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금감원 정조준… 끝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
[최은서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 수사로 금감원과 저축은행 간의 유착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금감원 직원들은 억대의 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 착수 직전 비리를 감추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금감원은 부하 직원들이 적발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비리 등도 묵살하거나 솜방망이 제재를 가해왔으며 자산 건전성 분류 문제점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비리 커넥션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이 금감원을 정조준하면서 사법처리 규모와 수위에 세간의 눈이 쏠려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분식회계를 포함해 7조 원대 금융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감독당국인 금감원 직원과의 유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중점 사항까지 전달
지난 1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이었던 금감원 대전지원 수석검사역(2급) 이자극(52·구속)씨는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감아 준 것도 모자라 부산저축은행에 기밀문서까지 넘겨주며 감사에 대비하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해 초 감사원이 저축은행 감사에 착수하기 직전 당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에게 “감사원이 감사를 할 것 같으니 (적발되지 않도록) 잘 감춰야 한다”고 전하며 기밀문서인 ‘감사 중점 사항’까지 전달했다.
이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금감원의 저축은행 검사팀장으로 일하면서 부하 직원들이 불법대출이나 자기 자본 잠식 실태 등을 적발해도 묵살로 일관했다. 검찰 고발 등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이씨는 비리를 눈감아 준 대가로 1억20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고, 자신의 친인척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도록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2년 전에도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검사 의뢰 공문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감원이 울산지검의 검사의뢰를 받아들여 검사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부산저축은행의 비리 일체를 밝힐 수 있었다. 이는 고의적인 불법방조였던 셈으로 저축은행비리에 금감원이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뇌물 받고 비리 눈감아 줘
금감원 직원 비리는 이씨 뿐 만이 아니었다.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해 받는 등 돈을 매개로 한 은밀한 거래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금감원 전 부국장 이모씨는 “(서울) 강남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보해저축은행 측에 뇌물을 요구했다. 광주지검 수사를 피해 도주한 이씨는 보해저축은행 측에 2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의해 지명수배됐다.
또 다른 금감원 부국장 정모씨는 저축은행의 불법을 묵인하고 검사 편의를 대가로 4000만 원 상당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체포된 금감원 3급 직원 김모씨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모씨는 지난해 3월 보해저축은행이 쓰던 1500만 원 상당의 법인차량인 그랜져 승용차를 900만 원에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씨는 보해저축은행이 직원 단체 상해보험과 차량 7대 보험 등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보험설계사인 아내의 보험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구속됐던 금감원 부산지원 수사조사역(3급) 최모씨는 고교 동창인 건설시행업자 송모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 대출 청탁을 받고 강성우(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 감사에게 연락해 220억 원의 불법 대출을 성사시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출을 성사시켜준 대가로 8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소와 은폐로 일관한 금감원
검찰이 금감원과 저축은행 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착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5년 전에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당분류 사실을 적발, 금감원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따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06년 9~11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이 저축은행의 부실 징후를 발견해 금감원에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했지만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저축은행 11곳이 1956억 원(28건)을 대출하며 대손충당금을 기준보다 42억9000만 원 적게 쌓은 사실을 적발, 금감원에 관리 감독을 강하게 요구했다. PF대출 3209억 중 2123억 원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PF 대출금의 48%를 선이자 방식의 수수료를 받는 등의 사례를 적발해 금감원에 통보했지만 금감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06년 8월 저축은행에 ‘8·8클럽’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PF 영업을 키웠다. 자기자본 8%이상,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인 30곳 가량의 우량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동일 차주 대출한도 80억 원을 폐지해 준 것이다. ‘8·8클럽’에 포함돼 있던 부산저축은행은 80억 원 이상 거액대출 규모를 늘려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PF 대출을 일반 대출로 눈속임하는 수법으로 PF 대출 비중을 30%를 훨씬 웃도는 70%까지 높여놨다. 2008년 7월에서 2009년 6월 사이 19개 업체에 PF 대출을 하고 790억 원의 대출수수료를 받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정황이 포착됐지만 금감원은 이를 축소와 은폐로 일관했다.
한편 수위를 높여가는 검찰 수사로 불명예를 얻게 될 금감원 직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파문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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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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