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30분에 300만원, 취업보장학원 '실체 추적'
강의 30분에 300만원, 취업보장학원 '실체 추적'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9-25 10:21
  • 승인 2015.09.25 10:21
  • 호수 1116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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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교육, 입사까지 책임진다…정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의 불안도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외중에 취준생의 불안감을 이용한 '취업 사교육'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100%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취업 풀코스 학원'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다수의 인사담당자는 "취업에 정답은 없다"며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탓할 수 없지만 보장형 수업을 믿고 터무니 없는 돈을 지출할 필요도 없다"며 우려 섞인 뜻을 전한다. 

취준생 심리 교묘히 이용…인사담당자 “성공 여부 글쎄”
무작정 취업 시키고 환불 요청엔 “니가 싫어 안갔잖아”


취업 사교육 열기는 입시 사교육을 방불케 한다.
채용 프로세스에서 자기소개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료 자기소개서 첨삭지도는 기본이다. 여기에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 어려워하는 인·적성 검사 추리와 수리 영역을 가르쳐주는 인터넷 강의도 인기다. 면접에서 중요한 첫인상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예절·에티켓 컨설팅도 있다. 하지만 고액을 요구하는 학원들이 많아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상업적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A(25)씨 “서류 통과 후 면접을 보면 떨어지기 일쑤다”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싶어 취업컨설팅 학원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취준생 B씨는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취업을 못하면 사회에서 외톨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취업학원을 다녀서라도 취업문턱을 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대기업 시험을 치르기 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위 족보를 받는데 이걸 취합해 교육하는 기관이 등장하면서 이곳을 찾는 취준생도 점차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합격 시 수강료 ‘0원’

[일요서울]이 실제 취준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울 소재 A학원을 찾아 상담을 기다리는 취준생들에게 학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이와 같은 대답을 했다.  이 학원은 ‘100%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팸플릿을 통해 학원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문제는 구직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학원을 찾지만 수강료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또 이 반에 들어가는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한번에 30분짜리 일대일 상담 비용만 10만 원을 요구했다. 자소서와 면접을 1시간 지도해주는 데 18만 원이 들었다. 3개월간 매달 40만 원씩 납부하는 방식도 있다. 취업 후 총 120만 원을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자소서와 면접뿐 아니라 대기업의 필기 전형인 인적성 시험 대비 강좌도 비싸다. 한 학원의 경우 모 대기업 인적성 시험 대비 강좌로 10시간 수업에 60만 원을 내야 한다.

특정 직군을 맞춤으로 한 전문 학원도 고액의 수강료가 든다. 항공사 승무원, 아나운서 등 특수 전문직 지망생들을 위한 학원 수강료는 수백만 원으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수강생의 선발기준은 ‘높은 수준의’ 스펙과 경험. 어학점수도 780점 이상. 인턴이나 알바경험 공모전, 배낭여행 등의 경험도 있어야 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이 정도 스펙은 학원의 도움보다 자신의 간절함이 더해진다면 대기업 입사 문턱에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취준생들이다”라며 “불안 심리가 학원을 찾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취준생의 불안감과 취업에 대한 절실함이 크다는 것.

취업 문턱을 넘었다고 끝난것도 아니다. 모 학원 수업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에 취업한 C씨를 통해 더 충격적인 내용의 경험담을 들을 수도 있었다. C씨는 수강 신청 후 해당 학원의 추천으로 중견기업에 취직을 하게 됐다. 상담실장에게 수강료 외에 별도로 상품권을 준 후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상담실장이 입사 후 해당 업체 월급의 60%를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더욱 실소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C씨는 “취업이 급했고 상담실장의 입김이 세다는 것을 알고 상품권을 줬다. 바로 취직이 돼 너무 고마웠지만 월급의 일부를 떼내야 한다는 조건은 황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 회사에 다닐 생각이 있다”며 재차 익명을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D씨는 학원 수료 후 추천을 받은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됐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던 회사가 아니어서 입사를 불허하고 학원료 반환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학원으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학원 측이 “니가 싫어 안 갔는데 왜 환불을 해줘야 하느냐”며 학원은 취업을 보장하는 곳일 뿐 입사 후 생활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고자세를 취했다.

후불제 학원도 등장

일부 피해자 사례가 불거지면서 취업 학원들이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학원비 자체를 후불제로 결제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에스티앤컴퍼니의 취업교육 브랜드 ‘취업단기’는 교육업계 최초로 수강료 후불제를 도입한 ‘All Care(올케어) 관리형 취업성공반’을 오픈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박형준 취업단기 실장은 “취업 준비 비용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취업을 준비해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후불제 방식을 도입했다”며 “최근 교육업계에 다양한 환급반 과정이 많이 운영되고 있지만 후불제 강의는 취업단기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으로, 이는 모든 수강생들을 취업에 성공시키겠다는 취업단기의 자신감이자 약속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준생의 불안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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