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정상회담 카드 “야!”하면 “응”할까
북한 남북정상회담 카드 “야!”하면 “응”할까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5-03 15:20
  • 승인 2011.05.03 15:20
  • 호수 887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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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네덜란드 특사 파견 왜 하필 이 시점에…
[윤지환 기자]=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한 간 정세에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방북한 카터 일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에 나서겠다는 ‘친서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새로울 것 없는 던져보기식 제안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MB정부가 레임덕을 늦추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간접적인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다음날인 29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전달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구체성이 결여된 원칙적 입장 표명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모든 주제에 대해 언제든 (남북정상이 만나) 얘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여전히 북한이 칼루를 쥐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카터 전 대통령 등 전직 국가 지도자 4명으로 구성된 ‘엘더스 그룹’ 방문단은 북한 방문기간 중 김 위원장을 직접 면담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제안은 더욱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말해온 내용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실제 추진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앞으로도 기존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태연한 반응이 왠지 수상하다”며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비록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카터 전 대통령에 직접 전하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을 언급한 서신을 보내왔다는 점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세 반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MB 측근의 잇따른 해외 특사 파견이 남북 제 3국 비선접촉을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네덜란드 특사로 출국한데 이어 이상득 의원이 오는 5일부터 17일까지 특사자격으로 볼리비아 페루 등 남미로 출국한다. 지금까지 특사 파견이 직후 항상 남북정상회담 극비 추진 소문이 불거진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정상회담을 위한 비선접촉설이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전 대표가 특사로 임명된 것은 이번에 세 번째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과학벨트 논란 등으로 MB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 특사로 임명됐다. 그 배경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당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활동을 보면 반드시 박 전 대표가 가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정치적 대립을 벌이다 특사로 떠나는 것이 어색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친박 측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유럽 정치권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며 “또 다른 정치인이나 외교관이 특사로 나가는 것 보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이 특사로 나가 대통령을 대신해 활동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특사로 임명된 것일 뿐이다. 대북특사설은 황당무계한 소문”이라고 말했다.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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