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미제 살인 사건 범인은…
7년 미제 살인 사건 범인은…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4-12 14:34
  • 승인 2011.04.12 14:34
  • 호수 88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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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직 퇴출에 ‘앙심’ 父子… 동업자 무참히 살해
경남 마산의 한 아파트에서 모 콘크리트 회사 대표 최모(당시 48세)씨가 살해된 것은 2004년 6월 9일 낮 12시. 당시 범행 현장에서는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발견됐으나 신원파악이 되지 않은데다 목격자도 없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경남 마산 사업가 피살사건의 전모는 시중에 떠돌던 소문이 실마리가 돼 밝혀졌다. 한모(28)씨의 주변에서 “한씨 부자가 동업자를 살해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결국 소문처럼 한씨와 한씨 아버지(당시 58세)가 동업자였던 최씨를 흉기로 찔러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낮에 동업자를 살해한 한씨 부자의 대담한 범행 전모를 추적해봤다.

2002년 10월 한씨 아버지는 최씨와 함께 모 콘크리트 회사 공동 대표로 취업했다. 곧 사업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동업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사업이 번창했다.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한씨 아버지와 최씨는 잦은 의견 충돌을 빚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한씨 아버지는 이익금을 나눠 갖지 못한 채 회사 이사직에서 퇴출당했다.

자신이 회사에서 퇴출된데 앙심을 품게 된 한씨 아버지는 아들 한씨에게 “불합리하게 퇴출당했다”며 “경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결국 해고당한 데에 대한 분노가 사그러지지 않던 한씨 부자는 범행을 모의하게 됐다.


대낮에 벌어진 잔혹 범행

한씨 부자는 최씨를 살해하기 위해 청부살인도 고려했다. 중국인에게 3000~5000만 원을 주고 청부살인을 의뢰하려고 했으나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혀 직접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한씨 부자는 범행 전날인 2004년 6월 8일 경기도 평택에서 흉기를 직접 구입하는 등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한씨 부자는 구입한 흉기를 들고 완벽 범죄를 꿈꾸며 경남 마산시로 내려갔다. 다음날 한씨 부자는 최씨가 살고 있는 경남 마산시 내서읍 D아파트 앞에서 흉기를 숨긴채로 최씨를 기다렸다. 이윽고 낮 12시께 한씨 부자는 9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최씨와 맞닥뜨렸다.

범행이 발각되기 쉬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한씨 부자의 범행은 잔혹하고 거침없었다. 한씨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손도끼를 휘둘러 최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쳤고 한씨 아들은 흉기로 최씨의 얼굴과 흉부, 목, 팔 등을 20여 회 가량 찔러 살해했다. 한씨 부자는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한씨를 엘리베이터 앞에 내버려 둔 채 유유히 사라졌다.


왜 미궁에 빠졌었나

당시 한씨 부자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으며, 최씨의 시신은 이웃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대낮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진 대담한 범행이어서 당시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과 운동화 발자국 등을 발견했다. 한씨 아버지 DNA와 감식을 벌였지만 불일치로 판명됐다. 당시 발견된 혈흔은 한씨의 혈흔이었지만 DNA 감식의 경우 부계(父系) DNA는 감별이 되지 않아 한씨 아버지와 불일치로 판명된 것이다.

더구나 당시 D아파트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데다 탐문 수사에서도 뚜렷한 용의점이 나타나지 않아 사건은 이대로 종결되는 듯 했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억측만 무성한 채로 사건은 미궁에 빠져 7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사건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범행 후 한씨 부자는 범행 일체를 함구해왔지만 한씨 주변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한씨 아버지가 2004년에 동업자를 살해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경남 마산 사업가 피살사건’ 수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이던 중 충남 아산에서 거래업체 사장이 2004년 마산에서 살해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곧장 사실관계를 확인에 들어갔고 마산동부경찰서에서 해당 살인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 기록을 검토 후 관련자 10여 명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7개월여 간 수사를 벌인 끝에 한씨 아버지와 최씨가 동업관계였으며, 사업이 번성하자 한씨 아버지가 이익금을 받지 못하고 퇴출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시 범인은 2명으로 1명은 20대라는 제보와 한씨의 지난 행적을 역 추적한 결과 한씨 부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선정했다.

당시 피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혈흔이 이번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식 결과 용의자의 혈흔과 한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돼 한씨 부자의 범행이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한씨는 “아버지와 함께 최씨 집 앞에서 기다리다 집을 나서는 최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다”고 진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한편 경찰은 2007년 11월 지병으로 숨진 한씨 아버지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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