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 지역 펀더메털 건전성 ‘파란불’
8월 초 이후 첫 외국인 순매수 ‘호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이와 같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계심이 높아졌던 이유는 결국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들이 자본유출과 재정악화로부터 견뎌낼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그만큼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직전일(15일)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기존의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으며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아시아 권에서는 가장 높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A+)보다도 높은, 신용등급이다.
S&P 측은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 이유에 대해 향후 수년 간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수출의 부진 또한 여타 주요 수출국들과 비교할 때 양호한 수준, 대외 채무 채무 비중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 정부의 재정 건전성 또한 우수한 상황이라는 점 등을 제시했다.
즉 앞서 언급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적어도 신흥국 및 아시아 지역에서는 거리가 가장 먼 국가라는 평가를 공식적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용등급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을 보더라도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신용등급 조정이 여러가지 조건들이 확인된 뒤에 진행되는 사후적인 이벤트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증시에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경제 펀더멘털의 건전성이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특히 신흥국 가운데서는 최상위라는 확인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기준 금리 인상 이후 확대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던 최근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작용할수 있는 변수로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호한 우리의 리스크 저항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크게 디스카운트를 받았던 데에는 신흥 아시아 지역으로 분류되는 만큼 금리 인상 이후 해당 지역 전체에 대한 의구심이 함께 반영된 것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신흥 아시아 지역의 안정성 역시 과거와는 수준이 달라진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 지역에 위기 상황을 초래했었던 90년대의 상황을 보면, 신흥 아시아 주요국들의 경상수지가 대부분 적자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일부 적자 국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신흥국 전체로 보더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위기상황에서 저항력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외환보유고의 경우도 상당한 축적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 페이지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주요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을 상당한 수준으로 확충시켜 놓은 상태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90년대 대부분의 신흥국이 고정 및 관리 변동 환율제였던 상황과 달리 현재는 다수의 국가들이 자유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 보유고의 급감 우려를 경감시켜줄 수 있는 사안 중 한가지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시황 자료들을 통해 언급했던 바와 같이 사전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 된 측면이 있다는 점, 기준 금리가 기존에 비해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서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더해 신흥국, 특히 신흥 아시아 지역의 저항력이 기존에 비해 확충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즉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 할 지라도 신흥 아시아 지역에 대한 우려가 과거처럼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9월 FOMC 결과 확인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시점이지만, 오히려 국내 증시는 전일 +1.96%의 상당히 큰 폭의 반등을 시현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증시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상황이다. 보다 반가운 것은 지긋지긋한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들이 지난 8월 4일 이후 처음으로 순매수(+2,185억 원)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 국내 증시와 외국인들의 매도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던 사안들과 관련해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FOMC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중국의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확정적으로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함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필자는 전일의 증시 흐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전일의 반등에 대해 단순히 직전일 미국의 소비 및 산업생산 관련 지표들이 모두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결과를 발표한 영향으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후퇴하며 짧은 안도랠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그런데 8월 지표들이 예상치를 소폭 하회한 것은 사실이지만,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표의 수정치가 모두 상향 조정되었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로까지 연결시킬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미 연방기금 선물 내재금리에서 추정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보다는 FOMC 일정이 다가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 없이 9월 FOMC 이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경감될 수 있다는 점(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전제 한다면, 이번에 금리 인상을 안한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경감)이 선제적인 자금 이동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말해 연준 관련 불확실성 완화를 계기로 우려의 선반영 차원에서 진행된 가격 변수들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의 전반부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신흥아시아 지역 전체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확충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건전한 펀더멘털 현황을 확인시키는 이벤트가 발생한 상황이다. 그리고 국내 증시는 이미 기준 금리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들을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저점 수준까지 하락한 벨류에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는 여타 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리=강휘호 기자>
<자료=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