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권에 사활…여론 향배가 변수
총선 공천권에 사활…여론 향배가 변수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9-21 10:27
  • 승인 2015.09.21 10:27
  • 호수 111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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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집안전쟁의 화약고 ‘오픈프라이머리’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내년 총선을 7개월, 차기 대선을 2년 3개월 앞둔 시점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여당의 친박과 비박, 야당의 친노와 비노는 갖가지 명분을 들이대며 충돌하고 있지만 핵심은 총선 공천권 다툼이다. 공천 룰을 어떻게 만들어야 자기 정파에 유리할 지를 놓고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공천 룰을 둘러싼 신경전은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에 모아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다짐한 상태이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공약한 장본인이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의 사실상 포기를 요구하며 김 대표를 협공하고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목을 매는 이유를 ‘청와대의 공천 개입 방지책’으로 삼기 위해서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역 의원 컷오프, 전략공천 등을 아예 배제해 청와대가 지역구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셈이다.

친박계는 아울러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론을 ‘김무성 흔들기’ ‘김무성 차기 대권주자 불가론’의 도구로도 삼으면서 일거양득을 노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친박계 좌장(서청원 최고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정현 최고위원), 정무특보(윤상현 의원) 등이 총동원 됐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새정치연합이 ‘100% 국민공천단’ 구성과 현역 국회의원 20% 컷오프를 핵심으로 하는 공천안을 채택하자, 기다렸다는 듯 김 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돌리면서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정현 최고위원과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현실적인 이유 등을 들어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친박계는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오픈프라이머리에 무턱대고 반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고 판단해 대안, 즉 ‘플랜 B’ 마련을 김 대표에게 요구하며 공을 떠넘기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그러나 친박계의 협공을 받는 김 대표 진영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면돌파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까지 다짐한 문제이기 때문에 후퇴는 있을 수 없다. 친박계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는 길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랜 B’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측근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역 선택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단독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김 대표는 이 경우 오픈프라이머리에 가장 근접한 방식으로 공천 룰을 만드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플랜 B’가 나온다면 국민참여 비율을 2012년 총선 때의 50%에서 70~80%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새정치연합에도 느닷없이 ‘오픈프라이머리’ 비상령이 떨어졌다. 지난 9월 16일 당 중앙위에서 공천 혁신안을 통과시켰을 때만 해도 야당에선 오픈프라이머리가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다. 혁신위와 주류 측은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기득권 질서가 고착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문 대표가 중앙위 모두발언에서 오픈프라미어리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문 대표는 중앙위 의결을 앞두고 공천쇄신안에 대해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100% 국민경선과 30%의 당원참여 방안 중 선택할 수 있고, 아예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저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이 당의 중론이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밝혔다.

비주류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가 들어가지 않은 공천혁신안 통과를 주도했음에도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노계가 선호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미끼’처럼 살짝 던진 건 정치쇼”라고 지적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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