 원 습득으로 본 ‘검은 돈’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10-12 09:57
  • 승인 2015.10.12 09:57
  • 호수 1119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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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5만 원권 60조 넘어…‘10조 규모’ 상품권도 불법 유통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타워팰리스 1억 원의 주인이 나타났다. 이 돈은 이사 과정에서 잘못 버려진 돈으로 밝혀졌다.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1억 원은 주인이 쉽게 나타나지 않아 ‘검은 돈’이란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검은 돈에 대한 의혹은 곳곳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4일 만에 나타난 주인…단순 해프닝 불구 관심 여전
불거진 의혹에 지하경제 관심…음지 영역 규모 여전

검은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은 돈으로 악용되기 쉬운 영역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회수되지 않은 5만 원권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동안 시장에 풀린 5만 원권은 104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돈의 규모가 6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저금리인데다 보관이 편리해 회수율이 다른 지폐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는 5만 원권이 지하경제와 관련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품권 시장도 우려가 크다. 최근 상품권 시장은 모바일 부문의 가세로 규모가 연간 10조∼11조 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규제하는 법규는 미흡하다. 특히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돼 당국의 감독을 사실상 받지 않는 영역에 속해있다.

때문에 현금처럼 통용되는 상품권이 돈세탁이나 리베이트 제공 같은 불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고액의 상품권이 기업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수수 수단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 용도로 쓰일 여지가 많은 것이다.

더욱이 최근 신세계 위조 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상품권 시장을 어지럽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국내 지하경제 규모는 약 309조 원에 이른다. 이는 GDP(국민총생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지하경제 규모가 여전하고, 곳곳에서 지하경제로 흘러가는 돈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타워팰리스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1억 원 돈뭉치가 받은 오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결과적으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에 대한 시선이 의혹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네티즌들은 “설마 1억 원을 잃어버렸겠냐”며 “검은 돈이 아니면 왜 찾아가지를 않냐”, “거액이 없어졌는데도 바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서 사연이 있는 돈일 것”이라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거액의 돈을 잃어버린 주인이 이틀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자 ‘검은 돈’이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오해 당연한 상황?

앞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수표 100장은 순식간에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청소 일을 하던 60대 여성 김모씨는 100만 원짜리 수표 100장이 든 봉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수표는 4개 은행, 12개 지점에서 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타워팰리스 1억 원의 주인은 4일 만에 나타났다. 주인으로 밝혀진 A씨는 지난 6일 경찰서에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 수표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함께 살고 있던 아버지가 이사 비용으로 마련했던 돈”이라면서 “대구에 있는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이사를 준비하면서 가사도우미와 여러 지인들이 짐 정리를 도와 누가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표는 대구와 경북지역 은행 12개 지점에서 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가 증거로 제출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통장 거래내역, 인테리어 계약서 등도 사실로 확인됐다.

A씨는 “부주의로 주민들에게 심적 고통을 줘 죄송하다”며 “습득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신고자 김모씨에게 500만 원 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팰리스 수표 사건으로 습득한 돈에 대한 소유권과 보상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습득한 돈의 실제 주인이 나타나면 5~20%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타워팰리스 습득 수표의 경우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6개월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라면 액면가의 22%를 제외한 나머지 돈은 습득자 소유가 된다.

실제로 이삿짐센터에서 근무하는 B씨는 이삿짐을 옮기던 중 1000만 원을 습득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고, 주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지만 6개월 동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 없는 돈이 된 1000만 원은 세금을 제외한 750만 원가량이 B씨의 소유가 됐다.

또 길에서 10억 어음 1장, 10만 원 수표 28장, 5만 원 5장, 총 10억305만 원을 주은 C씨의 사례도 있다. C씨 역시 경찰서에 습득한 돈을 신고했고, 주인에게 돌아갔다. 다만 C씨는 보상금을 정중히 거절했다.

만약 A씨와 B씨처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돈을 써버리면 형법 260조에 따라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걸릴 수 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두고간 물건, 잘못 배달된 우편물, 착오로 받은 돈이나 물건, 또 도주한 가축 등을 돌려주지 않고 처분하면 해당된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신고 후 6개월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자의 소유가 되지만, 소유권이 넘어온 상태에서 3개월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신고자도 소유권을 잃는다. 이 후 점유이탈물은 국고로 귀속된다.

또한 습득물을 7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7일이 지난 뒤에 신고할 경우 보상금을 받을 권리와 습득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권리도 모두 사라진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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