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뜨는 연예인, 십중팔구는 로비”
“갑자기 뜨는 연예인, 십중팔구는 로비”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4-12 14:46
  • 승인 2011.04.12 14:46
  • 호수 884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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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예능국·드라마제작국 로비 핵심
연예인 출신 운영 유흥업소에서 연예인 콜! 했더니 그녀가…

얼마 전 배우 박현진(29)이 룸살롱에서 전 국무총리 아들인 서울대 A교수에 술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씨는 “당시 장소에 나갔을 때 누구인지도 몰랐고 잠깐 앉아 있다가 금방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다. 절대로 접대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박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만약 접대가 아니었다면 박씨는 왜 그 자리에 나갔던 것일까. 하지만 연예계 일각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는 말도 나온다. 유명세를 타야하는 연예인들의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소개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소개받는 상대와 장소다. 정치권 인사 등 업무와 관계없는 사회지도층 인사를 룸살롱에서 만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박씨는 그의 주장대로 술접대를 한 게 아니라 단순 인사차 해당 장소에 간 것이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여자 연예인들이 술자리에 등장하게 되는지 [일요서울]이 직접 확인해 봤다.

최근 ○○연예기획사의 한 임원 A씨와 함께 연예인 출신 김모(48·여)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의 한 유흥업소를 찾았다. 김씨는 미스코리아 입상자로 중년의 나이임에도 상당한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씨가 운영하는 업소는 룸살롱으로 인테리어가 매우 고급스러웠다.

특별히 마련된 룸에 자리를 잡고 앉자 A씨는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삼십여분이 지난 뒤 누군가 룸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인기여자가수 B씨였다. B씨는 상당한 춤 실력과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다. B씨의 등장은 장소가 룸살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이 자리에 B씨는 접대를 위해 나왔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합류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듯했다. 서로 술잔을 기울이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B씨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B씨에 따르면 신문잡지 기자를 술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홍보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방송국 직원들이 요구

B씨는 “술자리에 합석한 것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힘든 것 같다”며 “하지만 술자리 목적이나 그날 만남이 이어지는 방향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술자리에서 스캔들이 나거나 건전했던 술자리가 갑작스런 요구에 의한 접대 쪽으로 흐를 경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B씨가 자리를 뜨자 A씨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A씨는 기획사도 문제지만 접대가 관행처럼 굳어져 이를 은근히 바라는 방송국 직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연기자나 가수를 키워 TV에 출연시키려면 기획사 관계자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실력이 출중한 것은 당연한 조건이지만 방송사에서는 그 외에 다른 요구가 많다. 접대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방송사의 예능국은 비리투성이라는 게 A씨의 증언이다. 시청률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에 신인급 가수나 연기자 또는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사람하나를 키우기 위해 기획사에서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 그 투자금 중 상당부분이 로비에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홍보를 위해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 한번 출연시키는데 2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성 접대라도 해서 출연을 성사시키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인기 연예인들의 경우 강남 번화가 주변을 맴돌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밤늦게까지 강남 압구정동 신사동 등지에서 배회하다 기획사 관계자가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고 연락하면 인사차 술자리에 동석한다. 이렇게 가지는 만남은 대부분 인사차원에서 술잔을 나누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가끔 접대 받는 이가 술에 취해 엉뚱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A씨는 “예쁜 연예인이 옆에 앉아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마시다보면 취해서 성 접대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성 접대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으면 거의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이 움직이는 곳에 접대가

돈 들여 로비하고 위험 무릅쓰고 성 접대하는 것을 기획사가 나서서 할 이유는 없다. 로비는 암묵적인 요구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송가에서 로비가 만연한 이유는 A씨의 지적대로 로비와 접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송사 관계자들 때문이다.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모 방송사 직원들은 인기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세트장에 실사를 나가 성 접대를 받았다.

해당 방송사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직원들은 지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 드라마 세트장을 방문해 드라마 제작사와 세트 제작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직원들이 동료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 한 것이 퍼지면서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방송사와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의 음습한 거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다른 방송사 직원들은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술접대를 받다 여자 연예인과의 2차를 요구해 3명이 동시에 성 접대를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당시 성 접대의 조건은 성 접대 연예인이 본격 활동할 때 예능프로그램과 가요순위 프로그램 등에 2회 출연시킨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해당 방송사 감사실에서 자체적으로 문제 삼으려다 검찰의 연예인 마약 수사 여파 때문에 슬그머니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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