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파킹딜’ 의혹
현대증권 ‘파킹딜’ 의혹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9-21 09:48
  • 승인 2015.09.21 09:48
  • 호수 1116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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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릭스그룹…인수 발목잡히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일본 오릭스 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현대증권을 일본계 오릭스로 매각하는 계약은 진성거래가 아닌 명백한 파킹딜”이라는 논리를 폈다.  파킹딜은 지분 매각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 다시 매입하는 거래를 일컫는다.

대주주 변경 승인 지연으로 주총 또 연기
진웅섭 “면밀히 심사”…김기범 신임 사장 거취는


김 의원은 “현대증권이 기준 주가 1만9000원에 못 미치면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걸었으나 현대증권은 최근 5년 동안 이 주가에 도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그룹 지배권의 유지를 위해 파는 모양새만 취하고 실제로는 팔지 않는 명백한 파킹딜”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대증권의 매각이 명백한 파킹딜인 만큼 금감원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릭스는 지난 6월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 경영권과 주식 22.56%를 6512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수 주체는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버팔로파이낸스다.
버팔로파이낸스는 오릭스금융섹터 PEF가 3800억 원,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500억 원을 투자했고, 현대상선도 800억 원 넘게 투입했다. 나머지 1500억 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이 중 오릭스PEF에는 한국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 등이 1300억 원, 현대상선이 1200억 원을 투자했다. 오릭스 본사는 1300억 원을 넣었다. 결국 매각자인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인수에 총 2000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인수자인 오릭스가 투자한 자금은 1300억 원에 불과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이 계약과정에서 4년 뒤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확보했다고 알려지면서 잠시 경영권을 넘겼다가 되찾는 ‘파킹딜’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은 “현대증권 지분 22.6%에 대한 대금 6600억 원 중 오릭스PE가 투자한 자기자본은 1300억 원에 불과하다”며 “3년 내 팔면 우선매수권을 청구할 수 있고 5년 경과시에는 콜옵션이 붙어 있어, 현대상선이 콜옵션 조건으로 오릭스 PEF에 참여해 일시적으로 지분을 파킹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경영권에 계속 참여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만약 현실화된다면 이는 분명히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현대증권의 파킹딜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현대증권의 파킹딜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대증권이나 오릭스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수 차례 해명한 바 있고 실제 금융당국 측에서도 파킹딜 의혹 때문에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적격성 심사 여부는

한편 현대증권을 인수한 오릭스에 대한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현대증권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의 대기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이달 16일 본사에서 이사선임과 관련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총을 통해 김기범 사장 내정자와 부사장으로 내정된 유창수 전 AIP 대표 등에 대한 사내이사의 선임 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오릭스PE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적인 검토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세부적인 서류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초 오릭스에서 현대증권 대주주변경신청을 접수받고 심사에 착수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법적 심사 기간은 두 달인데, 이에 따라 8월 말이면 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릭스는 외국계 회사라 일본에도 자료를 요청해 받아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측은 금융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임시 주총이 연기되고,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전해지며 매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세한다.
오릭스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총을 강행하기는 어렵다"며 “오는 9월말에 금융당국 승인이 난다면 주총도 그 무렵까지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대증권과 오릭스는 인수를 마무리짓게 되고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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