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선정 2015국정감사 5대 파문
일요서울 선정 2015국정감사 5대 파문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9-21 09:58
  • 승인 2015.09.21 09:58
  • 호수 1116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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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뜯고 할퀴고…호통만 있고 의혹 해소 못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야 간 대립이 한껏 고조된 것은 물론, 후폭풍을 몰고 올 쟁점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기업인 증인 채택, 노동 개혁 문제, 국정감사 파행 논란 등은 감사 기간이 끝나더라도 세간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그간 국정감사 과정에서 어떤 현안들이 주목을 받았는지, 또 어떤 문제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많이 올랐는지 다섯 가지를 선정해 살펴봤다.

최대 화제는 단연 롯데그룹 ‘신동빈 감사?’
첨예한 여·야 대립, 노동개혁 vs 재벌개혁

방만경영·채용비리 논란 등 여전한 단골메뉴
대기업은 365일 갑질하면서…증인 피하기 논란

올해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수가 779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또 추석 연휴가 사이에 끼여 명절 민심을 의식해야 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감인 터라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구도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각 종합상황실을 열고 본격적인 국감 준비를 마쳤고, 현재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이러한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는 신동빈 국정감사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롯데와 그 총수 신동빈 회장에게 첫 번째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범국민적 질타를 받아 국정감사의 표적이 된 것이다.

또 매해 기업인 감사라고 불렸지만 각 기업의 총수들은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기 급급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던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국회의원들의 쉴 새 없는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경영권 다툼과 관련된 질타를 시작으로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롯데그룹 정체성 논란, 향후 그룹 개혁 방안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이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롯데가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은 끝이 났다. 재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국적과 그룹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 국적이 맞다면서 “롯데를 비롯한 모든 한국 롯데 계열사는 대한민국 기업이고,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다. 근무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나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일본 롯데 제과와 한국 롯데를 같이 경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할 때 지주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리해서 경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국정감사가 끝이 나더라도 조사당국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정리 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계획으로 알려진다. 대중들 역시 롯데그룹이 남긴 악재들을 어떻게 지워나갈지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롯데그룹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이 다음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막막한 협상의 길

두 번째는 재벌·노동 개혁이 쟁점이다. 신동빈 회장의 증인 채택이 재벌개혁의 일부였다면, 노동개혁은 노동법 개정이 관건이 됐다. 해당 사안은 어떤 사안보다 여·야의 갈등이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청년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불러올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른바 ‘노동 시장의 선진화’와 ‘노동 개혁’이 그 중심이다.

이와 맞닿아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3일 임금피크제 도입과 저성과자 해고 관련 지침 마련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합의문을 마련해 노동개혁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노사정위원회란 노동자, 회사, 정부 대표해 노동 조건과 관련된 이익을 조정하는 회의체다.

그러나 야당은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악의 중단과 함께 노동입법을 논의할 국회 내 별도의 특위 구성을 제안한 것이 그 일부다.

이들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안중 일반해고 도입 및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관한 내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 및 노·사·정 합의 관련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권 침해와 반인권적이고 초법적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동시장을 일방적으로 개악하려는 정부의 입장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도 “(이번 노·사·정 합의는) 우선 잘못된 타협으로 사회적 객관성을 상실했다”면서 “동의의 자발성도, 타협의 형평성도 없는 기울어진 협상이었다. 주체의 대표성 역시 확고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재벌개혁’과 여당의 ‘노동개혁’이 첨예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야당이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 후계 상속 과정, 불투명한 내부적 지배구조 등을 질타하고 여당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면서 노동자들의 상생을 강조하는 것이다.

해당 문제 역시 국정감사 기간과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많은 파문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

여·야가 내놓은 개혁이라는 이념 싸움을 차치하고 각각의 피감기관으로 눈을 돌리면 공기업과 민간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공기업들은 비리 채용 특혜나,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예년과 다름없이 지적됐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한 두곳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는데, 중소기업진흥공단, 감사원, 광물자원공사, 코트라, 산업기술진흥원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직원이 합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고위직 자녀들이 감사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광물자원공사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제기된 기관들은 전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공기업들은 여전한 방만 경영 실태를 보여주면서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하는 모습이다.

한국남동·서부·남부발전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주를 이뤘고, 대한석탄공사는 해마다 1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와 이자에 회생이 어려워진 가운데도 임원들이 억대의 성과급을 챙겨간 점이 지적됐다.

그 외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의 본부장이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을 수령한 것이드러나 질타를 받았고, 광물자원공사 등은 많은 부채로, KDB산업은행은 높은 직원 복지로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매해 단골로 등장하는 공기업들의 폐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반복돼 씁쓸함을 남긴 것이다.

민간회사 뒷그림자

민간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면과 달리 후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상당히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가운데 무늬만 회사차로 둔갑해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거나, 갑질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 등은 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에선 지난해 국내서 판매된 2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의 87.4%가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2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의 87.4%가 회사차로 나타나 수입차를 이용한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팔린 롤스로이스 팬텀은 5대 모두 업무용으로 등록돼 있다. 이 차량의 가격은 5억9000만 원 수준이다.

윤호중 의원은 “고급 수입외제차를 구매해 법인명의로 등록하면 모든 비용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현행제도의 허점을 노린 일부 법인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사실상 탈세를 저질러왔다”며 “차량구매부터 비용처리까지 제값주고 지불하는 개인과 과세형평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들이 국정감사를 피하는 행태를 거세게 비난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대기업은 늘 예외인지, 항상 여당의 비호를 받아왔는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정부여당과 대기업이 당당하게 답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기업인들은 단 하루 국감장에 나오면서 국가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처럼 위협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오너는 수감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특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1년에 딱 하루, 국회 출석한다고 어리광을 부릴 시간에 국민들을 살리고, 세계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재벌의 증인 출석 문제와 갑질 논란 역시 “대기업은 1년 365일 중에 365일을 국민에게 소위 ‘갑질’을 하며 보내왔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하루가 그렇게 억울하신가. 대기업이 처한 사정이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1년 내내 그 사정을 어디다 하소연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변하지 않는 파행

마지막으로 올해 국정감사 역시 파행이 이곳저곳에서 나와 ‘보여주기 식’, ‘망신주기 식’ 감사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 대상도 문제지만, 감사를 하는 당사자들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 주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전무했다. 정무위원들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날카로운 질문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통만 있고, 의혹해소는 없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 30분까지 총 4시간 반 동안 최치훈 사장과 조대식 사장의 발언은 둘이 합쳐서 2분이 채 되지 못했다는 점도 ‘보여주기 식 질타’의 전형으로 거론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야당 의원들이 대립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분의 질문·답변 시간 가운데 6분 53초 동안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난 뒤 답변을 요구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유대운(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권총 격발 시연을 요구한 것이 화제가 됐던 것 역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결국 이미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갑질 대회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은 국정감사 기간 중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가 피감대상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며 정치 이벤트식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소모적 국정감사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처럼 파문과 파행을 남기고 있는 국정감사는 오는 23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추석 연휴 기간을 고려해 국정감사를 1차 9월10~23일, 2차 10월1~8일까지 나눠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차 국정감사에서는 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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