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650%를 이자로 챙긴 불법 대부업체
법 마련했지만 꼼수 여전…법적 처벌도 미약
근절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
생활정보지에는 ‘급전을 하루 만에 빌려준다’는 광고가 빼곡하다. 최저 1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광고에 명시된 이들 업체의 연이율은 대체로 12~34.9%. 연체이자가 포함된 이율이며 추가비용이나 수수료가 없다고 게시하고 있다.
현행 대부업법은 등록 대부업자가 개인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2014년 4월2일 이전 이자율 상한선은 연 39%, 이후엔 연 34.9%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경우 이자율 상한선은 2014년 1월1일 이전까지는 연 30%, 이후부턴 연 25%다. 이자율 산정엔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광고한 업체 중 일부는 최대 연이율이 34.9%가 아니었다. 광고에 명시된 연이율엔 연체이자가 포함된 업체도 있었다.
본지 기자가 이들 업체에 전화해 대출을 직접 문의해봤다. 가능한 대출 자금과 최대 연이율을 문의한 결과, 한 업체 관계자는 “최대 연이율이 34.9%이지만 이자를 연체했을 경우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를 게재한 모든 업체의 경우는 아니었지만, 일부 업체가 광고에서 언급한 ‘최대 연이율 34.9%’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이자를 연체한 개월 수에 따라 연이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실제 연이율은 법정 상한선인 39%를 넘길 수도 있다.
실제로 생활정보지 광고를 통해 급한 자금을 대출받은 경험이 있다는 A(남·27)씨. 그는 “대학생 때 급하게 돈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 때문에 제1금융권에서 대출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 생활정보지에서 광고를 보고 100만 원을 빌렸는데 내가 낸 이자가 총 50만 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체한 적도 없고 많은 자금을 빌린 것도 아니었는데 이자가 너무 비싸 억울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봇대와 주택 담벼락에 부착된 불법 광고도 문제다. ‘급전’, ‘생활자금 당일대출’ 등의 문구와 연락처만 적힌 전단지가 골목길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본지 기자가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자금 대출을 문의해보니, 한 업체 관계자는 “오늘 당장 입금 가능하다”면서도 이율을 묻는 질문엔 “대출 가능 자금과 상환일 등 여러 변수로 이율은 달라질 수 있다”며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출 자금, 이자 연체 가능성, 상환일, 직업 등의 변수로 연이율이 법정 최고 상한선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단지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 돈을 빌린 경험이 있는 B(남·61)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하다 어음도 막히고, 급한 자금이 필요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적이 있다”며 “워낙 급했기 때문에 빌려 썼지만, 이율이 100%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신용카드, 통장이 다 막혔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 것도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최근까지도 사채업자가 수시로 연락하며 협박하는 등 괴롭히기에 주소지를 몰래 옮겼다”고 덧붙였다. B씨에 따르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사채업자가 채무자를 폭행하거나 채무자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의 행위가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채무자 정보로 대포통장 만들기도
지난달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3단독 재판에서 나상훈 판사는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혐의(대부업법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이하 대부업법)로 기소된 대부업체 운영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해당 업체 직원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현행 대부업법에서 이율 상한선보다 훨씬 높은 3650%대의 이자를 피해자들에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3년 8월 피해자에게 80만 원을 빌려준다면서 40만 원을 선이자 명목으로 공제했다. 실제로 피해자가 받은 금액은 80만 원의 절반인 40만 원. 이 업체는 2013년 10월까지 이자로 120만 원을 추가로 받았는데, 이는 당시 법정 이율보다 약 3650%가 많은 금액이었다. 이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이자를 받았다. 채무자 112명에게 빌려준 원금은 7450만 원이었지만, 이자는 1억7673만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채무자들을 독촉한 양태도 다른 불법 대부업체와 비슷했다. 업체 직원은 운영자의 지시를 받고 채무자에게 한 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일삼았고, 이 채무자의 가족들에게도 상시적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채무자에겐 문자메시지로 상환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일삼았고, 채무자의 회사 동료에까지 전화를 걸어 망신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의 통장과 직불카드를 뺏어 이를 영업에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업체 운영자는 365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에게서 뺏은 통장과 직불카드로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대포통장은 무등록 대부업 활동에 악용됐다. 이들은 높은 연이율, 불법 채권 추심,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을 만들어 이를 다시 대부업 활동에 이용하는 등 악순환을 반복했던 셈이다. 이 업체에서 돈을 빌려 곤욕을 당한 적 있다는 익명의 피해자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게 왜 무서운 줄 받고 나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수시로 연락을 하며 협박을 했는데, 나에게만이 아니라 가족과 회사 동료에까지 협박을 가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형이 너무 가볍다고 비판한다. 현행법은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을 영위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하거나,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에 의한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업체 운영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사실상 징역형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업체 직원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이 역시 미약한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재판부는 이들이 전과가 없다는 점,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판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알려지지 않은 불법 대부업 활동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월 30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2014년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대부업체 등록업자 수는 감소했지만 대부잔액과 거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등록업자 수는 6.8% 감소했지만 대출금액은 11.4% 증가, 거래자 수는 0.3% 증가했다. 대부업체의 음성화 및 일부 대형 자본의 대부업 시장 잠식 등 일각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실제로 등록업자 중 자산 100억 원 이상 법인의 등록비율은 14.6%나 증가한 바 있다.
상한금리 인하 목소리 높아져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은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대부업 상한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한금리를 낮추면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열린 금융위 국감에서 “대부업의 금리를 더 낮춘다고 해서 모두에게 공동선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지하로 들어가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부업은 기준금리보다 대손발생이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2012~2014년 말 비용인하 요인 분석에 4.3%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광고비용을 고려해 5% 인하에 찬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의 사정은 임 위원장의 발언과 달랐다. 2010년 일본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29.2%에서 20%로 내렸다. 이후 일본 대부업 시장규모는 2006년 20조900억 엔에서 2014년 3월 6조2000억 엔으로 감소했다. 전체 시장규모가 70%나 감소했는데, 이를 두고 일본 전문가들은 상한금리 인하가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실질 연이율이 법정 상한금리를 웃도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이를 관리·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출금수수료도 대부업 이자에 해당된다는 판단도 나온 바 있다. 1일 법제처(처장 제정부)가 "대부업자의 거래상대방이 론카드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인출할 때마다 출금액과 출금수수료가 대부업자의 은행 계좌에서 은행으로 이체되면 대부업자가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출금수수료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대부업법 제8조제2항은 수수료·공제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해 대부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서 받은 것은 모두 이자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대부업 관련 문제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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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