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20년 만에 본선 진출을 노렸던 농구국가대표팀이 아시아최강 이란에게 패했고 이와 더불어 올림픽 진출에 5연속 실패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일 오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8강전에서 ‘아시아 챔피언’ 이란에게 62-75로 완패했다.
한국농구대표팀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후 2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노렸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남자농구는 이번 대회 8강에서 탈락해 최종 예선전 출전권도 얻지 못했으며 한국이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도 출전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아시아선수권 4강 진출에도 실패한 것은 지난 2009년 톈진선수권 7위 2009년 텐진 대회 이후 6년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 이란은 센터 하메드 하다디(218㎝)를 앞세워 44개의 리바운드를 따냈다. 하지만 한국은 24개에 그쳐 골밑 싸움의 어려움을 리바운드 개수가 보여줬다.
이란은 슛 정확도가 떨어져도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찬스 득점으로 점수를 쌓았다. 하다디는 전반에만 공격 리바운드 6개를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더블더블(18득점 14리바운드)을 기록했다.
한국은 높은 이란의 벽을 뚫기 위해 외곽 슛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당일 한국은 3점 슛 13개를 던져 단 2개만 성공하며 성공률은 15.4%에 불과했다.
최준용이 7득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블록으로 힘든 상황가운데 활약했지만 3쿼터 4분51초를 5반칙 퇴장 당하며 대표팀의 공격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설사가상으로 골밑에서 하다디를 방어하던 이승현이 발목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나면서 골밑을 지켜내기는 역 부족이었다.
대표팀의 득점 주축인 문태영과 김종규는 나란히 10점씩을 올렸지만 경기 내용은 부진했다.
김동광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란 포스트의 힘이 워낙 막강했다.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리바운드인데, 오늘 리바운드에서 44-24로 20개 정도가 차이가 났다. 초반 선수들이 두려워했던 것 같다"며 "마지막에는 제대로 됐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양동근과 조성민의 부진은 상대가 워낙 강하게 붙어서였다. 우리도 큰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올림픽 티켓은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한국남자농구는 지난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나 대표팀의 상승세와 경쟁력을 이어갈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농구협회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방식이 바뀌며 대표팀 운영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 의혹에 전·현직 감독과 선수들이 대거 연루돼 전력에도 큰 손실을 끼치며 프로농구 인기 하락과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농구협회(KBL)는 대표팀 지원에 손을 놨다.
그 결과 한국대표팀은 막내 선수들이 ‘손빨래’를 하고 2m대의 다리 긴 선수들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왔다. 또 호텔 측에서 제공한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한식도시락을 시켜먹었지만 그 마저도 하루 한 끼뿐이었다.
제대로 된 장비와 훈련 지원도 받지 못했고 현지에서도 상대팀에 대한 제대로 된 전력분석도 하지 못하고 선수들은 국가 대표팀이라고 믿기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에 출전했다. 국내에 머물 때는 대학팀, 프로팀, 상무 등을 상대로만 경기를 치렀다.
반면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대표팀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치르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 지지 않아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한편 국내 농구 전문가들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지 1년 만에 이런 상황이 일어난 이유에는 하승진(KCC), 윤호영(동부), 양희종(인삼공사)이 부상으로 빠지고, 김선형(SK)이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대표 자격을 잃는 등 전력이 약화된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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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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