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흔들기’ 강남 J룸살롱이 아지트?
‘박근혜 정권 흔들기’ 강남 J룸살롱이 아지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0-12 09:44
  • 승인 2015.10.12 09:44
  • 호수 111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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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 파문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발단의 핵심인물로 ‘문건’의 내용을 청와대 직원에게 건넨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최근 강남 룸살롱 업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이 내용을 받아 ‘정윤회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 역시 최근 10년 구형을 받아 철창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박 경정 또한 2007년 룸살롱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추가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중형을 선고 받는 배경이 됐다. 공교롭게도 두 인사 모두 동일한 업주가 운영하는 J룸살롱을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는 강남의 이 룸살롱이 청와대 문건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정보 교류의 주요 비밀 아지트로 두 인사가 활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논란을 일으켜 박 정권 흔들기의 본거지로 보고 있다.

- 문건유출 박관천-박동열 박씨 소유 룸살롱 출입
- 금품 수수 추가 혐의 드러나… ‘룸살롱’ 주목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검찰에서는 지난 8월 26일 강남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를 소환.조사했다. 혐의는 룸살롱 여러 곳을 운영하면서 수년간 200억 원대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다. 일주일후 검찰은 박 씨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강남의 역삼동과 논현동 일대에 2곳의 룸살롱을 통해 140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시켰다. 검찰 수사가 이례적으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단순히 룸살롱 업주가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늘상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거론되면서부터다. 박 전 청장은 9월 10일 룸살롱 업주 박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아 강남에 소재한 H세무법인과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 배경은 구속된 박 씨가 박 전 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조로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청장은 9월 16일 박 씨로부터 2011년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2014년까지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1억 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됐다.

박 전 청장은 구속전 피의자 심문에서 세무사로서 세무관련 상담을 해주고 받은 정당한 수수료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전 직 고위공무원출신으로 도주의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가 아닌 구속기소를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장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박근혜 정권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들어 정권 차원의 응징성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흥업계 ‘큰손’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 왜

사실 박 전 청장의 제보로 시작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 내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추종 세력과 박 대통령이 당총재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를 따르는 문고리 3인방 세력 간 권력암투가 있는 양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로 인해 박 정권 임기 3년차 시작부터 국정운영의 스텝을 꼬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박 전 청장은 검찰로부터 2차례 소환 조사를 받고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한편 박 전 청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문건을 작성하고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던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박 전 청장이 구속되기 이틀전인 9월 14일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직속 상사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특히 박 경정은 대통령 기록물 유출위반뿐만 아니라 룸살롱 업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까지 더해져 실형과 함께 1억 원 상당의 벌금도 구형됐다. 검찰은 이날 중형을 구형하면서 “대통령기록물을 반출해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데다 금괴 등 1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음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죄질이 불량하다’는 금품수수사건은 7년 전 사건으로 박 경정이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2007년 룸살롱 업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시가 2000만 원대의 금괴 6개와 현금 5000만 원 등 총 1억70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여기에 등장하는 룸살롱 대표는 오모씨로 이미 구속된 박 씨가 운영하던 룸살롱의 ‘바지사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 청장이 이용한 J룸살롱 역시 박 씨 소유지만 운영은 이모씨가 ‘바지 사장’으로 돼 있다.

이에 서초동 일각에서는 구속된 룸살롱 업주 박 씨가 박 전 청장 비위사실뿐만 아니라 2007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박 경정 비위사실까지 검찰에 진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업주가 운영하는 룸살롱에 두 사람이 출입했고 또한 비위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J룸살롱이 박 전 청장과 박 경정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장소였고 업주 박 씨는 비밀 장소를 제공한 대가로 두 사람으로부터 이런 저런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박 씨 구속된 지 일주일 “무슨 일이…”

