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급식비리 파문 일파만파, 횡령금만 4억 넘어
충암고 급식비리 파문 일파만파, 횡령금만 4억 넘어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0-12 09:36
  • 승인 2015.10.12 09:36
  • 호수 111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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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챙기려 애들 밥그릇 뺏다니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충암중·고 급식비리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지난 4월2일 충암고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은 밥을 먹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급식비 미납 학생을 향한 교감의 언사는 대중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일단락될 때쯤, 충암고에서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은 충암중·고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최소 4억1035만 원을 횡령한 정황을 적발했다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그간의 급식 문제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고, 급식 비리가 용역업체 등과 연관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식용유를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일부 재료들을 외부로 빼돌리는 등 이번 사건을 두고 총체적 난국이란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급식을 옮기는 일을 용역업체에 위탁했다며 2억이 넘는 돈을 허위청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급식문제 전반에 대한 고질적인 병폐를 두고 사후처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체 선정 불공정…인맥이 최고 경쟁력
감사 한다고는 하지만 개선은 글쎄


8일 오후 12시 50분경.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충암고등학교 정문을 올라가니 잔디밭이 깔린 운동장이 보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한 곳에 모여 있는데 이 학교들의 점심시간은 12시 20분부터 1시 20분까지. 잔디밭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어울려 뛰어놀고 있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충암고등학교가 보였다. 학교를 찾았을 무렵 대다수의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였다.


운동장 근처에서 두 여학생을 만났다. 충암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기다린다는 그들 손엔 간식거리가 들어있는 봉지가 있었다. 이 중 한 학생은 본지 기자에게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점에서 점심을 사먹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암중학교에 다니는 모 여학생은 “급식 때문에 아이들이 대충 점심을 때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끄러워진 이후에 급식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기는 하다”며 “하지만 급식 맛이 정말 좋아졌다거나 그런 점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충암중학교 인근에 있던 급식업체의 한 비정규직 직원은 “언론 보도 이후 급식은 정상적으로 잘 나온다”면서 “자세한 사안은 업체 관련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오후 1시를 넘긴 점심시간, 교정에 나와 있던 학생들과 급식업체 직원 등은 외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봤다.

급식업체 ‘선정’?

서울서부지검은 7일 충암중·고 급식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이철희)에 배당됐다. 충암중·고 사건은 급식의 위생문제 외에 횡령 등 각종 비리의 온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급식 비리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ㄱ도 소재의 한 학교에서 약 6년간 근무했다는 A(남·33)씨.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업체와 계약할 때 이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재직 시절 학교 급식업체와 4번의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는 A씨는 “4번의 계약 모두 문제가 많았는데, 대부분 업체 선정 과정과 관련된 잡음이었다”는 것이다. 또 “특히 가장 마지막에 계약한 업체의 경우, 업체를 선정하기 전에 상호를 학교와 비슷한 이름으로 바꿔 인지도를 상승시키려 했었다”며 “결국 이 업체가 선정이 됐는데 알고 보니 학교 윗선의 인맥 때문에 된 거였다”고 덧붙였다.


A씨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계약서, 주변 인물들에게 들은 정보 등 윗선의 인맥이었다는 ‘정황’이 다분하다고 언급했다. 또 A씨는 “급식업체 선정과 관련해 모두는 아니겠지만 상당수 학교들이 알게 모르게 이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립학교법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37조에 따르면, 사립학교가 업체와 계약을 할 때 일정 금액(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준 3천만 원)이상인 경우에는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금액 이상을 낸 업체라면 경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학교의 몫이다. 비리는 이 과정에서 벌어진다. 계약서 상 하자가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누구도 인맥을 활용하거나 뒷돈을 줬다는 의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서류상으로 명확한 증거를 찾기란 매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어린이집·유치원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ㅇ구 어린이집·유치원에 물품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 B(남·30)씨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는 워낙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원장 재량으로 선정할 수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개원 초기에 자본이 워낙 많이 든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부 원장이나 관련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익을 내려고 한다. 처음에 워낙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그쪽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급식 문제에 대해 확실히 말해줄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예고된 감사

A씨는 “교육부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감사는 꽤 신뢰가 간다”며 “물론 감사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서류를 조금씩 조작할 수 있다는 등 다른 편법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감사를 나오기 전에 학교에 미리 알리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A씨는 “물론 그렇긴 하다. 감사를 나오기 전에 ‘곧 감사가 올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감사에서 적발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식업체 선정과 시행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성장하는 학생들의 ‘밥그릇’을 두고 돈을 저울질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는 C(여·38)씨는 “충암중·고에서 일어난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었는데, 어떻게 아이들 밥을 놓고 장난을 칠 수 있는지 화가 났다”며 “지금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곳에선 급식이 잘 나온다고는 하는데, 이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많은 학부모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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