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청와대 “비박계 싹을 뽑아라”
[추적] 청와대 “비박계 싹을 뽑아라”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10-05 10:02
  • 승인 2015.10.05 10:02
  • 호수 111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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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외 친박계 총동원령
▲ photo@ilyoseoul.co.kr

靑 TK 5인방 외 최상화, 민경욱 대변인 등 출마설
임기 후반기 국정동력 강화, 퇴임 후 안전판 마련 포석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 공천전쟁에 불이 붙었다.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가 맞붙은 전면전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앞에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김재원 의원과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홍문종 의원 등이 친박계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년 4·13 총선을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청와대가 직접 전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추석 담판을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합의를 본 일이 도화선이 됐다. 변형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무기로 청와대의 공천개입을 원천차단하려는 김 대표의 의도를 간파한 까닭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를 막기 위한 정치권 친박계의 전투력을 의심한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일사불란하지 못한 데다, 일부 친박계가 ‘탈박’(脫朴)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공천 경쟁에서 청와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경선제’ 불가론을 조목조목 밝힌 일이 대표적이다.

“여당 공천 룰에 의견 제시”

청와대가 여당 공천에 개입하는 건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평당원인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공천에 간여할 수 없다. 다만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국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과반의석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여당의 공천 룰 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당의 공천 룰이 야당 룰보다 선거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진다면 선거에서 패배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총선 후에도 2년 가까이 국정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안게 된다. 따라서 청와대가 공천 방식에 의견을 밝히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임기 만료 후의 안전판 마련을 위해서도 친박계가 국회에 다수 포진해 있어야 한다. 항상 새로 들어선 정권은 직전 정권의 비리나 정책실패를 파헤쳐 차별화를 시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국회에 우군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인식은 청와대 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박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선 친박계의 국회 장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유승민 파동’을 거치면서 여당 내 지원세력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공천 룰과 함께 청와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단은 또 하나 있다. 경쟁력 있는 충성파들을 대거 공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어 여당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일단은 친박계 현역 의원들이 대거 재공천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비박계나 ‘탈박’ 현역들이 차지하고 있는 선거구엔 원외의 친박계를 투입해야 한다.

결국 청와대로선 실전에 투입 가능한 범(凡)친박계 자원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엔 현역 국회의원, 전·현직 청와대와 행정부 인사,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학계 인맥 등이 총망라된다. 이들을 공천 단계에서 전폭 지원해 새누리당에 다시 친박 색체를 입히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159명(지역구 132명, 비례대표 27명)이다. 청와대와 친박계 주변에선 이들을 네 갈래로 분류한다. 첫째 ‘순수 친박계’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도 적극 기여했던 30~4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는 ‘범 친박계’ 그룹으로 30명 안팎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시절 공천을 받아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세 번째 그룹은 중도성향으로 역시 30명 가량이 해당한다.

중도성향 의원들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이명박-박근혜 후보 사이에서 저울질을 했던 재선급 이상이 많다. 나머지 60명가량은 ‘비박계’다. 비박계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처럼 원조 친박계였다가 이탈한 의원, 과거 친이계 등이 해당된다.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순수 친박계 현역 의원 보호다. 박근혜 정부를 끝까지 지원하고 임기 후에도 안전판이 될 30~40명이 재공천을 받도록 하는 일이 1차 목표가 된다. 다음으론 범 친박계와 중도성향 가운데 ‘충성 맹세’가 가능한 의원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일이다.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오르고 김 대표의 힘이 떨어지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순수 친박계에 흡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광삼, 대구 북갑 도전 채비

비박계 60여 명과 친박계로 편입되려 하지 않는 중도성향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에 친박 성향의 원외 인사들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정권 핵심부의 복안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전·현직 청와대 참모와 행정부 장·차관급 인사의 차출이다.

청와대 발 ‘현역 물갈이론’의 진원지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이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파동 때 TK 의원들의 행태에 크게 실망했고, 지난 9월 7일 대구 행사에 현역 의원들의 참석을 막은 바 있다. 대신 TK 출신 참모 4명을 대동해 물갈이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최근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사표를 내고 대구 북구갑 선거구 도전에 나선 건 TK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수행한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차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5명은 대구지역의 초선 의원들인 권은희, 김상훈, 김희국, 홍지만, 이종진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 대구 초선들은 유승민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의 입장에 섰던 인물들이다.

TK외 다른 지역에 출마할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현직 가운데는 민경욱 대변인의 인천 출마 가능성이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서울의 격전지 가운데 한 곳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공주 출신인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도 출마설이 꾸준히 나돈다.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은 서울 도봉을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재도전이 유력하다. 김행 전 대변인, 임종훈 전 비서관도 차출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최상화 전 춘추관장은 이미 경남 사천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현직 각료 가운데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북 경주 출마가 완전히 없어진 카드로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 연찬회에서의 ‘총선 필승’ 건배사로 물의를 빚어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출될 수 있다.

현역 국회의원인 5명의 각료는 연말 쯤 재출마를 위해 행정부를 떠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유기준 해양수산부·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당초 현역 국회의원 각료 5인방 가운데 일부는 총선 재출마를 포기하고 행정부에 계속 몸담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개인적 행로는 있을 수 없다”고 경고한 이후부터다. 하지만 사실상 친박계 총동원령이 발동됨에 따라 5인방 모두 연말쯤 여의도로 복귀해 선거 채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최 부총리는 여의도 복귀 후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공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친박 성향 인사들의 출마러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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