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9]文vs安 희망아닌 ‘절망’ 주는 싸움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9]文vs安 희망아닌 ‘절망’ 주는 싸움
  • 일요서울
  • 입력 2015-09-21 10:01
  • 승인 2015.09.21 10:01
  • 호수 111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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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자기반성을 보고싶다!
- ‘정치적 빅딜’에 나서면 둘 다 정치생명 ‘끝’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선거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고 기꺼이 한 표를 행사했던 후보가 당선되면 왠지 모르게 우쭐해진다. 그리고 그 당선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당선시킨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혹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일 또한 잘하지 못한다면 그를 찍는 데 사용된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망하는 것이나, 경제만을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등으로 재벌만을 살리는 행위를 목도하면서 실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맞아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선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자웅을 겨뤘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그리고 그 문재인 대표와 야권의 단일후보를 놓고 경쟁했던 안철수 의원. 이 둘이 제대로 붙었다.

그러나 싸움은 치열하지만 레벨은 한참 낮다. 국민적 신뢰에 기반을 둔 싸움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권력투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의 실패뿐 아니라 각각 제1야당의 당대표로서 실패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주는 싸움이 아니라 절망에 이르는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 최근엔 문재인, 안철수 둘 중 누구라도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대통령을 잘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재인이 됐으면 어떡할 뻔했어! 안철수가 됐더라면 큰일 날 뻔했네!”라는 자조 섞인 소리를 자주 듣는다.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자기고백이다. 야권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 모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작금의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 이 싸움에서 이기면 자신에게 2017년의 길이 열릴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칼자루를 쥐고 있고, 가용자원이 많은 문재인 대표가 리드하고 있는 양상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전 대표가 당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대표는 당의 분열 없이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주 수요일,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중앙위원회를 소집하여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혁신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 이에 앞서 안철수 전대표는 자신이 중앙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을 공개했다. 전날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서 중앙위원회 소집을 취소하고 혁신안에 대한 전당원토론회를 제안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위원회 표결 직전에는 무기명 투표로 하자는 비주류 의견이 묵살당하자 박지원, 문병호, 조경태, 김동철, 유성엽, 최원식, 권은희 등 비주류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하며 회의장을 나왔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신이 불신임 받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다음은 재신임 투표다. 문재인 대표는 당원 50%, 일반국민 50%의 비율로 자신의 재신임에 대한 의견을 묻겠다고 했다. 당내 중진의원들이 국정감사 이후로 재신임 투표를 연기해달라고 공식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표의 생각이다. 비주류들도 국정감사 이후로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라는 요구와 조기전당대회 소집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명분에서도 이기고 실리도 챙겨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애초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거취문제를 혁신위원회에 띄우면서 비켜갔다. 그리고 혁신안 통과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시켰다. 그것은 혁신안 통과가 자신의 진퇴문제에 우선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했고, 그 혁신안은 당헌과 당규로 녹아내는 과정이 남아있을 뿐이다.

즉 문재인 대표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은 시스템화 되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아니더라도 혁신안이 휴지조각이 되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이 정도면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를 사퇴하는 명분은 되지 않겠는가?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당대표를 물러나면 총선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야권신당이 상수이고, 호남민심도 등 돌린 지금 같은 상태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4월 총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승리할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한 패배의 책임, 분열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면 2017년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당내 승리에 연연한다면 정권을 놓고 겨루는 큰 싸움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문재인 대표의 반대편에 위치한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떻게 해야 살 것인가? 현재의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없다. 딴살림을 차리는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도, 당내에 남아 싸울 생각이라면 방법이 한참 잘못되었다. 안철수 전대표의 가장 취약점은 그의 유체이탈화법에 있다. 그리고 그도 이미 정치권에서 때가 많이 묻었다. 본인은 순수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최근의 그의 정치적 행보는 기성정치인 뺨칠 정도로 이해타산적이다. 그가 살 길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안철수 전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교섭 중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였다. 그리고 선거일에 미국으로 홀연 떠나버렸다. 이듬해 봄 그의 귀국 제일성은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였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실망했는지 그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지는 그의 안중에는 없었다. 뒤돌아보는 반성은 없고 오로지 선거승리만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애초 혁신위원장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정치혁신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봤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런 것치고는 혁신안에 대한 반대는 노골적이다. 혁신위원장을 거절한 자기반성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안철수 전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대권주자로 국민의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서 정치적 갑질을 하려 하면 안 된다. 왜 많은 측근들이 자신을 떠나가고 있는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왜 자신 곁에 남아있는지 진정으로 반성하며 생각해야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금태섭 변호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책 내용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원하는 것은 정치력을 갖춘 정치인 안철수다.

그러나 착하지 않은 정치력을 갖춘 안철수는 바라지 않는다. 착하지 않는 정치인 중에는 안철수 전 대표보다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길임을 안철수 전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에게 한 가지 당부해두고 싶다. 두 사람은 야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귀중한 정치적 자원이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국면에서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적당히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빅딜에 나선다면 둘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김영필 전북대 겸임교수>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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