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 결론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
단독자살 결론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5-24 10:17
  • 승인 2011.05.24 10:17
  • 호수 89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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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십자가 사망사건

[최은서 기자]= 최근 경북 문경시의 한 폐채석장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의 사인이 단독 자살로 사실상 결론 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외부 도움을 받지 않은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및 유전자, 필적감정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살로 결론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과수가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하지는 않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때문에 문경 십자가 사건에 대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결과를 토대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김모(58)씨가 단독자살한 것으로 결론했다.

국과수는 지난 17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부검 결과 김씨의 사인은 배에 찔린 상처로 출혈이 많았고 목을 매 질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자살로 판단, 수사 종결

배 부위의 찔린 상처는 현장에서 발견된 칼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양쪽 손에 뚫린 상처는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국과수의 소견이다. 또 국과수는 김씨의 목 부위와 왼쪽 가슴 부위, 배 부위 끈 자국 역시 부검 시 제시된 끈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현장상황과 김씨의 메모를 근거로 사건을 재현한 결과 성인 남성 혼자 이와 같은 형태의 자살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발뒤꿈치가 십자가에 떨어져 있는 점과 김씨의 발 모양, 못이 김씨 양쪽 발의 피부 및 물렁근육조직만을 관통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양쪽 발을 김씨 스스로 못으로 박는 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양쪽 손에 뚫린 상처도 연조직만 손상시키고 골격에는 손상이 없어 손 드릴로 뚫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과수는 사건현장에서 면봉과, 김씨의 손톱, 면류관, 끈, 발이 박혀 있던 나무, 칼, 손 드릴 자루 부분, 혈흔이 묻은 종이 등에서도 김씨의 DNA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던 타살 여부나, 조력자 여부에 관해서는 “현장 증거물 상태로 볼 때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한 점은 김씨가 단독 자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심장약과 관련해 국과수는 심장약을 다량 복용했을 때 마비나 환각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김씨의 혈액 등에서 인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약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국과수는 김씨가 실행 당시 신체가 마비되었거나 약물에 의한 환각증세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김씨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극심한 고통을 주는 자살행위를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깊은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국과수는 “김씨의 사망 종류는 자살일 가능성이 높고, 조력자 또는 방조자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나 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경찰은 김씨가 직접 작성한 실행 계획서를 남겼고, 십자가 제작에 사용된 목제를 직접 구입했으며, 예금과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등 주변을 정리한 정황, 최근 주변인에게 한 언행 등을 종합해 자살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김씨 죽음 둘러싼 의혹은 여전

이 같은 국과수와 경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사망을 ‘자살’로 보기 힘든 정황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초 발견자인 전직 목사 주모(53)씨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사이비종교 배후론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씨는 서울에서 목회를 하다 6년 전 문경으로 내려와 한봉(토종벌꿀 재배) 일을 시작했다. 주씨에 따르면 그는 벌을 분봉하기에 좋은 바위를 찾아다니다 문제의 폐채석장이 도전해볼만한 장소라 여겨 찾아가게 됐다고 한다. 주씨는 “폐채석장 바위는 토종벌을 키우기 유리하고 아카시아 나무들이 주위에 심어져 있어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양봉업자 관계자에 따르면 “둔덕산에 위치한 폐채석장은 지대가 높아 바람이 불고 바위 위의 땅에는 아카시아 나무 등의 밀원이 있더라도 꿀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돌산인 둔덕산 땅은 높을수록 밀원에 불리하고, 바람이 세게 불면 꽃의 꿀도 빨리 마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토종벌을 키우기에는 적합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주씨에 대해 경찰은 “최초발견자 및 주변인들에게서 파악된 정황적 증거가 없다”며 “주씨는 최초발견자이자 신고자이며 수사협조자로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혼자 십자가에 못을 박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스스로 가능한 동작이라 하더라도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실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십자가 위에서 스스로 자신의 발에 못을 박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찰은 손과 발에 박힌 못은 연조직만 손상시켰을 뿐 골격 손상은 없어 고통이 덜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하다. 자해할 때 흔히 남는 주저한 흔적이 없었던 점도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발판의 크기가 김씨의 발 크기와 같은 260mm였다. 이때문에 십자가와 뒤꿈치가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도 자세가 불편해 쉽게 못을 박지 못했을 거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박기 쉬운 형태인 일자(l)형 일반 못을 쓰지 않고 기역(ㄱ)형 굽은 못을 쓴 점도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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