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부터 청원경찰까지… 공무원들‘공공연히’ 음란행위
검사장부터 청원경찰까지… 공무원들‘공공연히’ 음란행위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0-05 09:45
  • 승인 2015.10.05 09:45
  • 호수 111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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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잡히는 공연음란죄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바바리맨들의 ‘활약’이 연이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작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 행위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 사회적 파장이 컸다. 올해 들어서도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연이어 경찰에 꼬리를 잡히고 있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우스운 캐릭터’로 자주 사용됐던 바바리맨. 수많은 피해자들은 이들 때문에 밤거리를 다니는 게 무섭다며 정신적 고충을 토로한다.


유치원생·학부모들 앞에서 버젓이
정신적 스트레스도 원인… 구조적 요인 고려해야


A(여·당시 18)씨는 몇 년 전 본 광경을 잊지 못한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밤 10시를 넘겨 집으로 귀가하던 A씨. 아파트 정문 대신 후문으로 들어가려던 A씨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성을 보고 놀랐다. 그는 “멀리서 한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데, 놀란 건 그 남자가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너무 놀라 뛸 수도 없었다. 후문을 향한 발걸음을 돌리고 빠른 속도로 걸어 도망쳤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내 주변에도 여러 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남자의 행동이 공연음란죄에 해당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며 “귀가하던 학생들이 소리를 치며 도망가는 등 난리가 났었다”고 덧붙였다.


공공연하게 음란행위를 해 불특정 다수에게 수치감·혐오감을 주는 행위인 ‘공연음란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바바리맨’ 등 우스갯소리로 불렸던 이 범죄가 최근 들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여름 한동안 포털 사이트 메인 뉴스를 장식했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시작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13일 심야에 제주시 중앙로 인근의 한 분식점 앞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 전 지검장은 처음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피해자 증언을 확보한데다 CCTV를 분석한 결과 김 지검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혐의를 입증했다.


사건 일주일 만인 18일 김 지검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고 ‘면직’ 결정을 내리며 “비록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 일탈 의혹이라고 해도 관할 검사장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고위 공무원이 벌인 의외의 비위에 대중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또 공무원?

지난달 30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모 단체 소속 공무원 ㅈ(남·50)씨를 입건했다. 그는 밤길에 여고생들을 따라가 성추행하거나 그들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한 혐의(강제추행·공연음란)를 받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서도 29일 공연음란 행위를 한 50대 남성을 붙잡는 등 공연음란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40분쯤 공무원 ㅈ씨는 모 아파트 인근 골목에서 한 여고생을 향해 옷을 벗고 혼자 음란행위를 하는 등 여고생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엽기적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밤 운암동 주택가에서 다른 여고생의 다리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연이어 발생한 범행에 공무원 단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의 공연음란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1일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구창모)는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 ㄱ(남·57)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유치원생과 학부모들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공연음란행위는 물론, 피해학생의 대부분이 유치원생 등 어린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ㄱ씨의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충북 모 행정기관의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어, 공무원의 잇단 비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공연음란죄 피해자 B(여·32)씨는 “학생 시절 학교 근처에 바바리맨이 많아 정신적 피해를 많이 봤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집 근처를 산책하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사람들이 다니는  훤한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하고 있는 걸 목격했는데, 신고를 하려고 하니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고 말했다. 또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소리를 치고 도망갔는데, 먼저 신고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길거리에서 공연음란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를 최근 들어 많이 듣는데, 그들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사회 구조적 안전망 필요

공연음란죄 가해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작년 여름 사회적 물의를 빚고 사직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공연음란행위 처벌수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한 실정이다.


22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지검장에 대한 변호사등록신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김 전 지검장의 변호사 활동에 대해 9명의 위원 중 7명이 찬성했다.


작년 1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공무원 B씨가 일산동구 한 건물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B씨는 자신을 말리던 관리사무소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에게 내린 처분은 정직 3개월이 다였다. B씨에게 폭행 당한 관리사무소 직원은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공연음란죄에 해당되는 범행을 한 혐의까지 더해진 것을 감안하면 정직 3개월은 처벌이 미약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걸 감안해, 사회구조적 안전망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김 전 지검장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 등 정신적 고충 때문에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연음란죄의 범행 동기와 환경 등을 살펴 치료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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