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이석채 ‘제2라운드’ 이번엔 추적 따돌릴 수 있을까
검찰 vs 이석채 ‘제2라운드’ 이번엔 추적 따돌릴 수 있을까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0-05 10:36
  • 승인 2015.10.05 10:36
  • 호수 1119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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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석채 전 KT 회장 ‘131억 배임·횡령 무죄’에 항소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최근 검찰이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100억원 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월 3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치열한 싸움을 예고한 검찰과 이 전 회장의 20년 질긴 악연이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과연 검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까? 이 전 회장과 검찰의 ‘제2라운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YS정부 때부터 20년간 질긴 악연 주목
2009년 이후 검찰 수사와 무혐의 반복


꼭 7년 전 일이다.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선 2008년 KT는 검찰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당시 CEO였던 남중수 사장은 KTF와 KTF 협력업체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당시 검찰 조사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2006년 집 근처에서 조영주 KTF 사장을 만나 차명계좌를 알려주면서 매월 500만 원씩 입금을 요구했고, 이에 조 전 사장은 협력업체에 17차례 8500만 원을 송금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남 전 사장은 KTF 사장이던 2005년에도 출자회사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9000여만 원을 받았고, 이 외에도 여러 건의 뇌물 수수로 챙긴 돈이 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KT 안팎에선 KT에 대한 검찰의 칼날에 대해 “남 전 사장이 MB의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남중수 전 사장이 2007년 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서둘러 연임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 정치적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여권 핵심부가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거나 검찰이 하명(下命)사건을 처리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완전히 민영화된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어 사법처리한 경우는 일찍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죄가 있으면 구속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사 개시 훨씬 이전부터 ‘남중수 낙마설’이 제기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낙하산 인사를 시도했는데 남 사장이 이를 거절해 반감을 사게 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구속기소된 남 사장은 CEO자리에서 결국 물러나야만 했다.


7년이 흐른 지금 이석채(70) 전 KT회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검찰수사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전임 남 사장이 검찰수사로 낙마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은 CEO가 바로 이 전 회장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과정만 보면 전임자가 밟았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다가, 새 정부 출범 후 줄곧 퇴진시비에 시달렸고, 결국 검찰수사를 받았다는 점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최근 검찰은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100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KT 회장이 1심에서 ‘무죄’ 가 나오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월 3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퇴진 시비 전임자와 판박이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인정됐지만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다시 다투겠다는 것”이라고 항소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월 24일 재판부는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을 불법 영득(領得·자기 것으로 사용)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기업의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총 103억5000만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그는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임원들의 현금성 수당인 ‘역할급’(CRA·CEO Recognition Award) 명목으로 27억50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 비자금 중 11억7000만 원을 경조사비 등 사적으로 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1년 반 심리 끝에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투자에 앞서 내부 논의·외부 컨설팅 결과 등 정식 절차를 밟았으며 이 전 회장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각 회사의 가치를 낮게 잡아 배임혐의를 적용했지만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는 벤처투자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 가치를 낮게 보는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고 배임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전임 회장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 “비서실 운영자금 내지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거래처 유지 목적에 썼다”고 판단해 횡령도 무죄로 봤다.


특히 축의·부의금 사용 760회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KT의 주요 고객이나 주주, 관련 규제권자인 만큼 개인적 목적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기소된 김일영(59)·서유열(59) 전 KT 사장 역시 이날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선고 직후 “당연한 판결”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 전 회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검찰과의 20년 질긴 악연이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회장과 검찰의 악연이 시작된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김영삼(YS)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막강 실세’로 통했지만 숱한 논란에 휩싸인 점에 주목했다.


문민정부 최대 이권사업인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넘어가자 사업자 선정 당시 정통부 장관이던 이 전 회장에게 칼날이 겨눠졌다. 그는 PCS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등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청문심사 배점방식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미국에 머물며 검찰 수사를 피했고, 그 사이 정홍식 전 차관과 이성해 전 정보화기획실장 등 부하 직원들이 검찰에 불려가 구속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 전 회장은 범죄인인도청구 등 우여곡절 끝에 3년여 만인 2001년 자진 귀국 형식으로 돌아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2001년 4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검찰과 이 전 회장은 5년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무죄에 이어 2006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명예를 회복했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혐의 결백 여부와 별개로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주했고, 부하 직원들만 구속되게 한 이 전 회장의 처신은 공직 사회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 일로 한때 무대에서 사라졌던 이 전 회장은 기업 사외이사와 대학 초빙교수 등 으로 ‘야인’ 생활을 했으나 MB정부가 들어서면서 2008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2009년 초 대표적인 정보통신 기업인 KT호의 선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SK C&C 사외이사였던 그는 ‘경쟁사나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과 최근 2년 이내 임직원은 이사 자격이 없다’는 정관에 저촉돼 이사로 선임될 수 없었지만 단독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KT 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탠 김영삼 전 대통령 쪽의 부탁에 따른 결과라는 설(說)이다.


