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을 가다
[르포]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을 가다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10-05 10:08
  • 승인 2015.10.05 10:08
  • 호수 1118
  • 3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수 회복 기대 하지만 소비자들 ‘반신반의’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지난 1일부터 ‘한국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됐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한국 블랙 프라이데이는 내수 회복을 위해 기획된 세일 행사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추석 대목으로 살아난 소비심리를 연장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행사 내용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가을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을 찾아가봤다.

 “대대적 홍보 비해 기대 못 미친다”
 “제조사 참여구조 아니라 한계 있어”

지난 1일 국내 처음으로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은 곳곳에 ‘Korea Grand Sale’이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건물 외벽에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백화점 내부에는 브랜드별로 할인율을 정리해 뒀고, 할인 행사 품목을 내놨다.

다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쉬움 섞인 모습이 많았다. 첫날 할인 행사 현장 분위기는 기대보다 차분했다. 화장품 매장들은 할인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으며 할인율도 대부분 10~30%가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기세일 행사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A씨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작 전부터 떠들썩하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지만 평소 세일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며 “80%까진 아니라도 50%쯤 할인되는 제품들이 평소보다 많지 않을까 기대했던 마음 때문에 실망감도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결국 원래 사던 것만 사서 간다”며 “쇼핑하면서 인터넷 최저가를 같이 검색해 봤는데 인터넷이 더 저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밖에 복수의 소비자들은 “평소 비싸서 잘 사지 못하는 제품들의 할인율은 일반적인 백화점 정기 세일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우려했던 것처럼 이월상품들만 할인을 하는 건 아니어서 괜찮은 행사라는 생각도 들지만 자동차나 화장품, 가전 등 할인 범위가 폭넓게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한국의 진행 방식의 차이점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기획하는 미국, 영국과는 달리 한국은 유통업계가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획했다.

즉 제조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할인율 설정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직접 참여할 경우에는 할인 제품을 원가에 가깝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핵심 품목들인 고가의 가전, 명품류 패션 등이 대부분 한국에서는 할인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의 할인 체감도도 낮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블랙 프라이데이는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미국에서 연말에 연중 최대 세일이 시작되는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오는 14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된다.

참여 업체 어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에 진행된다. 세일로 인해 소비심리가 호전되고, 업체들의 장부상 적자(Red)가 흑자(Black)로 바뀐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직접구매)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 제조사의 60·65인치 TV 등이 최대 60% 이상 싸게 팔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소비 촉진의 방안으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획했고, 각 유통사들도 최대 80% 할인율을 적용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카드사들도 최대 5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는 점포는 백화점 71개, 대형마트 398개, 편의점 2만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720개 브랜드가 최대 50~7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전 지점에서 패션 제품에서 80%까지 할인하며, 신세계 백화점은 패션잡화 등 6개 분야에서 최대 30% 할인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품권 증정을 통한 추가 할인도 계획 돼 있다.

갤러리아와 AK플라자도 일부 브랜드에 한해 각각 50%,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도 최대 50%의 할인율을 적용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한다.

편의점인 CU, GS25,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등과 온라인쇼핑몰 11번가, G마켓 등을 포함해 이케아, BBQ, VIPS, 맘스터치 등도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200여 곳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동참한다.

기대와 실망이 뒤섞이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소비 심리 회복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여서 소비자들만큼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중국 국경절도 오는 7일까지여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할인 품목과 할인율을 두고 나오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에서 인하된 가격의 제품을 내놓는 구조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의 논의도 지난 9월 초에 실시돼 준비기간이 짧고 정기 세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문제점은 정부와 제조업체 등과의 꾸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