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신동빈 회장의 단일경영체제로 굳혀진 듯 했던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경영권 분쟁 역시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현주소와 소송전으로 롯데그룹이 받을 영향을 전망해봤다.

상장 작업·시내면세점 사업에 불똥 튈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8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소송을 위해 국내에 SDJ코퍼레이션이라는 근거지를 설립했다.
이 날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와 회장직에서 해임한 긴급 이사회 소집 절차에 흠이 있다”며 “이사회 결의 자체가 무효다”고 주장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보다 앞서있다고 밝혔다. 광윤사 지분구조에서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50%로 신동빈 회장의 38.8%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즉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를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롯데 계열사 모두에서 이사직을 박탈당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격노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나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통해 바로잡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부정적 시선도 다시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전 선포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이 재점화됐다.
앞서 신 회장은 형인 신 전 부회장과의 1차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았다.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L투자회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12곳 모두 대표이사에 신동빈 회장 단독 체제로 변경돼 있다.
또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사의 지분비율 축소를 위한 기업공개(IPO), 순환출자의 80% 이상 해소,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전환 등을 약속하며 신 회장 단독체제 굳히기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롯데그룹 경영권은 또 다시 미궁에 빠졌다. 또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롯데는 글로벌기업”이라고 말해 롯데그룹 정체성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연습해온 한국어 인사말을 제외한 모든 발표를 부인인 조은주씨에게 맡겼다.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호텔롯데 등 계열사 상장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거래소 상장 요건에 따르면 기업공개를 위해서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이 없어야한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될 수 있다.
면세점 사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롯데그룹은 두산과 신세계, SK네트웍스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 면세점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다”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이용하는 건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다”며 위임장 작성 강요 의혹도 제기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