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농협 전방위 압박수사 본격화
검찰, 농협 전방위 압박수사 본격화
  • 장연서 프리랜서
  • 입력 2015-09-25 10:57
  • 승인 2015.09.25 10:57
  • 호수 1117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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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병 회장 핵심측근 전격 구속, 쫓기는 최회장, 쫓는 검찰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비자금 관리인 소문 손모씨 검찰 전격 구속
“최 회장 측근에게 차기 회장 물려준다” 소문 무성

[일요서울 | 장연서 프리랜서] ‘농협 계열사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검찰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농협 비리와 관련된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 정황들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농협중앙회 내 핵심 간부들에 이어 최 회장까지 소환할 가능성을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검찰이 최 회장의 집사로 알려진 최측근을 구속한 이후 검찰의 최 회장 또는 가족 등 주변 최측근이 추가로 소환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임관혁)는 전날 체포한 경주 안강농협 전 이사 손모(63)씨에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씨는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물류의 협력업체 A사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사업 수주를 알선해주고 A사로부터 수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농협물류 일감을 대량으로 수주하면서 급성장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A사와 손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업 수주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해왔다.

검찰은 NH개발의 협력업체인 모 건축사무소와 K건축의 실소유주인 정모(54)씨를 횡령 혐의로 지난 3일 구속기소했다.

정 씨는 NH개발이 발주한 시설공사 21건의 사업비를 부풀린 뒤 건설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5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NH개발이 정 씨에게 현장소장 적합한 인물 추천을 부탁하는 등 시설공사 과정에서 정씨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건축사무소는 최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일한 바 있다.

NH개발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수개월 전 NH개발 비리의혹을 보도한 [일요서울]에 ‘허위사실유포에의한명예훼손’ 손배청구 및 정정보도 소송을 내 검찰 수사개시 직전에 승소한 ‘운 좋은(?)’ 회사다.

말하자면 NH개발은 진실 보도임에도 허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이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우롱한 일종의 소송 사기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NH개발은 소송과 관련해 아직 진심어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요서울]은 NH개발과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에 검찰내사 사실과 수사임박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음에도 농협 측은 ‘무조건 소송’으로 대응해 사정기관 등으로부터 “언론재갈물리기식 대응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농협의 개혁을 촉구하는 내부 관계자들은 “어떻게 그런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직 NH개발은 전혀 반성하거나 자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철저히 수사해 유근원 전 NH개발사장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핵심 간부가 구속된 이상 유 전 사장이 이런 내용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 핵심부는 여전히 검찰수사에 대한 모든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심지어 혐의를 감추려는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며 “이번에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농협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고강도 검찰 수사를 기대했다.

NH개발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21일 농협중앙회 성모 팀장(52)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씨는 2011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NH개발 시설본부장을 지냈다.

비리 정황 수두룩
농협은 모르쇠

지난 7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농협 현직 인사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성씨는 2011~2014년 서울 가락동 모 건축사무소의 실소유주 정모씨(54·구속기소)로부터 골프 접대와 함께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건축사무소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69)의 친동생이 고문으로 활동한 곳이다.

또 농협중앙회가 지난 5년간 발주한 기계설비공사 일감의 60%가 특정 하도급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농협중앙회가 최근 5년간 발주한 공사 5건의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기 안양의 B사가 3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우리는 시공사 선정만 할 뿐 하도급 계약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농협 내부 핵심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실과 좀 차이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관여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검찰은 이미 농협의 핵심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농협이 물류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단서를 잡고 지난 10일에는 중견 물류업체 A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A사와 농협의 물류사업을 직접 담당한 계열사 등 3〜4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사업 관련 서류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A사의 계열사가 농협물류로부터 농협 평택물류센터의 입출고·재고관리 등을 하청받는 과정에서 농협 수뇌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평택물류센터는 수도권 지역 하나로마트 물류를 중개한다.

A사 역시 슈퍼마켓 체인을 하면서 농협 하나로마트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고 있다. 검찰은 C사와 자회사, 농협 주변인물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의혹을 확인해왔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물류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농협 수사는 세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울러 NH농협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신상수(58) 리솜리조트 회장의 경우 같은 날 구속됐다.

검찰 최원병 최측근 겨냥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S인쇄공사와 이 업체 대표 손모씨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농협과의 거래내역,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최 회장의 집사 손 씨가 고문 역할을 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업체가 농협중앙회 관계사인 농민신문사로부터 일감을 집중적으로 수주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압수수색 인쇄회사는 농협중앙회의 협력회사가 아닌 농민신문사의 협력회사이며, 농민신문사 또한 농협중앙회의 계열사가 아니고 농협중앙회의 출자자(지역농축협)가 별도로 출
자해 설립한 관계회사”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농협의 한 내부 관계자는 “최근 농협이 언론사 등에 해명자료 내는 것을 보면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며 “농협의 수많은 임직원들이 다 아는 내용을, 그것도 언론사를 상대로 그렇게 사실을 왜곡해 전달하는 것을 보면 농협이 얼마나 여론을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구속된 신 씨와 정 씨는 각각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과 NH개발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은 두 의혹에 대해 별개 선상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속적인 자본잠식 상태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리솜리조트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농협에서 공사비 등의 명목으로 1649억여 원을 대출받아 특혜의혹에 휘말린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농협은행 여신심사본부장을 지낸 신 전 부행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된다. 충청도가 고향인 그는 2005년부터 농협 태안군지부장을 지내면서 당시 안면도 사업 등을 벌이던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행장이 농협 본점 여신심사부장(2007년)과 여신심사본부장(2012년) 등 여신 관련 업무를 담당할 시기의 대출 규모가 연 280억~300억원으로, 평소 연 80억여 원에 비해 4~5배 가량 껑충 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신 전 부행장이 2012년 12월 은행에서 퇴직한 이후 리솜리조트 임원으로 재취업하면서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농협자회사인 NH개발이 전국 NH농협은행 지점의 시설공사 용역을 몰아준 의혹과 관련해서는 K건축의 실소유주인 정씨를 통해 검찰은 NH개발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를 캐고 있다.

한편 최근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이 측근인 이성희 감사위원장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주려 한다는 소문이 농협 내부에 파다하다.

이성희 씨는 MB정권 당시 임태희 전 비서실장과 절친한 사이로 그 덕분에 농협 감사실장을 무려 7년이나 지냈다. 통상 감사가 투명성 재고를 위해 2년 마다 교체되는 것이 다른 기업에서는 일반적인데, 이성희 씨는 7년간 최 회장 최측근으로 자리를 지킨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성희 씨가 최근 출마를 위해 캠프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내부 전언이다. 이 씨는 실제로 최근 농협의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자신의 회장선거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흔적이 포착되고 있다.

이성희 씨는 일단 “나는 출마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표시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주변에서는 그가 출마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정권 당시 농협 주변에서 "최 회장이 이 씨를 통해 정권 핵심부와 소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농협 일각 농협 검찰 수사 사태와 관련해 분명히 책임선상에 있는 인물임에도 책임지는 성찰의 태도는 전혀 없고 뻔뻔스럽게 최 회장을 통한 자리물림을 노리고 있다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성희 씨가 농협비리혐의를 그동안 묵인한 정황이 있는 만큼 사법부는 그를 조사해야 한다. 그런 인물이 출마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출마설에 대해 이성희 씨는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최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서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황당한 헛소문일 뿐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ilyo@ilyoseoul.co.kr 

장연서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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