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낙하산’ 민영진 前 사장이 타깃 백복인 사장후보는 왜?
MB‘낙하산’ 민영진 前 사장이 타깃 백복인 사장후보는 왜?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0-05 10:40
  • 승인 2015.10.05 10:40
  • 호수 111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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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KT&G 비리 의혹 수사

‘민 前 사장의 측근이 백복인’…경영구도 비상
“횡령·비자금 연루·금품·향응 첩보 확인 중”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KT&G 비리 의혹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T&G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KT&G 서울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오전 9시 30분 수사관 30여 명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G 사옥으로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협력업체와 거래내역이 남긴 서류 등을 확보해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민영진(57) 전 KT&G 사장의 집무실과 비서실, 전략기획실 등이 포함됐다. 검찰이 지난 7월 KT&G 비리 수사를 본격화한 이래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민 전 사장이 2010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자회사 여러 곳을 인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 공금 일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그와 주변 인물 계좌의 자금 흐름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민 전 사장이 2011년 소망화장품, 머젠스(현 KT&G 생명과학)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 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그 중 일부가 민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해 썼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낙하산’으로 알려진 민 전 사장은 MB정부 시절인 2010년 2월 취임해 2013년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일주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검찰은 그동안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 거래한 KT&G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을 집중 수사해왔다.


검찰 수사 결과 협력업체로 선정된 담배갑 인쇄업체에서 6억 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민 전 사장의 측근 L모(60) 전 KT&G 부사장이 지난달 16일 구속기소됐다.


L 전 부사장과 범행을 공모한 KT&G 신탄진공장 생산실장 G모(47)씨와 업체 대표 H모(61)씨도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KT&G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의 ‘타깃’이 이미 퇴진한 민 전 사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차기 사장 후보로 뽑인 민 전 사장의 측근 백복인(51) 부사장도 수사 대상이라는 최근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결과에 따라선 향후 KT&G 차기 사장 인선과 경영 구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차기 사장 선정이 다소 성급했던 것 같다”며 “(백 부사장 수사)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문제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백 부사장이 KT&G의 남대문 부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한 용역업체에 용역비 40여억 원을 과다하게 지급했고, 백 부사장이 깊숙하게 개입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KT&G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데 개입한 정황을 잡고 계좌 추적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 핵심 증인이었던 용역업체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3년 경찰은 백 부사장이 용역업체 N사 대표 G모씨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종용했고,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증인도피)를 잡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010년 KT&G가 청주시에 연초제조창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백 부사장이 연루됐는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청주시가 KT&G가 요구하는 금액에 가깝게 매각 가격을 매겨주고 이 대가로 청주시 공무원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백 부사장에 대한 소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KT&G 측은 2일 백 부사장은 용역업체 대표를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청주 부지 매각 과정에서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재 KT&G 내부에선 백 부사장이 연루될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 방면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검찰 수사로 ‘예상 외’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두 기류가 교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백 부사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꼬투리가 잡혀 ‘낙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낙하산 사장을 시도했던 외부세력이 백 부사장 흔들기를 통해 유력인사 심기에 다시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백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확정했던 KT&G 사장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담배사업의 전문성은 물론 백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증했다”며 “특히 계열사 인수, 신설 및 각종 부동산 매각건 등에 대해서는 백 후보자가 당시 마케팅본부에서 근무했을 때 이뤄져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서 “백 후보자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상이군경회 국가사업
‘명의 대여’ 수사 착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조달청에서 공공기관 조명과 신호등 사용할 발광다이오드(LED) 제작 사업을 따낸 뒤 민간업체에 사업권을 빌려줬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상이군경회는 연 100억 원대의 LED 제작 사업을 수주한 뒤 산하 기관인 미디어사업소가 아닌 A사에 생산 업무를 넘기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LED 제작 사업권이 A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이군경회 간부 B씨가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의 불법 거래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B씨와 B씨의 딸이 각각 A사의 임원과 대표이사에 등재됐다는 점에 착안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상이군경회의 한 전직 간부는 “사업체를 직접 운영할 능력이 없는 상이군경회는 직영 대신 수수료를 받고 명의만 빌려주고, 명의를 임대한 민간사업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 등에서 국가유공자단체의 수익사업체가 누리는 각종 혜택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이군경회의 불법 대명 행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회원들의 복지에 쓰여야 할 사업 수익이 ‘검은 연결고리’를 타고 민간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제공받은 사업 자료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며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이군경회를 비롯한 국가유공자 단체가 수익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제3자에게 사업권을 대여하면 불법이다. 국가유공자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이군경회 등 국가유공자 단체는 수익 사업을 할 경우, ‘하청’이나 ‘임대’가 아닌 ‘직접 운영’을 해야 한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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