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믿어야 대학간다” 파렴치 학원장
[최은서 기자]= 학원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면수심 기숙학원장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입시전문 학원장인 정모(40)씨는 학생들에게 성관계를 가져야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세뇌시켜 성관계를 요구했다. 자신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다른 학생들 앞에서 “성장할 수 없는 아이”라고 말하는 등 불안감을 조성, 자신의 요구에 응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정씨는 기숙학원의 폐쇄성을 이용해 사이비 종교집단 교주처럼 행동했다. 학원장이 10대 여학생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유린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정씨는 2007년 10월경부터 서울 금천구 소재 모 입시전문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장이었던 정씨는 건물 2, 3층을 강의실로 3, 4층 고시원을 학원 숙소로 이용, 숙식을 할 수 있는 기숙학원 형태로 운영했다.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논술 등을 가르친 정씨는 원장에게 인정받아 학원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까지 저지르기 시작했다.
학원 여학생 6명 상습 성폭행
정씨는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평소 여학생들에게 ‘에이스, 테스트, 성장’ 등의 단어를 지속적으로 주입시켰다. 정씨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학생들 또는 무엇이든지 잘하는 위치에 있는 학생들을 ‘에이스’라 부르고,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 잘하게 되면 ‘성장’이라는 단어를 썼다.
정씨는 “신뢰도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성장하거나 에이스가 될 수 있고,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며 “나중에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이와 함께 에이스가 된 여학생들을 치켜세우며 입시지도에 더 열성을 기울여주고, 자신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여학생들에 대해서는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며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
정씨는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10대 여학생 6명을 상대로 14차례에 걸쳐 성추행, 성폭행했다. 피해 학생들 중에는 친자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도 테스트 명목으로 파렴치 행각
정씨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여학생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정씨는 17살 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김모(18)양에게 지속적으로 “결단력이 없다. 성장해라”라고 말하는 등 불안하게 만들었다.
2009년 8월 김양을 은밀히 부른 정씨는 “신뢰도 테스트를 통과하면 나중에 취업까지 보장해 주겠다”며 성추행을 시도했다. 놀란 김양은 정씨를 뿌리쳤다. 하지만 정씨는 같은 날 학원 3층에 위치한 김양의 방으로 찾아가 ‘기 치료’ 명목으로 김양을 성폭행했다. 이후 김양은 학원을 다니는 동안 8~9회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
같은 시기, 정씨는 김모(15)양에게도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정씨는 김양을 비롯한 학생들을 데리고 미국 아이비리그로 견학을 가게 됐다. 정씨는 미국 숙소에서 평소 에이스라고 부르던 김양을 은밀히 불러 “에이스가 된 이유를 대답해 보라. 대답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나갈 수 없다”고 위압감을 조성, 김양을 자신 옆에서 자게하고, “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에이스가 된 이유다”며 김양을 성추행했다.
김양을 성추행 한 뒤 정씨는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성폭력을 휘둘렀다. 정씨는 김양에게 “네 나이에 성행위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성추행하는가 하면, “나랑 성관계를 하는 것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늘어놓으며 김양을 성폭행했다.
2009년 6월에도 박모(17)양을 불러 “네가 에너지가 부족해 인격적 성장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지금 남자친구가 없으니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겠다”며 추행했다. 또 한 달 후 학원 내에서 박양을 불러 “인격적 성장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말로 윽박지르며 성폭행했다. 이후에도 정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대상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성장, 에이스 등의 발언으로 세뇌
지난해 4월 정씨는 면접반 테스트를 빌미로 윤모(18)양을 학원 옥탑방으로 불렀다. 테스트를 받으러 온 윤양을 다짜고짜 자신의 옆에 눕게 한 후 강제로 추행했다. 같은해 5월 정씨는 더 좋은 반으로 올라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미끼를 던져 윤양을 유인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 윤양을 또다시 추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옥탑방에서 조모(17)양에게 “성장을 하고 싶냐. 나를 믿느냐”고 물은 뒤 성추행했다. 이후 조양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학생들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다른 학생들에게 “조양은 성장 할 수 없는 아이”라고 수시로 이야기 하며 조양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조양을 복종하게 만든 정씨는 “나 믿지”라고 물은 뒤 조양을 성폭행했다.
심지어 정씨는 같은 해 7월 중순경 학생 6명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봉사활동을 가서도 조양을 유린했다. 당시 숙소와 이불이 부족해 정씨와 학생들 모두 한방에 자리를 자게 됐다. 자리 배치를 두고 게임을 해 조양이 정씨 옆자리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됐다. 자다 일어난 조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씨가 학생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조양을 성추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정씨는 박모(18)양에게 야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성적으로 성장이 덜 됐으니 야한 동영상을 보고 차이점을 말해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을 했다. 정씨는 놀란 박양이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하자 “테스트에 실패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성폭행했다.
이후에도 정씨의 행각은 거침없었다. 지난해 7월 기말고사를 앞둔 박양에게 “성관계를 하면 성장을 할 수 있고,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놨다. 하지만 평소 ‘성장, 에이스’ 등의 발언으로 세뇌된 박양은 이 말을 믿게 됐다. 결국 시험 성적을 빌미로 정씨는 박양을 성폭행했다.
법원 “반인륜적 범행” 징역 8년 선고
결국 정씨의 인면수심 행각은 지난해 11월 검찰에 덜미를 잡혔고,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김학준)는 지난 6일 학원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정씨가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되고, 16세 미만의 학원생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으며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정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절대적 신뢰를 악용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신뢰도 테스트 내지는 기치료 명목으로 성관계룰 요구하고 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청소년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크나큰 심리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피해자가 자매지간인 점까지 고려하면 반인륜적이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범행을 반복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럼에도 정씨는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가 호기심이나 호감으로 성관계에 응했다고 변명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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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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