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KT&G 사장 인선의 결론은 백복인 KT&G 부사장(사진·생산 R&D 부문장 겸 전략기획 본부장)이었다. 그동안 KT&G 사장 공모 과정에서는 줄곧 낙하산 인사 가능성, 정·관계 외압 논란 등이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KT&G가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인 백복인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낙점하면서 이러한 잡음은 우선 일단락됐다. [일요서울]에서는 인물탐구를 통해 백복인 부사장이 어떤 역량을 갖췄으며, 향후 지상과제는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 첫 내정…낙하산 논란 지울까
지상과제는 떨어진 시장점유율·해외 부동산 사업 모색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 백복인 부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준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장기비전 및 전략, 혁신 의지, 글로벌 마인드 등에 대해 심사를 벌인 결과 백복인 부사장을 최적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후보로 확정된 백종인 부사장은 10월초 개최되는 임시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차기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동안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독립기구로, 사내외 공모를 통해 CEO 후보 선정을 진행해왔다.
백복인 부사장은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 출신 첫 CEO 후보로 1993년 입사 이후 23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ㆍR&D 등 주요사업의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왔다.
아울러 백복인 부사장은 2011년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 당시,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겪던 KT&G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58%대에서 62%로 끌어올렸으며, 전세계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를 도입했다.
또 그는 전략적 사고와 업무추진력이 강점이며, KT&G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백복인 부사장이 풀어야 할 지상과제는 산더미다.
KT&G는 민영화 이후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외산담배의 성장으로 인해 국내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세다. 실적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KT&G가 해외, 부동산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등 사업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백복인 부사장이 해외 및 부동산 사업의 사업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복인 부사장은 “최근 회사가 대내외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족하지만 CEO 후보로 선정되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투명경영이 지속 성장의 근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의 구태와 적폐를 과감히 청산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임 CEO 사임 이후 두 달 가까운 경영공백이 있어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선 원년을 맞아 수출을 강화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해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T&G의 이번 인사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터라 세간의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앞서 민영진 전 사장이 지난 7월 말 퇴진한 뒤 한 달여 동안 공백기가 이어지면서 후임사장을 놓고 무성한 뒷말이 나왔다.
더군다나 KT&G는 핵심사업인 담배사업의 특성상 민영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던 것이다.
민영진 전 사장 역시 내부출신이긴 하지만 친 이명박 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특히 민영진 전 사장이 잔여 임기를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며 불명예 퇴진한 것도 현 정부의 전 정부 색깔 지우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때문에 백복인 부사장이 이 모든 의혹과 우려를 씻어내고 KT&G의 전성기를 다시 한번 이끌지가 더욱 더 주목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