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와의 하룻밤 위해 8억 원 뿌렸다
[최은서 기자]= 수년간 회사 돈을 횡령해 명품 구입비용과 호스트바에 탕진한 간 큰 경리 여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리 여직원의 횡령으로 자금난에 빠진 회사는 만기 채권을 막지 못해 영업을 중단했다. 이 여직원은 횡령한 돈의 절반에 가까운 8억 원을 호스트바에서 유흥비로 탕진했다. 게다가 회사 대표가 횡령한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오히려 회사 대표를 납치와 협박 혐의로 고소하는 등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경리가 회사 공금을 빼돌려 회사를 위기로 내몬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 봤다. 2007년 8월 한 인터넷 장비 대여업체에 경리로 입사한 김모(25·여)씨는 5개 은행의 계좌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를 파악하게 된 김씨는 “회사 사장 간 경영권 갈등으로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입사 6개월 만인 2008년 2월 김씨는 회사 공금을 빼내 사용해야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됐다.
회사 돈 수십억 원 횡령
회사 통장에 거래 업체의 이름을 남기는 방식으로 100만 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했다. 김씨의 회사 통장 잔고에는 항상 5억 원 이상의 잔고가 있어 김씨의 불법 인출을 회사가 눈치 채지 못했다. 더구나 김씨는 회사가 할부로 구입한 장비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는데다, 빌려줬다 받은 돈으로 할부금을 되갚는 방식이라 매일 소액을 인출해도 회사가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씨가 회사 돈을 불법 인출하는 것은 처음에만 어려웠을 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자 탄력이 붙었다. 한 달 월급이 150만 원이었던 김씨는 매일 2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스스럼 없이 자신의 개인통장으로 이체했다. 김씨는 1년이 지나자 한번에 3000만 원을 이체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대담해져 간 김씨는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296회에 걸쳐 무려 회사 돈 16억7780만 원을 빼돌렸다. 심지어 회사 통장에 거래 업체의 이름을 남기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회사 돈을 마치 자기 돈처럼 유용하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씀씀이도 커졌다. 김씨는 맘에 드는 명품은 망설임 없이 구매하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사기 힘든 10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비롯해 명품 악세사리, 구두, 의류들을 사들였다. 김씨는 2억여 원을 명품 구입에 사용했다.
김씨는 회사 돈을 횡령하기 시작하면서 밤 문화에 눈을 떴다. 남성접대부가 나오는 이른바 ‘호스트바’에 빠지게 된 김씨는 출근 도장 찍듯 호스트바를 드나들게 됐다. 호스트바에서 흥청망청 돈을 쓴 김씨는 2년여 동안 무려 8억 원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도 아낌없이 돈을 썼다. 보톡스 시술 등 성형외과 시술과 피부과 시술에도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용했다. 보증금 500만 원인 월세방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던 김씨는 돈 중 1억2000만 원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이 돈으로 김씨 어머니는 보증금 9000만 원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김씨는 주식과 펀드에도 3억 원을 투자하며 재테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16억 원에 이르는 돈을 횡령했음에도 대부분 유흥비 등으로 날리는 바람에 김씨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회계장부 정리로 발각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회사를 감쪽같이 속여 왔던 김씨의 범행은 지난해 5월 결국 덜미를 잡혔다. 회사를 2개로 분리 운영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횡령 사실이 발각됐다. 인터넷뱅킹과 달리 은행에서 뽑은 법인통장 인출내역에는 거래회사 이름 대신 김씨의 실명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김씨는 해고됐고, 연매출 100억 원에 달하는 회사는 18억 원의 만기 채권을 막지 못해 지난 4월 영업 중지됐다. 김씨의 횡령으로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던 탓이 컸다. 김씨의 잘못된 행동으로 회사 직원들의 생계도 끊기게 된 셈이다.
회사 대표 최모(37)씨는 김씨에게 횡령금을 갚을 것을 독촉했다.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최씨는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해 김씨의 집을 방문하고 김씨를 수차례 만났다. 이에 오히려 김씨 가족은 최씨를 납치 및 협박 혐의로 허위 고소했다. 이후 최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씨와 김씨 가족의 태도에 격분한 최씨가 결국 김씨를 고소해 김씨는 쇠고랑을 차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3억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팔아 5000만 원을 갚았고, 김씨 어머니가 집 보증금을 빼 9000만 원을 변제하기로 약속했다”며 “김씨는 그동안 임기응변식의 거짓말로 시간을 끌어왔는데, 김씨가 횡령한 돈도 다 써버린 데다 수중에 가진 돈도 없어 변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