이 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회사였던 KTF와의 합병을 이뤄냈다. 유선전화를 주축으로 하던 KT가 통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선(이동통신) 쪽 KTF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KT를 회장 중심의 사업별독립경영(CIC) 체제로 전환했고, 자신의 직함을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격시켰다.


2009년 6월 1일 통합 KT를 출범시키고 회장 자리에 오른 그는 직원 3000명을 현장에 전환배치하고 6000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또한 헬로(hello)를 거꾸로 한 말로 역발상의 혁신적 사고라는 뜻을 담아 ‘올레(olleh)경영’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제시했다. 그해 11월에는 애플아이폰을 독자적으로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의 불씨를 댕기는 등 존재감도 한껏 과시했다.


이후 비씨카드와 금호렌터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10조 원대 초반이던 매출은 2010년 20조 원을 넘겼다. 미래창조과학부 한 고위 관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야 할 중요한 방송통신 정책 집행을 사실상 이 전 회장이 대신 하던 시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데는 아이폰을 도입해 삼성으로 하여금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 나서도록 자극한 이 전 회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발단은 케이블TV협회의 고발이었다. 협회는 2011년 4월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지원한 것이 방송법 위반이라며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2012년 3월 이 전 회장은 2011년 진행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 제공한 전화투표 시스템을 통해 고액 요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또 고발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그는 두 달 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았다.


2012년 5월 KT지사 근로자들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 이 전 회장이 근로자들의 시간외 수당과 휴일수당 등 총 33억여원을 미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내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의 반복되는 수사에도 사법 처리를 운좋게 피해나갔던 이 전 회장은 KT 회장직에 오른 지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2013년 2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KT가 지하철 광고사업인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스마트 애드몰은 지하철 광고권 임대 사업으로, 참여연대 등은 KT가 적자가 예상되는 이 사업에 재투자한 뒤 계열사로 편입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은 이 전 회장이 KT 사옥 39곳 중 28 곳을 손자회사인 KT AMC가 모집한 펀드에 감정가의 75% 수준으로 매각해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재차 고발하기도 했다.


KT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39개의 사옥을 매각했다. 이중 11개 사옥은 정상적인 가격에, 나머지 28곳은 감정가보다 훨씬 낮게 매각했다. 감정가보다 24∼25%정도 싸게 매각한 사옥은 2011년 노량진 강동 성남 등 20개소, 그리고 2012년 고덕 반포 성북 등 8개소였다. 이 사옥들은 모두 KT AMC라는 KT 손자회사에 매각됐다. 2011년 용산빌딩 등 20개 지사는 ‘케이리얼티1호’ CR리츠에 약 4704억 원에 매각되었고, 2012년 고덕지사 등 8개 지사는 ‘케이리얼티2호’ CR리츠에  1440억 원 정도에, 2013년 11월 이 전 회장 사퇴 직전에 5개 부동산이 ‘케이리얼티4호’ CR리츠에 약 1000억 원 정도에 매각됐다. KT AMC CR리츠의 주요 투자자는 부동산펀드, 농협, 신한생명 등이다. 또한 KT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9곳의 부동산을 팔고 이를 다시 임차했는데 매년 임대료를 최대 4%까지 올려주겠다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반면 KT가 KT AMC가 아닌 다른 회사에 팔았던 부동산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 사옥 4∼7층, 장유 사옥, 팽성 사옥 등 3곳은 2010년 Alpha Invest-ment에매각됐는데 감정평가 대비율이 106%, 숭인동 사옥, 충정 사옥, 의왕 사옥 등 7곳 또한 2010년에 GE AMC에 팔렸는데 감정평가 대비율이 103%였다. 목동 정보 사옥은 2012년에 AMC 펀드에 매각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부는 2013년 10월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분당의 KT 본사와 서울 광화문·서초 사옥, 임직원들의 사무실 및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자료 검토, 임직원 등 참고인 조사, 이 전 회장을 소환해 배임 혐의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에는 이 전 회장이 제대로 걸렸다’는 세간의 평가도 나왔다. 검찰 수사의 강도가 높아진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까?


이 전 회장은 결국 그해 11월 12일 사임했고, 작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MB의 남자’ 이 전 회장은 과연 검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까? 이 전 회장과 검찰의 ‘제2라운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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