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례 구속수감 기록하게 되나

[최은서 기자] =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이 한 트로트 가수를 협박하다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조씨는 두 차례에 걸쳐 조직원까지 동원해 트로트 가수를 협박했지만 단 한 푼의 돈도 받아내지 못했다. 왕년 조폭계의 대부로 통했던 조씨는 체면만 구긴 셈이 됐다. 과거 조씨는 수차례 교도소를 들락 거리면서 폭력조직과의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전념하는 듯 했던 조씨는 이후에도 폭력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등 범죄에서 발을 빼지 못했다. 조씨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이 확정되면 총 8차례 구속수감을 기록하게 된다. [일요서울]은 ‘검찰 조폭과의 전쟁 개시 임박’ 제하의 기사(제888호)를 통해 ‘검찰이 두 인물(조양은, 김태촌)의 조직 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매우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조만간 조폭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직원 대동해 협박했지만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다
폭력조직 결별 선언에도 과거 그림자 떨치지 못해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중순부터 조씨가 트로트 가수 A씨를 협박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A씨를 설득해 협박받은 사실을 조사하는 한편 양은이파 조직원으로부터 범행 시인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을 시인했던 양은이파 조직원들이 말을 바꾸고 피해자인 A씨도 조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진술을 번복한데다 조씨가 증거를 인멸해 수사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통화 기록 등 일부 증거들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인 부탁에 조직원 동원해 협박
경찰이 포착한 사건 정황은 다음과 같다. 조씨의 지인 B씨는 트로트 가수 A씨로부터 “이 종목이 요즘 뜨고 있다더라”며 한 주식종목을 추천받았다. B씨는 A씨의 추천 주식종목에 거침없이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이 주식종목은 B씨의 기대와는 달리 하락되기 시작했다. 주식 하락에 격분한 B씨는 A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해 주식하락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B씨는 점차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조씨를 찾아가 “트로트 가수 A씨의 말만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30억 원의 손실을 입었으니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조씨는 곧장 조직원을 동원해 협박에 나섰다. 조씨는 2009년 8월 조직원 두 명에게 “당장 A씨를 내 앞으로 잡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가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호텔에 조직원 두 명을 대동한 채 나타난 조씨는 A씨에게 “조직원들 시켜서 네 다리를 잘라 땅에 묻으려고 했는데 참았다”며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 하고 당장 B씨의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
협박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달 중순 또다시 A씨에게 행동대원 두 명을 보낸 것이다. 이 행동대원들은 자신들이 양은이파임을 밝히며 “형님이 널 잡아오라고 시켰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정작 조씨는 두 차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A씨로부터 돈을 받아내지 못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조씨의 혐의는 2009년 8월에 행사한 두 차례의 협박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주식 종목이 뜨고 있다고 추천한 것에 불과한데 B씨가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이라며 “B씨는 자기 판단으로 주식 투자를 한 것인데, 손실을 보자 주식 종목을 추천한 A씨에게 책임을 모두 전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수사 중으로 두 차례 협박 이외에 또 다른 협박 등 피해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며, 조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중이다”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조씨와 조직원들이 A씨에게 폭언을 한 것 외에는 폭행을 하거나 금품을 빼앗는 등 피해를 입힌 정황은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치는 대로 조씨에 대해 공갈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수감기간 무려 19년 4개월
한편 조씨는 197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양은이파를 조직했다. 조씨는 ‘명동 사보이호텔사건’을 주도한후 전국구 조폭으로 악명을 떨쳤다. 결국 조씨는 1980년 폭력조직 결성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1995년 3월 만기 출소했다.
“출감 즉시 조직 해체를 선언하겠다”고 공언한 조씨는 수감생활 중 약혼한 동시통역사 김모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앙생활에 몰두했다. 1996년에는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보스’의 대본을 쓰고 자신이 직접 제작, 주연까지 맡았지만 다시 범죄의 늪에 빠졌다. 같은 해 억대 스키회원권 갈취사건으로 2년간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씨의 교도소 수감생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씨는 2007년 해외도박과 영화 ‘보스’의 판권을 빼앗기 위해 또다시 폭력을 휘둘러 1년 6개월간 복역했다.
조씨 본인 스스로 폭력조직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신앙생활에 전념을 공언했지만 완전히 과거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것이다. 조씨는 그동안 7차례 구속수감 됐으며, 총 수감기간은 무려 19년 4개월에 달한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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