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이 뭐길래
층간 소음이 뭐길래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5-09 16:09
  • 승인 2011.05.09 16:09
  • 호수 88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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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 부인과 다툼 벌였다가…
[최은서 기자]= 같은 빌라에 사는 청와대 행정관 부인과 층간 소음문제 등으로 다툰 경찰관이 징계를 받고 승진에서 누락됐다. 다툼에 격분한 청와대 행정관 부인이 서울지방경찰청에 민원을 제기, 감찰계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해당 경찰관의 비위행위가 적발됐다며 징계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에 해당 경찰관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경찰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징계 취소를 명령했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2008년 2월 청와대 행정관 부인 A씨는 서울의 한 빌라 3층으로 이사했다. A씨가 3층과 4층 계단 사이에 오븐레인지를 내놓으면서 경찰관 박모(37)씨와 갈등이 시작됐다. 이 빌라 4층에 살던 박씨가 “통행이 불편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으로 갈등 격화

말다툼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A씨와 박씨는 지난해 4월 18일 또 다시 시비가 붙었다. 박씨 부부가 같은 빌라 5층에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해 저녁식사를 했는데 A씨가 전화를 걸어와 항의한 것이다. A씨는 “박씨 부부와 박씨 지인 부부가 내는 커다란 목소리와 아이들이 뛰는 소리로 너무 시끄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씨 부부가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지만 1시간 후 A씨는 직접 찾아와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박씨의 지인과 A씨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A씨의 항의에 박씨의 지인이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맞받아치며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다툼을 지켜보던 박씨가 “그 정도도 이해 못 하느냐, 판이나 깨는 아줌마네”라고 대꾸하자 A씨는 “아저씨, 막말하지 마라”고 따졌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은 A씨의 남편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더 커졌다. A씨의 남편은 박씨를 찾아와 “왜 멀쩡한 아내를 이상하다고 하느냐. 경찰이 그러면 되겠느냐”며 따졌다. 이에 박씨는 “이상한 여자라고 말한 적 없다. 아줌마가 너무 사람을 답답하게 하니까 이해해달라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화 삭이지 못해 고발성 민원 제기

이 다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박씨가 매일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소란을 피우며, 주민들이 항의하면 경찰관이라면서 욕설을 하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고발성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조사에 착수한 감찰계는 박씨와 A씨는 물론 이웃 주민들까지 탐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박씨의 직무에 관한 비위사항을 5일간 내사했다.

감찰계 조사를 받게 된 박씨는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A씨에게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게 되어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작성했다. 또 A씨와 그 남편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려 애썼다.

하지만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5월 박씨에게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박씨가 이웃과의 시비로 물의를 일으키고 모욕감을 줬으며, 음주상태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상황대비 훈련에 불참하는 등 성실ㆍ복종ㆍ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박씨가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원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을 제기해, 감봉 한 달로 감경됐다. 하지만 경위승진시험에 합격해 진급예정이었던 박씨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승진에서도 누락됐다.

결국 자신의 비위 정도에 비해 징계가 가혹한 것이라고 여긴 박씨는 소속 기동단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분쟁의 발단 경위, 내용, 종결과정 등 전체적으로 보아 경찰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손상하게 할 정도의 품위유지의무위반에 이른다고 보이지 않아 이 부분을 징계사유로 인정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박씨의 발언은 공동주택 내 층간 소음문제로 이웃 간에 발생하는 사소한 시비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과격한 언사로 일상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것과는 별도로 경찰공무원의 사회적 신뢰를 저해한 수준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비위는 인정된다고 봤지만 “감찰 및 감봉의 중심이 되는 비위 내용인 A씨와의 사적 분쟁은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며, 나머지 징계 사유들도 비위의 내용과 정도가 중하지 않다. 박씨가 행한 비위의 정도에 비해 처분이 너무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징계취소를 명령했다.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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