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마카오로 나가 사업권 따내 돈 벌어
필리핀·마카오로 나가 사업권 따내 돈 벌어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0-12 09:40
  • 승인 2015.10.12 09:40
  • 호수 111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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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폭력조직원들은…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 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3일 오후 서울 방배동 모 카페에서 칠성파 부두목 정모(남·43)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부산 최대 조직폭력조직인 칠성파 부두목이 지명수배 6년 만에 붙잡힌 셈이다. 정씨는 ‘강남 칼부림 대치사건’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진 바 있다. ‘강남 칼부림 대치사건’의 개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2009년 11월11일 조직폭력 집단인 ‘범서방파’ 조직원들과 칠성파 조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룸살롱에서 시비가 붙었고, 이 때문에 양측이 칼부림을 계획했던 사건이다. 실제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다. 한편 4일 오전 경찰은 정씨를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압송했다. 이번 칠성파 부두목 체포로 ‘조폭들의 세계’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전국 조폭이 과거보다 약세라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상당수 조폭 조직원들이 사업권 등의 이익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매매·도박 업소 알선…동남아가 주 무대 
이권 다툼 생기면 도피, 끝나지 않은 전쟁


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강력부장 심재철)는 마카오에 원정도박장을 운영하고 기업인 등 한국인에게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조직폭력배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카오에 있는 호텔 카지노에 ‘정킷방’을 운영하며 도박 알선 및 도박자금을 빌려준 혐의(도박장소개설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광주송정리파 조직원 이모(3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근 모 화장품 업체 대표 A씨가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이 대표가 이용한 카지노도 조폭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는 화장품 업체 대표 A씨 등 기업인들을 상대로 해외 원정 도박을 알선했고, 이번에 논란이 된 A 대표 역시 그 대상이었다. 이씨는 A 대표 등에게 카지노 칩을 제공하여 도박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회당 판돈의 약 1.24%를 수수료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카지노에서 돈을 번 과정은 단순하다. 그는 2011년 10월께부터 2014년 9월께까지 마카오에 있는 한 호텔 카지노 측에 보증금을 납부하고 VIP룸을 빌려 이른바 '정킷방'과 '경성방' 등을 운영하면서 해외 원정도박자들에게 카지노 칩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A씨는 불법 환전영업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1년 8월께부터 2012년 4월께까지 모두 800여회에 걸쳐 각각 73억 원 상당의 한화와 홍콩달러를 불법환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ㄱ 지역에 있는 I 술집. 지난 6일 늦은 오후에 이 술집을 방문했을 때, 가게 손님들은 여느 술집과 다름없이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홀서빙을 담당하며 손님들과 대화를 하는 여성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잔잔한 음악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가득했다.


평범한 듯 보였던 I 술집은 사실 조직폭력배(조폭)들이 자주 모이는 ‘아지트’다. 이 술집을 운영하는 자 역시 조폭이다. I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B(여·26)씨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바(bar) 형태의 술집이지만 사실 뒤에선 조폭끼리 도박의 한 유형인 포커를 친다”며 “판돈만 수천에서 수억이 오가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근방의 모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도 조폭인데, 이 곳에서 조폭들이 자주 모인다”며 “거의 조폭들의 아지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동남아로 가는 조폭
사업 이권 다툼 난무

실제로 본지 기자가 방문한 이날, 조폭들 간의 사소한 언쟁 등 다툼이 오갔다. 술집 뒤편에서 고성이 오갔지만 손님들 대부분은 익숙하다는 듯 자리를 뜨지 않았다. B씨는 “이런 일이 꽤 있었고, 이 술집의 일부 단골손님들은 운영자와 자주 모이는 남자들이 조직원이란 사실을 알 것이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도박 판돈 때문에 언쟁이 오가는 경우도 많지만, 사업권 문제로 고성이 오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동남아 사업을 두고 뒷말이 많다고 B씨는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약 2년 간 유학한 경험이 있다는 C(여·24)씨는 조폭들의 모습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C씨는 “필리핀에서 살인사건을 비롯해 한인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내가 아는 사건 중 대부분은 조폭들 간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또 “필리핀엔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같은 소규모 사업이 꽤 있다. 이런 사업 중 상당수가 한국 조폭들이 운영하는 것”이라며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며, 한 업체 사장인 40대 조폭 남성은 한국을 오가며 (내가 필리핀에 있었을 당시) 사업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필리핀 내에서 성매매나 도박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조폭들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조직원의 발언도 C씨의 발언에 신빙성을 더했다. 올해 초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D(남·39)씨의 경우도 이에 속한다. 그는 필리핀 유명 카지노에서 도박 이권사업에 개입했고, 이 사업이 여러 조폭들 간의 싸움으로 번지자 한국으로 귀국한 것이다. 그는 “수십억에 달했던 재산이 한 번에 무너졌고, 다른 조직원들과 이를 두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도피를 한 셈”이라며 “한국 조폭들이 필리핀, 마카오 등 동남아시아로 많이 건너가는데 대부분 돈을 쉽게 벌고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해 돈을 벌 목적으로 필리핀에 갔다. 카지노 도박을 통해 수십억의 돈을 벌었다는 D씨. 그는 “한국인 딜러들은 아니지만, 사업권을 따내거나 뒤에서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당수 조직원들은 유흥업체·도박 등을 통해 돈을 번다”며 “이 중 일부는 나처럼 일반인들이 만질 수 없는 돈을 번다”고 답했다. D씨는 “하지만 사업권이나 돈을 벌려는 등 돈과 관련된 문제가 개입되면 조직원들 간의 반목이 심해지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잠시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데, 지금도 날 찾는다는 소식이 간혹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업이 망하거나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다른 조직원들의 수익에 차질이 생길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앞으로는 조직 생활에 몸담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D씨는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한 상태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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