<박관천 경정>
강남 룸살롱 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 씨는 친누나이자 술집마담인 박모씨의 남동생으로 강남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유흥업계 ‘넘버2’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강남 룸살롱 황제’로 통했던 이경백 씨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룸살롱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검찰이 강남의 큰손 박 씨 수사를 통해 박 전 청장과 박 경정의 룸살롱 수사와 연계한 것에 대해서 “정권 차원의 보복성 기획수사 냄새가 난다”며 “청와대 문건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정윤회 사람들에게 괘씸죄로 걸려 룸살롱 업주인 박 씨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을 넣은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 비선 실세 문건을 작성하는 데 비밀장소가 된 J룸살롱에서 ‘박지만 미행설’과 ‘정윤회-최순실 부부 이혼설’도 이곳에서 나온 작품이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지만 미행설’이란 비선실세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 출신의 정 씨가 남양주 카페 운영자를 시켜 박지만 EG회장을 미행시켰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월초까지 벌인 청와대 문건 수사과정에서 미행자로 지목된 최 씨와 미행설 유포자인 전직 경찰관, 그리고 ‘박지만 미행보고서’ 문건을 전달한 박 회장 측근 전모씨까지 소환조사해 ‘근거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윤회-최순실 이혼설’의 경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에서는 정보의 출처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박 전 청장이 최 씨와 ‘언니 동생’하던 김모씨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최 씨의 건물에서 사업을 하면서 자주 만나 최 씨로부터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등 비밀스런 내용을 듣고 이를 박 전 청장에게 말했고 이런 내용이 박 경정을 통해 문건이 작성되면서 내용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 씨와 최 씨는 올해 5월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은 비밀을 유지한다’는 비밀서약서를 작성하고 합의이혼을 했다. 검찰에서는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관련 민감한 얘기를 나눈 장소가 강남 J룸살롱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윤회-역술가 이세민 친분설’ 역시 반(反) 정윤회 인사들의 ‘룸살롱 회동’을 통해 만든 작품이라는 관측도 서초동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역술가 이세민 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산케이신문에서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를 다루며 ‘박대통령-정윤회 만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그러나 정 씨는 작년 8월초 검찰조사에서 ‘하루종일 집안에 있었다’고 1차 조사에서 밝혔다가 2차 조사에서 이 씨와 4시간 가령 함께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결국 이 씨 역시 올해 3월초 ‘정 씨와 세월호 당일날 점심을 함께 했다’고 증언하면서 재차 주목받았다.

정권을 ‘기만’한 세력 끝까지 응징?

이 과정에서 정 씨가 왜 이 씨와 관계를 처음부터 숨겼는지 그리고 무슨 관계인지가 정치권에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씨는 정 씨의 세월호 당일 행적을 밝혀줘 정 씨에게는 ‘은인’으로 비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씨는 9월22일 사업청탁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씨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지 마라”며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강남 J룸살롱은 박지만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정 씨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을 흠집내기 위한 ‘비밀 장소’로 삼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를 따르는 측근들이 검찰을 통해 해당 룸살롱 업주부터 박 전 청장, 그리고 박 경정 나아가 세무 무마한 현직 국세청 직원들까지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권을 흔든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철저하게 파악해 응징하겠다는 경고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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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휴대폰 가지고 “강남 룸살롱은 아예 못가?!”

- 위치추적시스템 있어 유흥밀집지역 ‘호출’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들의 경우 룸살롱은 ‘양날의 칼’과 같다. 대접을 하려고 하는 인사들은 룸살롱으로 데리고 가 은밀한 거래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낯선 인사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룸살롱만큼 편리한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룸살롱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스폰서(국세청, 검찰, 국정원)가 확실히 있어야 가능하다. 청와대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정기관의 든든한 지원과 ‘모종의 딜’을 원하는 사업가가 비용을 돼야 그나마 안심하고 룸살롱을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 분위기는 ‘유흥주점’에서 사람을 만나던 옛날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에 정통한 인사들의 지적이다. 청와대 직원들에게 지급된 휴대폰에 ‘위치추적 시스템’이 있어 강남 등 유흥업소가 밀집된 장소에 청와대 직원이 머무를 경우 바로 ‘호출’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꺼놓을 경우에는 ‘시말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아예 유명 유흥업소 근방은 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수의 청와대 근무자들은 서울시내 고급 요정이나 외곽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난다고 귀띔했다.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이 자주 만났다는 강남점 JS가든의 경우 중식당이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들과 정례적으로 만남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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