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체 앞둔 슈틸리케호, 큰틀은 짰지만 벌써 플랜B 가동
완성체 앞둔 슈틸리케호, 큰틀은 짰지만 벌써 플랜B 가동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10-05 10:38
  • 승인 2015.10.05 10:38
  • 호수 1118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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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오는 8일 쿠웨이트 전을 비롯해 13일 자메이카 평가전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매치 팀이 윤곽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소집에는 그간의 신데렐라 깜짝 발탁이 아닌 큰 틀은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발굴단계를 넘어선 조합 찾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슈틸리케 감독의 새로운 실험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깜짝 발탁 없이 조합에 승부수…불발된 김신욱·기대주 권창훈 희비 갈려
기성용 중심의 신구 조화 눈길…두터워진 선수층 주전자리 경쟁이 원동력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9일 10월에 열리는 A매치 2연전을 위한 23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번 소집명단의 큰 특징은 직전 소집과 비교해 5명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이들 모두 슈틸리케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선수라는 점에서 깜짝 발탁이 아닌 선수 간 조합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에 석현준(비로티아)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발탁해 높이보다는 빠른 속도와 공간 활용을 통해 상대 밀집수비를 뚫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욱이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신욱(울산)을 이번에도 합류 시키지 않으면서 높이 축구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음을 반영했다. 김신욱은 최근 K리그에서 가장 좋은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유독 김신욱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했지만 본선 4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회심의 카드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또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서 대표팀이 김신욱 없이 11골을 쏟아내면서 그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포워드에서 김신욱이냐 지동원이냐 고민을 했는데 지동원을 한 번 더 불러 가까이서 점검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이재성 선수<뉴시스>
미래에 초점 둔 선수구성

대신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3년 후 러시아월드컵을 겨냥해 현재보다 미래에 초점을 둔 대표팀 구성에 몰두하고 있다.

3월 이후 5차례 대표팀 소집에서 새로운 얼굴 찾기 실험이 이어졌다. 이에 K리그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호의 주전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정협(상주상무)이후 발탁된 황의조(성남), 권창훈(수원), 이재성(전북) 등은 최근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탄탄한 미래 전력으로 급성장했다.

이들은 10월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더욱이 이번 10월 소집에는 해외파가 대거 합류하면서 20명의 필드플레이어 중 K리거는 단 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K리그 대표 영건들이 나란히 승선해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입증했다.

특히 권창훈의 경우 지난달 A매치에서 남다른 골 감각을 선보이며 차세대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권창훈은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때 소집된 이후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슈틸리케 선수발굴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된다. 그는 현재 소속팀은 물론 A매치 대표팀과 올림픽팀에서 절대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소속팀 수원에서는 고종수와 염기훈을 잇는 왼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하며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8골을 기록했고 지난달 4일 라오스전 두 골에 이어 같은 달 9일 레바논 전에서도 한 골을 기록하며 국민들에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주목할 점은 권창훈을 두고 슈티릴케 감독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밀당’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권창훈은 신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서도 핵심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 권창훈 선수<뉴시스>
일관된 원칙 선순환 밑거름

이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에서도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그는 이름값과 활동 무대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에서 중동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포함시키면서 눈길을 끌었다.

직전 소집에서 제외됐던 남태희(레퀴야)와 한국영(카타르SC)이 다시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유는 그들이 휴식기를 지나 재개되는 상황이라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어서 소집하지 않았다”며 “실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점검은 다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전해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이로써 이번 A매치 소집명단은 지난 1년간 이어온 실험의 종합판으로 간주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일 중요한 것은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이제 누구나 주전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올해 경기 횟수가 많았고 두 번의 대회를 서로 다른 멤버로 치렀기 때문에 대표팀에 들어올 선수층이 두터워졌다”고 평가했다.

완성된 틀을 살펴보면 중원에는 주축멤버인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에 이재성, 정우영(고베), 황의조 등 그동안 시험대에 올랐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특히 신구 조화를 통한 시너지에 방점을 찍었던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8명의 수비라인은 A매치 평균 출전횟수가 24.3회를 기록하며 완벽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골문도 K리그 대표 수문장인 김승규(울산), 권순태(전북), 정성룡(30)이 모두 이름을 올리면서 완벽한 구도를 형성했다. 공격진도 이정협의 부상으로 올해 안 합류가 불발되면서 석현준과 지동원에게로 기회가 돌아갔다.

부상으로 또다시 플랜B

하지만 10월 A매치 훈련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슈틸리케호 벌써부터 플랜B를 고민
하는 처지가 돼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에서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슈틸리케호의 양쪽 날개 공격수를 맡고 있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부상을 당해 이번 소집에 합류가 불발됐다. 먼저 손흥민은 지난달 26일 맨체스터시티와 경기 도중 발을 다쳐 합류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지난 1일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잉글랜드에 머무를 것이다. 부상 회복에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A매치에 나설 수 없음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청용도 지난달 29일 팀 훈련 도중 오른 발목염좌 부상을 당해 A매치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말대로라면 손흥민이 이번 A매치에 사실상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꺾인 양 날개로 인해 쿠웨이트를 상대로 새로운 작전구상에 들어갔다. 쿠웨이트는 한국과 함께 G조 조별예선 3연승을 달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8위로 한국(53위)보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지만 홈의 이점을 안고 이번 경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와 중동파를 총출동시켜 쿠웨이트 전을 승리로 마무리해 확실한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다만 손흥민까지 제외된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 자원 한 명을 대체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 황의조 선수<뉴시스>
이처럼 급변한 상황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은 이미 9월 A매치에서 손흥민이 이적 문제로 빠진 상황에서도 레바논 전을 3-0으로 완승을 거둔 전력이 있고 최근 대표팀 내 분위기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합이라는 실험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슈틸리케 감독의 대응능력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또 이청용-손흥민의 공백으로 인해 K리그 영건 3인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부터 생김새까지 이청용과 많이 비교되는 이재성은 이미 지난 8월 동아시안컵에서 중앙과 층면을 오가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여기에 석현준과 함께 원톱 자원으로 분류된 황의조 역시 날개 공격수 활용이 가능하다.

9월 A매치의 샛별로 떠오른 권창훈 역시 보다 자유롭고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7개월 만에 합류한 지동원과 중동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남태희에게도 경기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이번 A매치의 주인공이 누가될 지를 놓고 선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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