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대립각 명진스님 승복 벗을 수도 불교계 촉각

윤지환 기자= 최근 명진스님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들이 들리고 있다. 명진스님은 수차례에 걸쳐 MB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승려가 정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명진스님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조계종단 내부에서도 명진스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적지 않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지난 2일에도 명진스님의 발언이 정치권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봉은사 일요법회의 화두는 ‘거짓말’이었다. 명진스님은 봉은사에 관한 일련의 사태도 거짓말로 시작됐다고 입을 열었다. 명진스님은 봉은사와 봉은사 신도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것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라고 규정한 뒤 “계속되는 거짓 속에 진실이 실종된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안상수 의원의 거짓말이 봉은사와 봉은사 신도들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명진스님은 “안 의원이 ‘내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났을 때 명진스님이 여당을 강하게 비판해서 한마디 했다’고 말했다면 싱겁게 끝날 수 있었던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면 안 의원은 점잖게 정계를 떠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안 의원은 우리가 물러설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명진스님은 “안 의원이 솔직해진다면 용서해주겠다”며 “안 의원이 만약 여기서 끝나려니 생각하고 시간만 지나가길 바란다면 사월 초파일이 지나서 신도들과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안 의원을 국회의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석탄일인 지난 13일 현재까지 명진스님은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공언을 한 이상 5월 안에 안 의원에 대한 행동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명진스님 승복 벗을 수도
최근 명진스님이 2012년 대선기간 즈음 승복을 벗고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는 과거 명진스님이 불교개혁과 관련해 개혁에 실패하면 종단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생겨난 소문으로 보인다.
이날 법회에서도 명진스님은 봉은사를 통해 불교를 개혁하고 발전시키려는 뜻이 종단의 개입으로 좌절된다면 종단을 떠나거나 아예 승복을 벗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명진스님이 내년 대선 때 손학규 대표를 돕기 위해 승복을 벗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추측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 명진스님이 승복을 벗을 경우 지지자들이 계속 따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진스님은 총무원 측이 언제라도 봉은사가 발전되고 한국불교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진실된 내용을 갖고 온다면 직영이든 직할이든 뭐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명진스님이 신도들을 규합해 이를 정치세력화 하고 있다”며 “승려답게 정치적인 색깔을 버려야 진정한 종교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지불회 심상치 않은 행보
명진스님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팬카페가 있다. 또 명진스님 지지모임인 단지불회 홈페이지가 있다. 단지불회와 팬카페 두 개 사이트 모두 하루 방문자만 1000여 명에 달한다. 명진스님은 4·27재보선을 앞두고 남산에서 지지자들과 동반산행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손 대표 지지 모임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손 대표는 명진스님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명진스님과 손 대표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소문도 있다. 명진스님과 손 대표와의 만남은 마치 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비슷하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은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을 구해준다. 나무꾼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슴은 보은으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려준다.
두 사람의 만남은 군사정권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운동을 하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손 대표는 고려대학교 부근에 위치한 사찰인 개운사로 숨어들었다. 당시 개운사의 주지가 바로 명진스님이었다. 명진스님은 경찰의 집요한 감시와 추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 대표의 은신을 도왔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지금까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손 대표 역시 명진스님을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손 대표가 이번 분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명진스님의 지지가 꼽힌다. 명진스님이 주지로 있는 봉은사에 적지 않은 분당 신자들이 있고 지지모임에도 분당 거주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대표가 재보선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향후 명진스님의 역할론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진스님이 향후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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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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