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창업주 생가 관광코스 개발 논란
재벌 창업주 생가 관광코스 개발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10-05 10:08
  • 승인 2015.10.05 10:08
  • 호수 1118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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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구인회·조홍제 生家서…부자의 기운을 받아가세요?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성그룹의 이병철, LG그룹의 구인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창업주들의 생가가 관광코스로 개발된다. 우리나라 관광객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해외관광객들이 부자의 기운을 받아 성공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여기에 해당되는 일부 대기업들은 자신들과 협의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기업·지역 간 협의 미약” vs  “확실히 조율했다”
 향후 상호 협약 속도 따라 코스 개발 구체화 될 듯

경남 의령군과 경남개발공사, 코레일은 지난달 21일 삼성그룹과 LG그룹, 효성그룹 창업주가 태어난 생가를 관광하는 코스를 올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광 코스는 일명 부자바위로 알려진 의령의 솥바위(鼎巖·정암)와 연계됐다.

솥바위 전설은 조선 말 한 도인이 “바위의 세 다리가 뻗은  방향 20리 마다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삼성과 LG, 효성 창업주는 바위 근처 세 방향에서 태어났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은 의령군 정곡, LG그룹 창업주 연암(蓮庵) 구인회 회장은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효성그룹 창업주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은 인근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서 태어났다.

바위를 기점으로 이병철 회장의 생가는 남강을 8㎞쯤 거슬러 올라가면 볼 수 있다. 구인회 회장 생가는 솥바위에서 7㎞ 반경 안에 있고, 조홍제 회장 생가가 있는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는 솥바위에서 8㎞ 정도 떨어져 있다.

‘부자 기(氣) 받기’라는 이름의 이 관광코스 프로젝트는 재물과 건강, 장수 등에 대한 일반인의 기원을 지역 관광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대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경남 마산역에 도착해 셔틀 버스를 타고 생가를 둘러보는 코스다.

앞서 이병철 회장 생가는 타계 20주기였던 2007년 11월 일반에 완전 개방된 바 있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 광으로 구성된 이 생가는 1851년 이병철 회장의 조부가 전통 한옥 양식으로 건립했다.

구인회 회장의 생가는 넓은 터전에 짜임새 있게 배치된 한옥으로, 잘 가꾼 정원수로 유명하다. 조홍제 회장의 생가는 어른 키 높이 돌담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시골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풍수지리 연구가들 은 이 생가들이 최고 수준의 명당이라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왜?

여기까지는 취지도, 반응도 좋았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 간 개발 협약 과정에 있었다. 경남개발공사 등이 이를 추진하면서 정작 이들 세 그룹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어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벌이라고는 하나 공적 인물이 아닌 개인의 생가까지 공개 개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초 관광코스를 개발한 세 기관이 먼저 협의를 했고, 차후 기업과 자세한 논의를 하는 절차를 가질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사항을 조금 더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광코스로 일반에 개방하면, 관리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앞으로도 많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기관 등이 추진하는 일에 민간기업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 “애초에 협약서를 쓰고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경남개발공사는 구두협의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관광지 개발에 들어간 것이라고 항변한다. 경남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세 그룹 기업 경영진 및 비서진 등과 협의를 마치고 진행됐던 사항이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일어난 과정에 대해선 “관광코스 개발을 잘 몰랐던 일부 실무진들이 협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와전돼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오해가 생겼을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알고 있는 상품인데, 정말 답답하다”면서 “완벽한 코스를 만들고 상품을 개발한 뒤, 협약서를 쓸 때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지역 및 국내 관광지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업인 만큼 좋은 취지로 진행되는 사례인데, 계속해서 쓸데없는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결국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복잡해 잡음이 나왔고, 이것들이 부풀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향후 개발공사와 대기업들 간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서 재벌생가 관광코스의 모습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남 지역의 재벌생가 관광개발은 수년째 이어 오고 있는 상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아직까지 이러한 상품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의아한 일이다.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의령군은 이미 2008년부터 이병철 회장 생가가 자연스럽게 지역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음에 따라 더 많은 방문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생가 관광도 마찬가지다. 의령군은 2011년 8월 당시 교육재단과 관정 이종환 생가 조성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만 이 과정에선 재단의 기부체납에 대한 소유권 이전 소송을 거쳐야 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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