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서부전선’ 배우 설경구, 웃음으로 여운 만든 연기 대가
[스타 인터뷰] ‘서부전선’ 배우 설경구, 웃음으로 여운 만든 연기 대가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9-25 10:40
  • 승인 2015.09.2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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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생, 천천히 내려오는 길을 고민하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영화 ‘독재자’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설경구가 모처럼 영화 ‘서부전선’에서 전쟁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해 진한 여운을 만들어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해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설경구의 연기 열정을 만나봤다.

영화 ‘서부전선’에서 배우 여진구와 호흡을 맞추면서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설경구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로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영화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찍으면서부터 궁금했던 영화”라며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아직도 잘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경구의 걱정은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아쉬웠던 점과 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했지만 그 촬영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비롯된 푸념이었다.

그는 개봉소감에 대해 “엔딩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조금 아쉽다. 감정으로 접어들어가는 부분이 확연히 보이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면서도 “일반적인 전쟁 영화가 아니다. 배경은 전쟁터지만 무늬만 군인이니 주인공들의 호흡이 더 흥미로웠다. 새로운 방식의 전쟁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더욱이 극 속에 등장하는 무스탕 비행기 등 컴퓨터 그래픽 부분은 예상보다 더 잘 표현된 것 같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이처럼 설경구는 출연작품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당시 촬영현장의 허술한 상황들이 작품의 내용전개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천성일 감독을 지목하며 “첫 작품이어서 어리바리했다. 촬영도중 현장에서 대놓고 어리바리라고 놀렸다”며 “하지만 그 허술함이 있기에 영화 속 남복이(설경구 분)와 영광이(여진구 분)의 좌충우돌 이야기와 두 배우들 간 호흡이 더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천 감독은 지난해 흥행작인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비롯해 드라마 ‘추노’, 영화 ‘7급 공무원’ 등 잇달아 흥행성공을 일궈낸 스타 작가로 꼽힌다. 하지만 영화 ‘서부전선’을 통해 이제 막 감독으로 데뷔한 초짜 감독이다.

설경구는 촬영감독도 두 번째 작품이어서 거의 초보와 다름없다며 “세련된 영화가 안 될 것 같았다. 허점 있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이 들었다. 참 어설픈 순간들이 많았다”고 고충을 드러내면서도 “근데 사람이 안 밉더라. 뭔가 투박한 게 정감이 있었다. 모든 상황들은 받아들이면서 밉지가 않았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영화 촬영 내내 설경구의 다년간 연기경력에서 우러나오는 경험들은 촬영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촬영 기간이 늘어지면서 눈이 올 때 엔딩 장면을 찍어야 하는 상황을 직감한 그는 엔딩부터 촬영을 하자고 주장해 진행됐고 실제 영화 촬영 마지막 기간에는 현장에 눈이 내렸다고 전했다. 배우가 추운날씨에 감정 잡는 게 힘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설경구는 여진구에 대한 끈끈한 애정도 드러냈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여진구의 영입을 건의했다. 그는 “학생 신분인 영광이 역할은 20대 배우가 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배우는 군대를 다녀왔거나 관심이 있다. 여진구는 아직 군대에 대한 관심도 없는 나이”라며 영광이 역을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최적에 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경구는 촬영 내내 여진구에 대해 한마디의 조언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묻자 “원래 다른 사람의 연기에 대해 말 안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재로를 가지고 있고 제가 연기의 답을 주는 사람도 아니고 진구 나름대로 재료를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면 ‘밥 먹었냐’, ‘시험 잘 봤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만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진구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그는 “잘 자란 것 같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대단하시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작품 준비단계부터 세심함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설경구지만 연기자로서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고충을 전했다.

그는 “연기자는 장인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감독들은 되는 것 같지만 배우는 소모시키는 직업이라 꺼낼 카드가 궁색해지는 것 같다. 맨날 똑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할 수 없다”며 “꺼낼 카드가 궁색해지면 그럴수록 감독들에게 매달리게 된다. 그래서 안 해봤던 것에 도전하게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설경구는 또 노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사라진 배우들이 많다.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잘 버텨서 잘 내려와야지 하는 생각 뿐”이라며 “이번 작품으로 올라가기보다 버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연기 대가답지 않은 소박한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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