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밝혀질 경우 일반적으로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및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사무차장이 교체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감사원 조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내용에 따라 고영구 국정원장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김선일씨 납치 정보체계에 대해 “관련 기관이 현지 정보활동과 교민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원활하게 했는지를 살펴보라”고 지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이는 노 대통령이 국정원의 해외정보 수집 능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무엇보다 고영구 국정원장의 교체만큼은 확실시하고 있다.반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교체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우선 두 사람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텁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노심을 잘 읽고 미국통인 반 장관과 외교안보 정책의 최대 입안자인 이 차장에 대한 인사보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과 고영구 국정원장의 교체로 사태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북핵 6자회담과 주한미군감축협상, 이라크 파병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청와대가 전면적인 외교안보라인의 문책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청와대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이 임기 중 한번은 문민출신 국방부장관을 기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면서 “과연 이번이 기회인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사실 지난달 30일 통일·보건복지·문화관광의 3개 부처 개각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고영구 국정원장 등 외교안보라인 교체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론에 밀려 인사를 하지 않을 것’과 ‘필요할 때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지금까지 개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번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장관 등의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감사원과 국회의 국정조사 일정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조영길 국방장관과 고영구 국정원장의 교체에 대해 열린우리당 역시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지만 7월 중순이나 말경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일반적으로 노 대통령은 아직까지 반 장관과 이 차장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김선일씨 사태와 관련한 책임 소재는 전면적인 외교안보라인 교체보다 조영길 국방장관과 고영구 국정원장을 문책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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