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조용하게’ 지내던 6선의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67)이 최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9대총선에서 선진통합당으로 충남 논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최고가 대중들에게 ‘살아 있다’는 눈도장을 받게 된 것은 2012년 11월 새누리당과 합당 한 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면서부터다.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역시 비주류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가 재차 국민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올해초 터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 때문이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총선 당시 2000만 원의 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피닉제’(불사조 피닉스+이인제)라 불리는 닉네임이 무색하지 않게 이 최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의 특위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박 정권 하반기 국무 총리설까지 나오면서 몸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 김태호 바통 이어받은 ‘피닉제’ 김무성 공격수 자청
- 검찰 수사 앞두고 노동개혁 위원장 된 배경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집권여당은 박 정권의 4대 개혁중 노동개혁의 선봉장으로 이 최고를 임명했다.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최고는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사전 교감설도 나왔다. 특위위원장이 된 배경으론 이 최고가 1993년 문민정부 시절 당시 45세로 최연소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꼽았다. 이 최고는 노동부 장관을 하면서 ‘고용보험’, ‘무노동 부분임금’ 등 친노동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두 번째 배경으로 비주류에서 신 친박으로 인정받기 위한 검증대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최고는 6선을 거치는 동안 무소속을 제외하고 13번의 당적을 옮긴 바 있다. 이로 인해 ‘피닉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진보 정당을 제외하고 현 여야를 두루 섭렵했다. 게다가 이 최고는 7선의 서청원 최고를 제외하면 국회의원 298명 중 두 번째로 다선의원이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이 최고는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을 제치고 최고위원직 자리를 꿰찼다. 장관에 도지사 그리고 두 번의 대권 도전이 큰 힘이 됐다.
이 최고는 신 친박계 인사로서 탈바꿈하면서 마지막 정치인생을 걸고 있다. 지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파문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울 당시 김태호 최고와 함께 유 전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최근 김무성 당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친박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다.
한 손엔 노동개혁 한 손엔 ‘무대 흔들기’
이 최고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와 김 대표가 안심번호를 이용한 국민경선방식에 합의한 다음날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들이 결정한 경선 룰을 갖고 경선하는 것이고 우리 당은 우리 당만의 경선제도를 만들어서 선거를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표현했다. 특히 휴대폰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서도 “전화 여론조사는 편법이고 경선이나 선거의 방식이 될 수 없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는 곳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추석연휴 마지막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 서청원, 김태호 최고와 함께 불참하기도 했다.
이 최고가 청와대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검찰 수사를 들고 있다. 자칫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검찰 수사’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 손에는 ‘뜨거운 감자’인 노동개혁의 십자가를 지고 또 다른 손에는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게 단순히 검찰 수사를 면하기 위한 것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권내 비박계 한 인사는 “이 최고가 김 대표 흔들기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검찰 수사 면피용은 아닐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이 최고의 시선은 박 정권의 하반기 국무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여의도에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 번의 대권 도전에 실패했지만 장관, 도지사를 지낸 이 최고가 총리직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이 최고가 ‘최고위원직 사퇴’ 배수진을 치고서라도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친박계 최고위원으로는 서청원 최고를 비롯해 이정현, 김태호, 김을동 최고가 있다. 하지만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가 ‘직’을 걸고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이정현 최고가 나설 경우에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공산이 높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낙마하는 역할을 한 김태호 최고가 다시 나서기에도 당내 설득력이 떨어질 공산이 높다. 여성 몫으로 직에 오른 김을동 최고는 김 대표와 맞서기에는 역시 ‘급’이 안 된다는 평이다. 결국 이 최고가 김 대표의 ‘저격수’로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청와대 역시 이 최고가 노동개혁과 ‘김무성 흔들기’라는 두 개의 과제를 무사히 수행할 경우 하반기 총리직에 임명하는 것도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임기말 정권 관리 차원에서 실보다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1석3조 노리는 청와대 이인제 선택은
일단 이반된 충청권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충청권은 ‘성완종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면서 ‘충청권 대망론’이 급속하게 사그라들었다. 후유증으로 충청권 민심이 여전히 박 정권에 대해 싸늘하다. 추석민심을 접한 충청권 출신 인사들은 한결같이 ‘반기문-이완구 빈 자리’에 대한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하고 있다. 충청도 출신인 이 최고를 총리로 임명해 정권에 등돌린 충청권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물론 그 전제는 노동 개혁이라는 과제를 완수하고 김 대표 낙마에 역할을 충실히 할 경우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권내에서는 이 최고가 ‘최고위원직 사퇴 카드’를 꺼내기 위해 ‘명분쌓기’에 이미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에 ‘올인’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김 대표를 누구보다 강한 톤으로 앞장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유승민 낙마’에 일조한 김태호 최고에 이어 김 대표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 최고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